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남구 이기대 입구에 들어설 예정인 아파트 건설사업이 조건부로 행정절차를 통과했다. 그러나 경관 훼손을 줄이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층수는 일부 조정됐으나 개발 규모를 좌우하는 용적률은 그대로 유지되면서 심의 취지에 부합하는 결정이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12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 경관·건축소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아이에스동서가 추진하는 이기대 아파트 건립 사업을 조건부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해당 사업은 부산 남구 이기대 입구 일대에 아파트를 건설하는 내용으로 부산시 심의 절차상 사실상 마지막 단계에 해당한다.
아이에스동서는 당초 28층 2개 동 규모로 아파트 건설을 계획했으나 소위원회 심의 결과 각 동의 층수를 3층씩 낮춘 25층으로 조정했다. 다만 용적률은 기존 계획과 동일한 249.37%를 유지했다. 이에 따라 건물 높이는 기존 97.95m에서 88.9m로 약 9m 낮아졌지만 전체 개발 밀도에는 변화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파트 진·출입로와 맞닿은 동산교의 경우, 지난해 9월 통합심의를 거쳐 기존 12m에서 20m로 확장하기로 결정됐다. 왕복 2차로 구조는 유지하되 보도를 넓히고 차량 통행이 없는 교통섬을 도로 중앙에 배치하는 방식이다. 해당 교통섬은 향후 항만재개발사업과 연계한 활용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소위원회는 이와 함께 아이에스동서 측에 근린생활시설 최소 100㎡ 이상을 공공기부하도록 조건을 달았고 아파트 전면 15m 구간을 따라 공개 공지 확보도 주문했다. 공개 공지는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소규모 휴식공간을 의미하며 산책로와 공개 공지 연결부, 높이차로 발생하는 측벽 구간에 대해서는 통합적 디자인을 적용하도록 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이러한 조건이 경관 훼손과 난개발 우려를 해소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부산경제정의실천연대는 "용적률을 그대로 둔 채 층수만 조정한 것이 경관 조화에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소위원회 형식의 심의가 절차적으로 타당했는지에 대해서도 점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감사원 감사 청구도 검토하고 있다.
건축업계에서도 심의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의 한 건축업계 관계자는 "이번 이기대 아파트 관련 소위원회 심의가 통상적인 심의 절차보다 짧은 시간 안에 마무리됐다는 이야기가 업계에 돌고 있다"며 "형식적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심의로 비칠 수 있다"고 전했다.
앞서 부산시는 지난해 9월 주택건설사업공동위원회를 열어 경관·건축·교통·개발행위허가 등 4개 분야를 심사했으며 이 가운데 교통·개발 분야만 승인하고 경관·건축 분야는 소위원회 심의를 다시 거치도록 했다. 아이에스동서는 이후 재보완을 거쳐 이번 조건부 의결을 받았다.
아이에스동서가 남구청에 사업계획을 접수해 지구단위계획과 관련한 협의를 마무리하면 아파트 건설 승인 절차가 완료된다. 이후 분양과 착공 절차에 들어가게 되지만 층수 조정과 공개 공지 확보가 실제로 이기대 일대 경관 훼손을 얼마나 완화할 수 있을지를 두고 행정 결정의 타당성을 둘러싼 논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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