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를 앞둔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이제 30주년에 이르렀다. 그러나 우리의 지방자치에 대한 평가는 그렇게 높지는 않은 것 같다. 주민들이 체감하는 지방자치의 효용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지방분권을 실질화하기 위한 재정분권이 미흡하고, 주요 권한은 여전히 중앙정부에 집중되어 있으며, 주민참여는 형식적이라는 점 등이 낮은 체감도의 원인으로 꼽힌다.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의 원인이 지방자치에 있다고 말한다면 과도한 진단이겠지만, 지방자치 30년에도 불구하고 지역 격차 문제 해결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그런데 지역이 감당해야 할 과제는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직면한 여러 위기는 지역을 매개로 나타나거나 지역을 통해 대응해야 하는 성격을 띄는 경우가 많다. 디지털 전환, 녹색 전환, 인구전환이 대표적이다. 흔히 '복합전환', '다중전환' 혹은 '삼중전환' 등으로 불리는 이 변화들은 매우 거시적인 변화로 여겨지지만 실제 전환의 부담은 지역을 중심으로 나타난다.
디지털·AI 전환의 위험은 노동시장을 통해 지역적으로 비대칭적으로 나타난다. 자동화에 취약한 정형적 직무의 일자리는 지역적으로 집중되어 있어, 자동화에 따른 일자리 충격 역시 지역적이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AI 산업은 집적의 이익이 강하기 때문에 수도권 집중을 심화하는 힘을 갖는다. 녹색전환의 부담 또한 지역적이다. 고탄소 산업은 특정 지역에 편중되어 분포하는 경향이 강하다. 녹색전환은 일자리를 없애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새롭게 만들어질 녹색 일자리가 고탄소 산업이 자리했던 그 지역에 들어서리라는 보장은 없다. 석탄 산업의 쇠퇴로 공동화된 국내외 여러 지역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결국 전환의 위험을 누가 어디서 감당할 것인가의 문제는 지역을 매개로 제기되며, 그 대응 또한 지역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인구전환 역시 분명하게 지역적인 문제다. 교육·일자리·문화 기회의 부족으로 청년층이 수도권에 집중되는 현상은, 한편으로는 수도권의 경쟁 압력을 높여 저출산을 부르고 다른 한편으로는 지역의 청년 유출을 통해 지역소멸을 낳는다. 나아가 비수도권의 인구 감소는 교육·의료·돌봄 등 필수 인프라의 축소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지역 인구 감소를 가속할 뿐 아니라 이러한 인프라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지역 노인들의 삶까지 위협한다.
우리가 직면한 복합전환 대응에서 '지역'이 필수적이라는 점은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해왔고, 정책적 대응도 시도되고 있다. 올해부터 시행된 '돌봄통합지원법'은 지역을 중심으로 의료·요양 등 돌봄 서비스를 강화하고자 하는 법률이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지역고용활성화법'은 지역이 주도하여 지역 상황에 맞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시도를 담고 있다. 그 밖에 최근 제정된 '지방분권균형발전법'이나 '인구감소지역지원특별법'은 각각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강화하고, 인구감소지역을 지원하고자 하는 법률들이다.
그러나 이런 법률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한편에서는 지방자치의 효과성에 대한 비판과 마찬가지로 지역에 재정도 권한도 부족한 상태에서 책임만 부과되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다른 한편에서는 지역이 주도적으로 지역 문제를 해결할 만한 역량이 부족하다는 점을 문제 삼는다. 사실 지역의 권한 부족과 역량 부족이라는 상반된 지적은 서로 맞물려 있다. 중앙정부는 지역의 역량이 부족하다고 여겨 충분한 권한을 이양하지 않으며, 지역의 권한 부재는 다시 역량을 축적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앞서 지적했듯 우리 시대의 위기는 지역을 매개로 나타나고 있으며, 따라서 그 해결도 지역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앙정부는 지역에서의 문제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권한과 재원을 이양해야 한다. 지역의 역량이 부족하다고 여긴다면 부족한 역량을 지원하는 체계를 갖출 일이지, 권한 이양을 망설일 일은 아니다.
지역은 지역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어야 한다. 그 기반의 핵심은 민주적 거버넌스다. 지역이 문제해결의 중심이 되어야 하는 중요한 이유 하나는, 지역이야말로 그곳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는 단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행정기관이 일방적으로 주도한다면 그 목소리가 제대로 담기리라는 보장은 없다. 행정기관이 시민의 목소리를 듣는 데 그치지 않고 시민을 문제해결의 주체로 세울 수 있어야 하는 이유다. '돌봄통합지원법'이 실제 지역의 돌봄 필요에 부응할 수 있을지, '지역고용활성화법'이 지역에 맞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결국 행정기관과 돌봄·노동·시민사회의 주체들이 어떤 협력체계를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 행정기관과 시민사회가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협력하는 민주적 거버넌스를 갖추는 것이야말로, 종종 의심받는 지역의 문제해결 역량을 키우는 가장 좋은 길이다. 6.3일 지방선거가 바로 그 역량을 가늠하고 다시 세우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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