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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지방이전, 최대한 많이 하는 것이 최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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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지방이전, 최대한 많이 하는 것이 최선일까

[균형발전의 길을 다시 묻다] ③ 공공기관 지방이전, 원점 재검토 필요

정부는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1차 공공기관 지방이전과 혁신도시 정책의 성과와 한계에 대한 충분한 평가 없이, 2차 이전 논의가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공공운수노조는 이번 연속기고를 통해 1차 지방이전의 경험을 되짚고, 일·가정 양립과 노동자의 삶, 공공기관의 기능과 공공성, 지역균형발전의 방향을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단순한 기관 이전을 넘어 지역발전과 공공성 강화가 함께 실현될 수 있는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방향을 모색하는 데 이번 기고가 작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

사회대개혁 기대 못 미친 이재명 정부 1년, 말만 앞서는 운영 개선해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종료됐다. 이번 선거에서 지방의제는 사실상 실종됐다. 거대 양당의 공약 모두 지역 주민의 삶과 밀접한 문제에 대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해결책 제시는 빈약한 채 AI와 친환경으로 포장된 구태의연한 개발 정책 재탕에 그쳤다. 지방선거가 중앙 정치의 대리전으로 변질되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방선거는 끝났지만 지역의 삶과 정치가 조금은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는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될까?

이재명 대통령은 지방선거 결과를 두고 "국민들이 이재명 정권에게 보내는 경고"라며 "국민의 뜻을 겸허하게 받들겠다"고 하면서도 국정기조의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더욱 속도감 있는 국정 추진을 선언했다. 반성은 하지만 변화는 없다는 대통령의 말에 많은 국민이 실망하고 있다. 이후 하락을 지속하며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는 대통령 지지도가 이를 방증한다.

이재명 정부가 진심으로 지방선거 민심을 수용하겠다면 속도전으로 내달릴 것이 아니라 지난 집권 1년의 한계와 잘못에 대한 냉정한 평가부터 해야 한다. 이재명을 대통령으로 선출한 많은 국민은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평범한 시민의 문제를 해결하는 진정한 개혁 정부를 기대했다. 하지만 지난 1년간 이재명 정부가 보여준 모습은 이러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개혁을 표방했지만 실행 과정에서는 후퇴하거나 갈팡질팡했다. 부동산 투기 억제를 강조했지만 핵심적 도구인 부동산 세제 개편이 뒷받침되지 못했고 공공임대주택 공급이나 주거 복지 정책은 부재했다. 반도체 깜짝 호황으로 경제 규모는 성장했지만 고용과 분배는 악화되었고 그 피해는 2~30대 청년세대에게 집중되었다. 더 이상 겉만 번지르르한 정책, 말만 앞서고 집행은 일관적이지 않은 정부를 국민은 믿지 않는다.

▲지난달 9일' 일방적·졸속적 2차 지방이전 반대, 노정협의 촉구, 혁신도시 정주여건 개선' 공공운수노조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대형 현수막에 붙인 요구안 스티커. ⓒ

대기업 퍼주기와 정쟁의 도구로 변질되고 있는 국토균형발전

국토균형과 지역 활성화 정책 역시 발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이재명 정부는 5극 3특, 행정통합, 공공기관 지방이전 등 관련 정책을 종합적인 전략과 상호 연관 없이 중구난방으로 추진해왔다. 더구나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 정부 여당이 쏟아낸 각종 산업 유치 약속과 개발 공약은 혼란을 더하고 있다. 행정통합법은 대기업을 위한 공공 규제 해체와 민영화 독소 조항으로 가득하다.

그 정점은 6월 29일 3대 메가 프로젝트 발표회에서 일국의 대통령이 재벌 총수들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는 모습이었다. 정책 발표 이후 입지 결정의 공정성에 대한 논란과 투자 제외 지역의 반발과 여·야간 정쟁까지 겹쳐 사회적 갈등이 극대화되고 있다. 반도체 투자가 지역 주민에게 얼마나 실질적 혜택이 돌아갈지도 불확실하다. 반도체 몰빵 정책이 경제 불균형과 사회 불평등, 생태 위기를 심각하게 키우는 부작용이 이미 나타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보완 대책도 없다. 결국 메가 프로젝트의 최대 수혜자는 지역도 국민도 아닌, 재벌 대기업이 될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공공기관 지방이전도 신속하게 추진할 계획이다. 300여 개의 이전 대상 공공기관을 두고 이미 각 지역의 유치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국토균형과 지역활성화에 도움이 되는지는 정부도 지자체도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몇 개를 내려보냈고 몇 개를 유치했다는 정치적 성과만이 중요할 뿐이다.

