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싱크홀(지반침하)' 사고를 시민안전보험 보장항목에 포함시키기로 하면서 재난 피해에 대한 제도적 보완에 나섰다.
그러나 반복돼온 지반침하 사고의 구조적 원인과 공공기관의 책임 문제를 함께 짚지 않은 채 보상확대부터 내놓았다는 점에서 정책적 한계 역시 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9일 부산시는 내년 2월부터 시민안전보험 보장항목과 한도를 확대·강화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부산에 주민등록이 된 시민과 등록 외국인은 별도의 가입 절차 없이 자동으로 보험에 가입되며 사고 발생 지역과 관계없이 보장을 받을 수 있다. 개인 실손보험 가입 여부와 무관하게 중복 보장도 가능하다. 특히 최근 사회적 우려가 커진 싱크홀 사고를 신규 보장항목으로 포함시킨 것이 이번 개편의 핵심이다.
이번 조치는 부산지역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해 온 지반침하 사고에 대한 시민 불안을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최근 수년간 부산에서는 도심 도로 한복판에서 갑작스럽게 땅이 꺼지거나 보행로와 차도가 붕괴되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해왔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도시철도 공사 구간이나 대형 지하 굴착공사 인근에서 발생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개별 시공 문제를 넘어 공공 발주와 관리 체계 전반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반복적으로 제기됐다.
부산시 자료에 따르면 시민안전보험은 2022년 2월 도입 이후 운영 결과를 분석해 실질적 체감도가 높은 항목을 중심으로 보장 범위를 조정했다. 자연재해·사회재난 사망 보장금은 기존 13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상향됐고 폭발·화재·붕괴 사고, 대중교통 이용 중 사고, 스쿨존 교통사고 치료비, 성폭력범죄 피해 보상금 등 총 10개 항목이 보장 대상에 포함됐다. 싱크홀 사고의 경우 사망이나 후유장해 발생 시 최대 1000만원까지 보장된다.
문제는 이같은 보상 확대가 사고 예방과 책임 규명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부산의 지반침하 사고 상당수는 도시철도공사, 노후 상·하수관 교체, 대형 굴착공사 등 공공 인프라 사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었다. 그럼에도 사고 발생 이후 원인 규명과 책임 소재는 시공사나 하도급 구조로 분산되는 경우가 많았고 발주기관이나 관리 주체인 부산교통공사의 책임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는 비판이 이어져왔다.
실제로 과거 도시철도 공사 구간 인근에서 발생한 지반침하 사고 이후에도 재발 방지대책은 공사 현장 점검 강화나 기술적 보완 수준에 머물렀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사고가 반복되는데도 공공기관 차원의 구조적 관리·감독 책임을 묻는 제도 개선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시민 안전은 사후 보상으로 메워지고 사고 예방과 책임 강화는 뒷전으로 밀려왔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전문가들과 시민사회는 "보상 확대 자체는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시민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반복되는 지반침하 사고의 특성상, 공공 발주 사업의 관리·감독 체계와 교통공사를 포함한 공공기관의 책임 구조를 함께 점검하지 않으면 같은 사고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부산시의 시민안전보험 확대가 '사후대응'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사고 발생 원인에 대한 투명한 공개와 함께 공공기관의 예방·관리 책임을 명확히 하는 제도적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는 요구가 시민사회와 도시안전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싱크홀 보상이라는 결과만을 제시할 것이 아니라 왜 사고가 반복됐는지에 대한 답을 함께 내놓을 때 비로소 시민안전정책의 신뢰도 역시 확보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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