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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이재명 정부 외교안보팀 흔들 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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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이재명 정부 외교안보팀 흔들 때인가

[이수훈의 신(新)동북아시대] 외교 성과 낸 이재명 정부…이제는 4월 김정은-트럼프 만남 대비해야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겨우 6개월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력이나 배경으로 볼 때, 외교를 잘하리라 기대한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 기대와 달리 이 대통령과 정부는 지난 6개월 동안 외교에서 엄청난 기량을 보여주었고, 성과도 두드러졌다.

무엇보다도 막무가내식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비롯, 대미 투자, 그리고 동맹 현대화와 관련된 여러 이슈들을 놓고 대한민국을 흔들어댔다. 그 드센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들의 압박을 달래고, 호소하고, 때론 버티기도 하면서 잘 대응해냈다. 8월 25일 워싱턴 한미정상회담을 거쳐 지난 10월말 경주 정상회담에서 관세는 15퍼센트로 정해졌고, 투자는 3500억달러로 합의되었다.

우려했던 동맹현대화와 연관된 여러 이슈들인 주한미군 감축, 방위비분담금 대폭 증액, 전략적 유연성 등도 크게 부각되지 않았고, 국방비 증액 정도로 타결되었다.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핵추진잠수함 건조에 대해서도 합의가 이루어졌다. 핵 잠재력 관련 분야에서도 일정한 진전이 있었다. 한미관계는 안정 궤도에 들었고, 향후 지속적인 후속 조치들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 대통령의 개인기와 우리 외교안보팀의 철저한 준비 덕택에 가능했던 성과라할 것이다.

이런 점들이 반영되어 우리 국민도 "외교를 잘한다"는 평가가 매우 높다. 최근 발표된 갤럽의 여론조사를 보면 외교를 잘한다는 의견이 제일 높을 때도 있었고, 여전히 외교 잘한다는 평가가 선두를 차지한다. 성공리에 치러진 경주APEC과 남아공 G20정상회의에서의 괄목할 만한 외교 성과가 반영된 여론이라는 조사기관의 해석이 있지만 한미관계를 안정 궤도에 올린 요인이 작용하고 있는 것 아닌가 유추해본다.

이런 상황인데 국민 여론과 정반대로 외교안보팀 흔들기가 드높다. 납득하기 어렵다. 워성락 안보실장을 비롯하여 조현 외교장관까지 묶여 흔들기의 대상이다. 이 외교안보팀은 미국의 눈치를 지나치게 살피고 우리 주도성과 자율성을 구현하지 못하는 사람들로 매도되고 있다. 그래서 NSC 상임위원장을 동맹파가 아니라 자주적인 통일부장관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NSC상임위원장이 그렇게 중요한 자리인가. 통일부장관이 맡을 수도 있고 안보실장이 맡을 수도 있다. 과거 민주당정부에서도 통일부장관이 맡은 적도 있고, 안보실장이 맡은 적도 있었다. 노무현정부 때는 다른 직책의 인사가 맡은 적도 있었다. 정부의 시스템은 자주 바꾸지 않는 것이 옳고, 주요 인사를 자주 하는 것은 득이 되지 않는다. 겨우 6개월이다. 게다가 국민 여론이 잘하고 있다는 것 아닌가? 외교안보 분야는 상대국이 있어 인사를 무시로 교체하는 것이 신뢰의 문제, 효용의 문제를 야기한다.

다음으로, 이른바 "제2의 워킹그룹"이슈다. 문재인정부 때 한미워킹그룹이란 협의체가 있었다. 경주 한미정상회담에서 마련된 '조인팩트시트' 후속 협의를 두고 역대 통일부장관들이 "제2의 워킹그룹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냈다.

2019년 가을부터 작동했던 한미워킹그룹은 남북교류 사업의 유엔 제재 면제 심사를 미측이 까다롭게 하면서 남북관계 진전을 저해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진심으로 노력했다. 그런 대통령과 참모들이 워킹그룹을 만들었을 때는 당시 그만한 중대한 이유가 있었을 것 아닌가. 문재인 정부가 대단한 실책을 저질렀다는 듯한 인상을 주는 시류에 그 정부 장관들이 대열에 나서는 것은 자가당착 아닌가 묻고 싶다.

한미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조인트팩트시트'가 있으면 외교부가 나서서 미국과 협의를 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다. 안하면 직무태만이 되는 일이다. 이를 두고 지레 '제2의 워킹그룹'으로 몰아가는 게 타당한 지 의문이다. 한미간의 협의에 대북 문제가 빠질 리 없고, 그 협의에는 통일부가 참여하여 자기 목소리를 내면 되는 일이다. 한미워킹그룹의 폐단이 있었다면 교훈으로 삼아 반복하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사안이라고 본다.

이 대통령이 통일부 업무보고에서 남북관계 상황에 대해 "바늘구멍 하나 뚫을 여지도 없다"고 했듯이 김정은위원장이 문을 콱 닫아버렸으니 고난도 과제다. "바늘 구멍"은 아마도 내년 4월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 방중 때 김정은과의 북미대화에서 마련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우리로서는 트럼프 대통령 측과 긴밀한 소통을 통해 만반의 준비를 하는 것이 긴요하다.

▲ 이재명 대통령이 1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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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훈

이수훈 전 주일대사는 동북아 국제관계 전문가로 노무현정부 대통령자문 동북아시대위원장으로 대외전략 자문을 했고 노무현정부 한미동맹 조정을 다룬 편저 <조정기 한미동맹>을 펴내기도 했다. 또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과 일본 게이오대학 초빙교수를 지냈고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후보 동북아평화협력위원회 특임고문으로 참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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