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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만든 '잔고 9억'…사법·수사도 'AI 검증' 시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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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만든 '잔고 9억'…사법·수사도 'AI 검증' 시대 열린다

영장심사에 제출된 AI 조작 잔고증명서 논란…문서·이미지 위조 확산에 '검증 인프라' 요구

인공지능(AI)이 만들어낸 '그럴듯한 증거'가 수사·재판 절차 한복판으로 들어왔다. AI로 조작된 잔고증명서가 영장심사 과정에 제출돼 판단에 영향을 준 정황이 알려지면서 사법·수사 시스템도 이제 'AI 위조'를 전제로 한 검증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11일 법조계와 언론에 따르면 부산동부지검 형사3부는 투자금 명목 등으로 약 3억2000만원을 가로챈 혐의(사기, 사문서위조 및 동행사 등)로 A씨(27)를 지난 6일 구속기소했다. A 씨는 지난해 8~10월 AI를 이용해 의사 국가시험 합격증, 가상화폐 보유 내역 등 허위 이미지를 만들어 투자자를 속인 혐의를 받는다.

▲부산지방검찰청 동부지청 전경.ⓒ프레시안(윤여욱)

사건의 핵심은 'AI 위조의 정교함'이 수사 단계의 서류 검증을 넘어 법원 절차까지 흔들 수 있다는 점이다. 보도에 따르면 A 씨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계좌에 9억원이 있는 것처럼 꾸민 잔고증명서를 제출했고 법원은 피해액 변제 약속 등을 종합해 영장을 기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검찰이 사실조회와 계좌추적 등을 통해 잔고증명서가 허위로 조작됐고 실제 잔액은 23원이었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영장이 다시 청구·발부되는 흐름으로 이어졌다.

이 사건을 단순히 "사법이 속았다"로만 정리하면 본질을 놓칠 수 있다. 영장심사처럼 제한된 시간 안에 여러 자료를 종합해야 하는 절차에서는 제출 문서의 진위를 즉시 가려내기 어렵다. 문제는 AI가 '문서·이미지의 신빙성'을 손쉽게 제작해내면서 기존의 상식적 감별방식만으로는 위험을 통제하기 어려운 단계로 넘어왔다는 데 있다.

현장에서는 대응 방향이 비교적 분명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영장·재판에서 재산 상태처럼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자료가 등장하면 금융기관 사실조회나 전자문서 진본 확인 등 '원본 기반 확인'으로 곧바로 연결될 수 있어야 하고 법원·검찰·경찰이 함께 쓸 수 있는 AI 위조 징후 체크 기준과 감정 프로토콜도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위조 의심 자료를 신속히 검증할 수 있도록 디지털포렌식 인력·장비·예산을 사법 인프라로 확충하는 작업이 뒤따르지 않으면 '그럴듯한 가짜'가 절차를 흔드는 사례는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AI는 이제 딥페이크 영상에 그치지 않고 시험합격증·거래내역·잔고증명서 같은 '결정적 서류' 영역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사법·수사기관이 AI 범죄의 속도에 맞춰 검증체계를 업데이트해야 한다는 경고음에 가깝다. AI가 만든 증거가 통용되는 시대라면, 그 증거를 가려내는 체계 역시 AI 시대의 기준으로 강화돼야 한다.

윤여욱

부산울산취재본부 윤여욱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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