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참교육'이 아니라 '참인권'이 먼저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참교육'이 아니라 '참인권'이 먼저다

[인권의 바람]학교에 필요한 건 폭력 아닌 인권의 연대

나는 20세기 말과 21세기 초 사이에 학창 시절을 보냈다. 그 시절은 확실히 지금보다 더 야만적이었다. 체벌과 촌지가 존재하던 시기에 학교를 다닌 사람이라면 트라우마가 될 만한 폭력의 기억 한두 가지 정도는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나 역시도 초중고 시절 모두 교사로부터 문자 그대로 '피 터지게' 맞은 기억이 있다.

고교 시절 동아리 활동에 깊은 애착을 가졌던 나는 졸업 후 오랜만에 후배들과 마주했다. 대화 속에서 학교 내 체벌이 사라지고 복장의 자유가 확대됐다는 소식을 접했고, 교육 현장의 인권 환경이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었다.

그 누구에게도 유익하지 않은 체벌과 촌지가 사라진 것은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 국가인권위원회 출범 이후 제정된 학생인권조례와 국민권익위원회의 강력한 부패 방지 정책(김영란법)이 큰 영향을 미쳤다. 국가인권위원회 출범과 학생인권조례 제정은 당연히 시민들의 인권 의식이 향상된 결과다.

그런데 최근에 다시 교육 현장의 인권이 후퇴하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참교육> 이라는 글로벌 OTT의 한 시리즈물로부터 시작된 '교권 보호'에 대한 기이한 역풍은 결국 어렵게 쌓아 올린 학생 인권의 토대마저 흔들고 있다. 서울시 학생인권조례를 둘러싼 폐지 논란에 더해 안민석 경기도 교육감 당선자가 미디어 속 설정을 차용한 강력한 '교권보호국' 신설을 제안하는 등 교육 현장을 통제와 사법 중심의 공간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교육이 있어야 할 자리에 규제와 감시만 남겨두며 교육계 전반의 인권 환경을 과거 권위주의 시대로 회귀시키는 현 상황에 깊은 우려를 지울 수 없다.

교사에게 체벌 권력이 없는 게 문제다?

<참교육>은 첫 화만으로도 이 콘텐츠가 지닌 다층적인 결함을 직감할 수 있었다. 작품은 교육 현장의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교육부 내에 '교권보호국'이라는 가상의 초법적 부서를 상정한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이들이 교권을 보호하는 '방식'에 있다. 압도적인 신체 능력을 지닌 교권보호국 직원들은 학교폭력 가해자들을 무자비한 물리력으로 '징벌'하며 이를 교육이라 명명한다. 극 중 서사는 비단 학폭에만 머무르지 않고 마약, 도박, 교권 침해 등 교육 현장의 다양한 병폐로 뻗어나가지만, 이를 타개하는 방식은 결국 '폭력을 폭력으로 제압하는' 악순환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연출을 맡은 홍종찬 감독은 원작의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고 밝혔으나, 정작 그 원작 웹툰은 연재 당시 혐오 정서와 여성 비하 논란으로 거센 비판을 받았던 작품이다. 이러한 자극적인 사적 제재와 혐오의 가치관 위에 세워진 서사가 교육 현장의 대안이 될 수는 없다.

드라마 '참교육'의 기저에는 '체벌로만 교화할 수 있는 학생이 존재하므로, 교사에게 과거의 강력한 체벌 권력을 돌려주어야 한다'는 거친 전제가 깔려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교육 현장을 뒤흔든 교권 침해의 본질은 교사에게 엄벌할 권한이 없어서가 아니라, 노동자로서의 정당한 권리가 결여됐기 때문이다.

교사 역시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 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온전히 누려야 마땅한 노동자다. 나아가 한국 법제는 부당한 간섭 배제(교육공무원법 제43조), 신분 보장(교원지위법 제6조), 보수 우대(교원지위법 제3조)를 비롯해, 최근 신설된 정당한 생활지도의 면책권(초·중등교육법 제20조의2)과 보호자의 의무 명시(초·중등교육법 제18조의5) 등 교원의 권리를 다각도로 명시하고 있다.

설령 법문으로 다 담아내지 못할지라도 교사의 인간적 존엄과 노동 인권은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 교사에게 끝없는 희생과 헌신을 강요하는 인식을 개선할 수 있는 것은 학생에 대한 더 강력한 체벌권이 아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한 인간이자 노동자로서 누려야 할 존엄과 인권이다.

참인권이 보장되는 것이 먼저다

이렇듯 작금의 교육 현장이 마주한 다층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할 가치는 단연 '인권'이다. 학생과 교사 모두의 인권이 온전히 보장될 때 비로소 구성원 간의 진솔한 소통과 신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교육 현장의 갈등은 미디어나 웹툰 속 서사처럼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가 분명하게 나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가해자를 징벌하며 카타르시스를 주는 '사이다식 결말'이 아니다. 문제의 근원을 추적하고, 그 밑바닥에 도사린 제도적 모순과 문화적 함정을 집요하게 짚어내며 구조를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끈기다.

구성원의 안전과 권리 보장은 배제한 채 위계와 통제만을 강요하는 공간은 결코 바람직한 교육의 터전이 될 수 없으며, 미디어가 부추기는 폭력적 제재 역시 현장의 대안이 될 수 없다. 결국 우리가 당면한 교육 현장의 위기는 서로의 존엄을 승인하는 '인권의 연대'가 튼튼할 때 헤쳐나갈 수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넷플릭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