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나 법무사인 것처럼 행세하며 부동산 경매 낙찰을 대행하고 거액의 수수료와 의뢰인 자금을 빼돌린 부동산 업자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울산과 부산, 창원 등지로 활동 범위를 넓혀온 이른바 '무자격 경매 대행' 실태가 확인되면서 경매시장 전반에 대한 관리·감독 부실과 제도적 사각지대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26일 법원 판결에 따르면 울산지방법원은 변호사법·법무사법 위반과 횡령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형을 선고하고 수천만원대의 범죄수익 추징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A씨가 전문 자격이 없음에도 법무사 표장과 '법률경매'라는 상호를 사용해 마치 공인된 법률대리인인 것처럼 홍보하며 경매 입찰가 산정과 입찰표 작성, 법원 제출 등 법률 사무를 반복적으로 수행했다고 판단했다.
A씨는 2022년 말부터 지난해까지 울산·부산·창원에 경매 컨설팅 사무소를 차리고 블로그와 온라인 광고를 통해 '경매대행 전문'을 내세웠다. 이를 믿고 찾아온 의뢰인들에게 계약금과 낙찰 성공 시 낙찰가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받아 챙겼고 경매 이후 등기·인도 절차를 대신해주겠다며 받은 자금까지 개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들은 낙찰대금과 각종 비용을 다시 마련하기 위해 추가 대출을 받는 등 주거 불안과 채무부담이 동시에 가중되는 이중피해를 겪었다는 정황도 재판 과정에서 확인됐다.
재판부는 "내 집 마련을 절실히 바라는 피해자들의 신뢰를 악용해 경제적·정신적 고통을 안겼다"며 "동종 범죄 전력이 있음에도 누범기간 중 범행을 반복한 점을 고려할 때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단순한 개인 일탈이 아니라 무자격자가 법률 영역을 침범해도 비교적 쉽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었던 구조적 허점을 함께 지적한 셈이다.
이번 사건은 특정 개인의 범죄를 넘어 부동산 경매시장에 만연한 '무자격 대행' 관행을 드러낸 사례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경매 컨설팅과 법률 대행의 경계가 모호한 틈을 타 자격 없는 업자들이 법무사·변호사 역할까지 넘보는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며 "문제는 대부분의 피해가 낙찰 이후에야 드러나 사전 차단이 어렵다는 점"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법무사 표장이나 '법률' 명칭을 사용한 광고에 대한 관리·감독이 느슨한 점과 경매대행업에 대한 명확한 규율 체계가 부재한 점도 구조적 문제로 꼽힌다. 실제로 경매를 처음 접하는 일반 시민들은 해당 업자가 자격을 갖췄는지 여부를 스스로 판단하기 어렵고 법원 경매라는 특성상 '공적 절차'라는 인식이 신뢰를 더 키우는 역할을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실형 선고는 무자격 경매 대행이 더 이상 '회색지대'로 방치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부동산 경매가 서민 주거와 직결된 영역인 만큼 제도적 허점을 방치한 책임 역시 개인 범죄를 넘어 사회적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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