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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윤의 로컬푸드 이야기] 로컬푸드 창업, 꼭 식당일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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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윤의 로컬푸드 이야기] 로컬푸드 창업, 꼭 식당일 필요는 없다

지역의 재료를 발굴하고, 이야기를 쓰고, 연결하는 사람들

로컬푸드로 창업하고 싶다는 청년들을 만나 보면 대부분 같은 그림을 그린다. 지역 식재료로 요리하는 작은 식당이나 카페. 그러다 목돈과 주방, 그리고 하루 열두 시간 노동이라는 벽 앞에서 이내 주저앉는다. 나는 그럴 때마다 이렇게 말해 준다. 로컬푸드 창업이 꼭 식당일 필요는 없다고. 요리를 잘하지 못해도, 큰돈이 없어도 시작할 수 있는 길이 생각보다 훨씬 넓다고 말한다.

요리 말고도, 빈자리는 많다

지역의 좋은 농산물이 우리 식탁에 오르기까지는 긴 길이 있다. 누군가는 그 재료를 찾아내야 하고 누군가는 그 가치를 알려야 하고 누군가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이어야 한다. 요리는 그 긴 길의 한 토막일 뿐이다. 다시 말해, 로컬푸드의 세계에는 요리 말고도 청년이 채울 수 있는 빈자리가 많다. 오늘은 그 가운데 세 가지, '발굴하고, 이야기 쓰고, 연결하는' 창업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첫째, 발굴하는 사람. 전국 방방곡곡에는 알려지지 않은 좋은 것들이 숨어 있다. 어느 마을 할머니가 몇십 년째 담그는 장, 특정 지역에서만 나는 토종 작물, 규격에 안 맞아 헐값에 넘어가는 뛰어난 품질의 농산물. 이런 것을 알아보는 '눈'을 가진 사람은 그 자체로 창업할 수 있다.

지역 식재료를 발굴해 셰프와 식당, 소비자에게 소개하는 큐레이터이자 바이어. 와인에 소믈리에가 있고 커피에 디렉터가 있듯, 우리 농산물에도 숨은 보석을 찾아내 세상에 연결하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발로 뛰며 산지를 찾아다니고 맛과 품질을 가려내고 좋은 것을 알아보는 감각. 이것은 큰 자본이 아니라 부지런함과 안목으로 시작하는 창업이다.

둘째, 이야기 쓰는 사람. 로컬푸드의 가장 큰 무기는 '이야기'다. 같은 상추라도 "오늘 아침 옆 마을 밭에서 딴 상추"라는 한마디가 붙으면 값이 달라진다. 그런데 정작 좋은 것을 만드는 생산자들은 그 이야기를 글과 사진, 영상으로 풀어내는 데 서툰 경우가 많다. 바로 여기에 청년의 자리가 있다.

생산자와 재료에 이야기를 입히는 사람. 농부의 삶과 철학을 글로 쓰고 재료의 매력을 사진과 영상으로 담고 그것을 하나의 브랜드로 다듬는 일. 요즘 청년들이 가장 잘하는 것이 바로 이 '이야기 짓기'다.

글솜씨가 있다면 지역 먹거리 매거진이나 브랜드 스토리를, 영상에 강하다면 산지와 생산자를 담은 콘텐츠를, 디자인 감각이 있다면 패키지와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 요리는 못해도 좋은 것을 좋아 보이게 만드는 재능만으로 충분히 창업할 수 있는 것이다.

셋째, 연결하는 사람. 좋은 재료를 찾고 이야기를 입혔다면 이제 그것을 소비자에게 이어 주는 일이 남는다. 이 '연결'도 훌륭한 창업이다.

모양이 못나 버려지던 농산물을 정기적으로 배송해 주는 구독 서비스, 지역의 제철 농산물을 골라 담아 보내는 꾸러미, 여러 지역 생산자의 좋은 먹거리를 한자리에 모은 온라인 편집숍. 이런 사업들은 이미 여러 청년이 뛰어들어 성과를 내고 있다.

큰 매장도, 주방도 필요 없다. 필요한 것은 생산자를 향한 신뢰와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읽는 감각, 그리고 서로를 잇는 부지런함이다. 생산자에게는 판로를, 소비자에게는 좋은 먹거리를, 그리고 자신에게는 일자리를 만드는 창업이다.

다만, 알맹이가 있어야 한다. 이 세 가지 길에는 공통의 조건이 하나 있다. '진짜'여야 한다는 것이다. 발굴한 재료가 정말 좋아야 하고 입힌 이야기가 사실이어야 하며 연결한 먹거리가 믿을 만해야 한다.

예쁜 포장과 그럴듯한 이야기로 잠깐 눈길을 끌 수는 있어도 알맹이가 부실하면 소비자는 금세 등을 돌린다. 겉을 꾸미는 감각은 손님을 한 번 부르지만 다시 부르는 것은 언제나 진짜 좋은 내용물이다.

청년의 감각과 디지털 역량은 분명 큰 무기지만 그 무기는 좋은 재료와 진실한 이야기라는 알맹이 위에 얹혀야 오래간다.

로컬푸드 창업은 큰돈으로 큰 가게를 여는 일이 아니다. 지역의 좋은 것을 알아보는 눈과 그것을 자기 방식으로 풀어내는 창의만 있다면 누구나 시작할 수 있다.

다음 글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지역의 흔한 식재료를 과학의 힘으로 '색다른 것'으로 새로 태어나게 하는 창업의 길을 이야기하려 한다.

문상윤

세종충청취재본부 문상윤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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