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논의가 한창인 가운데, 플랫폼·특수고용 노동자들이 도급제 최저임금 적용을 주제로 한 증언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대기·이동·준비 시간 등 노동시간의 상당 부분이 임금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등 이유를 들며 최저임금 적용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9일 도급제 최저임금 적용 요구를 위해 세종 고용노동부 앞에 차려진 농성장에서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증언대회를 열었다. 화물기사, 학습지 교사, 배달 라이더, 대리운전기사, 웹툰작가 등이 참석했다.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인 이들은 통상 사용자의 지휘감독이나 플랫폼기업이 짠 알고리즘에 따라 노동자처럼 일하지만, 근로계약을 맺지 않고 일감에 따라 보수를 받는 도급제 계약을 맺는다는 이유로 최저임금 적용을 받지 못한다.
내 임금을 한 마디로 표현하는 것을 주제로 한 이날 증언대회에서 화물기사는 "내 임금은 쥐꼬리, 깎인 대가, 불공정한 운임"이라며 "하루종일 운전하고 대기하고 짐을 나르지만 임금으로 인정되는 시간은 짧은 순간뿐"이라고 말했다.
학습지 교사는 "내 임금은 상시 할인 중"이라며 "회사는 내 하루를 풀 코스로 쓰지만, 임금은 수업 몇 건만 단품 계산한다"고 말했다. 이동, 대기, 상담 등 대부분의 노동시간에 임금이 책정되지 않고 오직 수업시간에 대해서만 임금이 책정되는 상황을 나타낸 말이었다.
배달 라이더는 자신의 임금이 "오징어 먹물" 같다고 표현했다. 플랫폼 기업이 알고리즘을 통해 일방적으로 일감과 보수를 책정하는 탓에 "내가 받는 임금이 정당한지, 무엇이 빠졌는지, 누가 어떻게 정했는지 알 수 없다"는 뜻에서였다.
대리운전 기사는 "내 임금은 빛 좋은 개살구"라며 "앱 화면에는 매출이 찍히지만, 통장에는 비용을 뺀 현실만 남는다"고 했다. 플랫폼 기업이 임금에서 수수료, 관리비, 보험료, 프로그램 사용료 등을 제하는 일을 겨냥한 것이었다.
참석자들은 최저임금을 적용받아 수입이 늘게 되면, 여가시간을 늘려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병원 진료를 미루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고 밝혔다.
이날 노동부에서 열린 제4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는 도급제 최저임금 적용을 두고 노사 위원 간에 공방이 오갔다.
근로자위원들은 해외 사례를 보면 도급제 최저임금 적용이 가능하며, 특히 건당 임금제 하에서 장시간·위험 운전을 강요받고 있는 택배·배달 노동자의 산재 사망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류기섭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사무총장은 "뉴욕·시애틀 배달라이더 최저임금 산정, 영국 공정단가 제도, 한국 화물 안전운임제 등은 도급제 최저임금을 설계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해당 사례에서 "최저임금과 공정한 단가가 보장되자 노동자들의 숙련도가 향상됐고, 안전이 강화됐으며 이직률과 사고가 줄어드는 등 노동생산성이 향상됐다"고 했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지난해 산업재해 사망자 5명 중 1명이 택배·퀵서비스 등 특수고고용 노동자였다"며 "배달 플랫폼 노동의 낮은 수수료, 콜 취소 시 부과되는 일률적 페널티, 콜 수락률에 따른 배달비 차등 지급 등 과도한 착취 구조 자체가 사고 위험을 높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경영계는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는 최저임금 적용 대상이 아니라며 논의 자체에 반대했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법원에서 근로자성을 인정받은 일부를 제외하면 개인사업자"라며 "최임위가 근로자성을 판단할 수 없고, 적용 대상 여부도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최저임금 기준을 정할 수 없다"고 했다.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도 "어느 국가도 도급계약을 최저임금으로 다루지 않는다"며 "도급제 최저임금 적용은 종사자 이탈과 일자리 감소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현재 진행 중인 도급제 최저임금 적용 논의의 법적 근거는 최임위가 도급제 노동자의 최저임금을 따로 정할 수 있게 한 최저임금법 제5조 3항이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올해 최임위에 이 문제를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도급제 최저임금 적용 여부가 다음 최임위 전체회의에서 표결로 결정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최임위원은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으로 구성돼 있어 이 경우 공익위원이 가부의 키를 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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