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논란이 있었던 전북 전주의 한 장애인직업재활시설에서 발달장애인 근로자들에게 재활 프로그램 시간으로 처리된 일부 시간에 대해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채 작업에 투입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시설은 앞서 장애인 근로자에게 전동드릴을 머리에 들이대며 위협한 사건으로 논란이 된 곳이다. 물의를 빚은 해당 공장장은 이달 초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됐다.
이번에는 해당 시설에서 재활 프로그램 시간을 실제로 운영하지 않았음에도 근무 시간에서 제외하고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시설 근로계약서에는 '보건복지부 장애인복지사업 안내 지침에 따른 프로그램 시간은 근무 시간에서 제외한다'는 조항이 있다.
이 지침에 따르면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은 근로 장애인을 대상으로 일상생활훈련, 사회적응훈련, 직업적응훈련 등 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5년간 해당 시설에서 근무한 제보자 A(발달장애인)씨는 "시설이 수년간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고 그 시간에 작업을 시켰는데 임금은 지급하지 않았다"며 "하루 6시간 근무 계약이었지만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하는 2시간 동안에도 작업에 투입됐고 그 2시간은 프로그램으로 간주해 임금 산정에서 제외했다"고 주장했다.
A씨 주장에 따르면 미지급 누적 임금 장애인 근로자가 약 30여 명에 이르고 누적액도 수억 원대에 이를 수 있다는 의혹이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청한 장애인 인권단체 대표 B씨는 "전북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관련 민원이 제기됐고, 기관이 시설로부터 프로그램 일지를 제출받아 확인한 것으로 안다"며 "이를 보고받은 시청에서도 운영이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시정을 요구한 정황이 있다"고 전했다.
전주시 장애인복지과 관계자는 "당시 제출된 프로그램 일지는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가 기재되지 않아 이에 대한 시정을 요구했다"며 "7월 시정명령 이후 12월 점검에서 문서상으로는 수정된 내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프로그램이 실제로 운영됐는지 여부는 문서만으로 확인하는데 한계가 있으며 장애인 근로자 개별 확인 없이는 실질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시설 측은 A씨 주장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시설 소속 사회복지사 C씨는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프로그램은 시간표대로 운영했고 집합교육만 있는게 아니라 개인별로 진행되는 교육도 있다"며 "근로자들 근로시간이 다양해 종일반 근무를 하지 않는 경우 남는 시간은 훈련을 받는 조건으로 운영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C씨는 프로그램 운영 관련 점검에 대해 "시청에서 3년마다 시설 점검을 나오고 그 과정에서 관련 자료를 통해 검사를 받는다"며 "자료는 다 있다"고 했지만 연도별 운영 내용이나 시간표 등 구체 자료 제공을 요청하자 "내부 논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A씨가 제기한 수억 원대 미지급 추산에 대해서도 C씨는 "그 계산을 어떤 근거로 했는지 궁금하다"며 "프로그램 중 A씨에게 해당되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는데 다른 사람들까지 일괄적으로 확인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답했다.
이와는 별도로 앞서 학대 사건 당시 장애인 근로자들의 작업 현장을 촬영해 제보한 것으로 알려진 비장애인 근로지원인 5명이 최근 계약 종료 통보를 받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들은 장애인 근로자들이 작업을 하는 과정을 돕는 비장애인 근로자(파견직)로 1년 단위 계약직 근무자다.
이들 중 한 명은 "2022년부터 매년 관행적으로 재계약하는 방식으로 일해왔으나 이달 중순께 시설측에서 우리를 불러 '내년에는 연장하지 않겠다'고 통보했고 근로연장 계약을 하지 않는 사유에 대해서는 '최근 상황이 어수선해서'라는 황당한 설명을 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학대 사건 민원 제기와 영상 제보에 관여한 것에 대한 보복성 인사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시설은 "내부 운영 체계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어 결정한 것이며 보복성은 아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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