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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이었다"던 장애인 '전동드릴 위협' 사건…첫 제보자에 "네가 신고했냐" 2차 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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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이었다"던 장애인 '전동드릴 위협' 사건…첫 제보자에 "네가 신고했냐" 2차 가해

민원 글귀 하나하나 짚으며 "네가 쓴거 맞냐" 등 무고죄 언급까지…50분 가량 녹취도

ⓒ AI 생성 이미지

최근 전북의 한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에서 50대 관리자가 20대 발달장애인 근로자에게 전동드릴을 들이대며 위협을 가한 학대 사건이 검찰에 넘겨진 가운데 해당 사건을 외부에 처음으로 알린 발달장애인 동료 근로자 A씨가 이후 시설 측으로부터 2차 가해를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충격을 주고 있다.

앞서 익산경찰서는 지난 4일 해당 시설에서 근무하던 50대 관리자 B씨를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2024년 7월과 2025년 2월 사이 익산에 위치한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2공장에서 발달장애인 근로자 C씨를 상대로 전동드릴을 들이대는 등 공포감을 유발하는 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조사 과정에서 "장난이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프레시안> 취재 결과 해당 시설에서 근무했던 근로지원인 등 증언과 이들이 촬영한 장애인 근로자 학대 장면 영상에는 전동드릴 위협 외에도 여러 차례에 걸친 가혹행위 정황이 담겨 있었다.

A씨 증언과 영상 자료에 따르면 해당 시설의 일부 발달장애인 근로자들은 산업용 테이프로 손과 발이 결박된 상태에서 "커피를 타오라"는 관리자의 지시를 받고 몸을 꼿꼿이 세운 채 '콩콩' 뛰며 이동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커피를 흘리면 추가적인 체벌이 이어졌다고 한다.

또 수 시간 동안 두 손을 머리 위로 들고 서 있게 하거나 건지럽히기, 등 때리기 등의 행위가 반복됐다는 것이다.

현재 관리자 B씨는 퇴사한 상태이며 전동드릴 위협을 당한 피해자 C씨는 여전히 해당 시설에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확인 결과 해당 시설에서 당시 학대 정황을 구체적으로 진술할 수 있는 장애인 근로자는 A씨가 사실상 유일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다른 근로자들은 중증 장애로 인해 진술이 어려운 상태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A씨가 국가기관에 민원을 제기하기 위해 작성한 민원서류 원문 전체가 해당 시설 측에 그대로 전달되면서 2차 가해로 이어지고 있다는 주장까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보안이 지켜져야 할 민원서류가 사건의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에게 노출이 됐다는 점에서 공문서와 개인정보 관리에 커다란 허점이 드러난 것이다.

해당 문서에는 A씨 이름과 생년월일 등 개인정보와 학대 정황을 구체적으로 적은 민원 내용이 그대로 기재돼 있다. 국가기관에 제기한 진정서 원문이 그대로 시설 측에 전달되면서 A씨 제보 사실이 시설 관계자들에게도 그대로 노출된 것이다.

A씨는 민원 제기 이후 "해당 시설 시설장과 시설 소속 사회복지사 D씨로부터 별도 면담을 요구 받았다"며 "이 과정에서 시설 측은 출력된 민원 원문을 보여주며 '이건 네 글 솜씨가 아닌데 민원서류 쓰는 걸 누가 도와줬냐"는 취지로 추궁 당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상황이 담긴 약 50여 분 분량의 녹취 파일에는 사회복지사 D씨가 진정서 문구를 하나하나 읽어 내려가며 A씨에게 "이 표현의 뜻은 알고 쓴 거냐" "이 내용을 혼자 작성한게 진짜 맞느냐" "다른 선생님이 도와준 것 아니냐"고 추궁하는 음성이 고스란히 담겼다.

또 녹취에는 "사실이 아닌 내용이 많다"거나 "증거가 있느냐" "무고죄가 뭔지 아느냐"는 등 협박성 발언과 함께 회사 차원에서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발언도 이어졌다.

D씨는 또 이날 A씨에게 민원을 접수했던 기관에 전화를 걸도록 하고 스피커폰을 켜 놓은 상태로 민원을 취하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A씨는 "통화 당시 조사관이 '왜 갑자기 취소하려 하느냐' '누가 옆에서 압박하거나 협박하는 상황이냐'고 물었지만 바로 옆에 사회복지사가 있어 사실대로 말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결국 A씨는 "그날 통화에서는 민원을 취하했으나 집으로 돌아간 직후 지인에게 강제로 민원을 취하하게 된 상황을 설명했고 그날 바로 다시 민원을 제기했다"며 나중에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이와 같은 (A씨의)사례는 신고자에 대한 2차 가해에 해당할 수 있으며 사안에 따라 가중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취지의 설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A씨는 시설 측으로부터 "공장장인 B씨가 있어야 시설이 돌아간다" "B씨는 A씨가 용서해야 복귀할 수 있다" "무릎을 꿇고 빌어야 한다"는 등의 발언을 수시로 들었다고 주장했다.

해당 시설의 사회복지사 D씨는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A씨가 스스로 민원을 취하하고 싶다고 시설을 찾아왔다"고 말해 A씨의 주장과는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한편 임신 중이던 A씨는 "시설 관계자들이 집까지 찾아오는 일이 반복되면서 극심한 불안과 공포를 느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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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늘

전북취재본부 김하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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