지금의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지난 1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성과와 한계는 이미 확인됐다.(☞관련 글 바로가기 :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1차 때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① 수도권 인구의 직접적 분산, ② 지역에 양질의 일자리 공급, ③ 신도시를 중심으로 한 지역 정주 여건 개선, ④ 산-학-연 클러스터 형성을 통한 혁신 성장을 통해 국토균형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됐다. 하지만 수도권에서 지역으로 인구 분산의 효과는 반짝 효과에 그쳤고 일자리 창출은 제한적이었다. 혁신도시의 정주여건은 여전히 수도권에 비해 열악하며, 산-학-연 클러스터는 극소수의 사례를 제외하고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1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에 포함된 이전 직원은 약 4만 명이었다.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대상 기관의 직원 수는 그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매년 수도권으로 4만 명의 인구가 순유입된다. 가족과의 동반 이주를 고려해도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수도권 인구 집중을 1년 늦출까 말까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수도권으로 인구가 집중되는 이유는 명확하다. 청년 세대의 수도권 이주 원인 1위는 일자리다. 100명짜리 공공기관을 어느 지역으로 내려보내면 3~4개 새로운 일자리가 생긴다. 이전 공공기관의 직원 규모가 3만 명이라면 1년에 1000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긴다. 새는 독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지난달 9일 '일방적·졸속적 2차 지방이전 반대, 노정협의 촉구, 혁신도시 정주여건 개선' 공공운수노조 결의대회에서 엄길용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공공기관 지방이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정부는 지금이라도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관성적·졸속적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 국토균형발전과 지역 활성화라는 목적에 부합하는지를 기준으로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첫째, 최대한 많은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 수도권에 남아 있는 공공기관은 과거 1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당시 수도권 잔류의 합리적 필요성이 인정되어서 남은 기관들이다. 수도권 지역의 국민에게 대체 불가능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경우, 연관 기관이나 사업이 수도권 기반일 수밖에 없어 지방 이전 시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 시설과 장비 등 이전 비용이 너무 커서 이전의 기대효과보다 비용이 큰 경우, 기관의 규모가 작아 이전으로 인한 수도권 분산 효과는 작고 기관 운영의 부담이 큰 경우, 지역에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이 있어 이전시 업무 중복이 발생하는 경우 등이 이유였다. 지방이전은 각 공공기관의 대국민 공공서비스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추진되어야 하며 이전 기관의 선정은 합리적 근거를 가지고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

둘째. 기관 본사의 물리적 이전만이 아니라 공공기관의 지역 내에서의 역할 강화도 주요한 수단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공공기관의 본사를 지방으로 내려보내는 것보다 공공기관이 지역 일자리 확대에 기여할 수 있는 더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 공공기관의 각 지역 조직이나 지방 공공기관에서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다. 이는 일자리 뿐 아니라 지역의 공공서비스를 확대하여 정주 여건을 개선하는 효과까지 낼 수 있다. 관리 조직인 본사와 대민 업무 조직인 지역 조직의 역할 차이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정부가 각 지방정부의 사회서비스원에 대한 지원을 늘려 일자리를 확대하고 지역의 공공돌봄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게 할 수 있다. 정부가 공공교통망을 확충하여 일자리를 늘리고 지역 주민의 이동권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기관을 이전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 공공서비스와 공공일자리를 늘리는 방법을 찾는 것이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과 비용도 최소화하고 지역 활성화에 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셋째, 분산이 아니라 집적의 관점이 더 강조되어야 한다. 수도권 집중을 만드는 구조적 원인을 해결하지 않은 채 이루어지는 자원의 분산은 일시적인 효과만 있을 뿐이다. 공공기관만 이전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대학, 연구소 등이 함께 혁신 거점을 형성할 수 있어야 비로소 균형발전이 가능하다. 물론 1차 지방이전에서도 집적이 강조됐다. 하지만 지역으로 내려보낼 공공기관을 정해 놓고 끼워 맞추는 식이었다. 내려갈 공공기관을 정해 놓고 포장하는 방식이 아니라, 각 지역에 맞는 산업, 혁신 성장 전략을 수립하고 이에 적합한 공공기관을 이전 대상으로 찾아야 한다. 반대로 집적의 효과를 만들 수 없는 공공기관이라면 이전에서 제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넷째, 2차 지방이전과 무관하게 혁신도시의 정주여건은 개선되어야 한다. 1차 지방이전으로 혁신도시의 기본적인 뼈대는 만들어졌다. 하지만 정주 여건은 여전히 취약하다. 혁신도시를 누구나 살고 싶은, 모두가 살기 좋은 도시가 되도록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교통-의료-복지-문화 등 필수서비스 관련 최소한 세종시 수준의 정부와 지자체 지원이 있어야 한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다양한 가치의 종합적 고려와 복잡한 사회적 이해관계의 조율을 필요로 하는 정책이다. 정부가 밀어 붙인다고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1주체인 노동조합과 정부의 지속적인 협의, 사회적인 공론장을 통한 충분한 논의와 검토가 정책 추진에 선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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