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쿠팡을 비롯한 미국 기업을 차별적으로 대우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보고서를 미 하원 법사위원회가 발간한 데 대해 정부는 사실과 다른 보고서 내용에 유감을 표명하면서,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 이후 발간된 공동설명자료(JFS, 조인트 팩트시트)에 근거해 미국 디지털 기업을 비차별적으로 대우하고 있다는 점을 적극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2일 박일 외교부 대변인은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진행된 정례브리핑에서 "올해 2월 미 하원 법사위에 쿠팡 관련 비공개 진술에서 정부는 그동안 미 법사위 측과 소통하면서 우리 입장을 충실하게 설명해 왔다"라며 "그런데 7월 1일(현지시간) 발표된 법사위원회 보고서는 쿠팡측의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 유감을 표한다"라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쿠팡에 대한 조사 및 조치는 우리 국내법에 따라서 적법하고 비차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우리 정부는 국적과 관계가 없이 공정한 기업 활동 환경을 보장하고 있다"라며 "우리 정부가 쿠팡에 대해서 차별적인 조사와 부당한 규제를 지속하고 있다는 보고서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정부는 앞으로도 법사위를 비롯한 미 의회 및 행정부를 지속 접촉하여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한편, 우리 정부가 미국 디지털 기업을 비차별적으로 대우한다는 한미 공동 설명자료 JFS상의 약속을 충실하게 이행하고 있음을 적극 설명할 예정"이라며 "아울러 쿠팡 관련 이슈가 한미 간 안보 논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미측과 지속해서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미 법사위 보고서는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해 전직 직원이 불만을 품고 시스템에 무단으로 접근했다면서 "한국 정부는 (사건 이후) '범정부적인 총공격'"을 쿠팡에 대해 진행했다고 서술했다.
그러면서 보고서는 한국 국가정보원이 쿠팡 측에 해킹 피의자인 전직 직원의 노트북과 자술서를 회수하도록 강요했다는 쿠팡 측 주장을 적시했다. 또 한국 대통령실의 고위 인사가 해킹 의자의 전자기기 회수를 위해 국정원과 긴밀히 협조할 것을 쿠팡에 요구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보고서는 "한국 대통령실의 고위 관계자가 쿠팡에 (해킹을 한) 전 직원의 기기를 회수하여 국가정보원에 인계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도록 구체적으로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쿠팡 직원은 "쿠팡과 정부가 정보 보안 및 한국 국민의 국가 안보를 위해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2025년 12월 15일 쿠팡은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에게 국가정보원과 협력하여 상하이에서 피의자의 데스크톱 PC와 하드 드라이브를 확보했다는 점을 알렸고, 기기를 안전하게 한국으로 반환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논의했다"며 "이 대화에서 해당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보고하겠다고 말했다"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국정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유출자(피의자)의 IT 장비 확보 등 일련의 과정이 국정원의 지시·명령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는 쿠팡 측의 주장은 명백한 허위"라고 반박했다.
국정원은 "'사고 조사'에 대해 쿠팡 측에 어떤 지시·명령이나 강요한 사실이 없다"며 "국정원법 제4조(직무)에 근거, 외국인에 의한 대규모 정보유출 사태를 국가안보 위협 상황으로 인식하여 관련 정보 수집 및 피해확산 방지를 위해 쿠팡 측과 업무협의를 진행했다. 쿠팡 측은 이 업무협의 전반에 걸쳐 국정원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주장 하지만, 국정원은 앞서의 직무 규정에 따라 쿠팡 측과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관련 필요정보 공유를 위한 협의를 했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국정원은 "이 과정에서 쿠팡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도 쿠팡이 경찰에 이미 제출한 자료 중 일부를 제공 받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정원에 따르면 쿠팡 측은 지난해 12월 6일 "유출자와 직접 접촉하고 싶다"며 국정원에 문의를 해왔는데, 국정원은 "최종 판단은 쿠팡이 하는 것이 맞다"고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고 전했다.
국정원은 "유출자가 중국으로 도피하여 보관하던 IT 장비 회수를 국정원이 주도했다"는 쿠팡 측의 주장도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국정원은 다른 정부기관을 통해 "중국인 유출자의 IT 장비를 확보했으니, 국내로 이송할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는 쿠팡 측의 요청을 전달받기 전까지는, 쿠팡과 업무협의를 진행했던 실무 직원은 물론 어느 누구도 "IT 장비"의 존재와 쿠팡 측의 확보 사실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전했다.
국정원은 "이러한 상황에서 쿠팡 측이 다른 정부기관을 통해 국내로의 장비 이송을 먼저 요청하였고, 이에 국정원은 유출자가 하천에 유기한 노트북 등에 우리 국민 3300여만 명의 개인정보가 저장돼 있을 수 있다는 판단하에, 해당 장비가 유실·탈취되지 않도록 안전하게 국내 이송을 지원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지난해 12월 9일 "국정원이 '데이터 분석'을 위해 한국의 특정 사이버 보안업체 고용을 제안했다"는 쿠팡 측 주장 역시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국정원은 "쿠팡 측이 먼저 '미국 업체의 분석결과 회신이 느리다'며, 국내 업체 소개를 요청해와 일반적인 수준의 정보를 공유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국정원은 "쿠팡 측의 일방적인 허위 주장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앞으로도 진상 규명을 위한 제반 활동에 적극 협조해 나갈 방침"이라면서 이미 지난해 12월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명백한 허위 내용을 주장한 쿠팡 대표에 대해 엄중 경고와 함께 위증죄로 고발해 줄 것을 국회 측에 요청한 바"있으며 "이에 따라 국회로부터 고발장을 접수한 경찰은 현재까지 쿠팡 대표의 '위증 혐의'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혀 쿠팡 측 주장에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보고서는 미 하원 법사위가 공식적으로 채택한 것이 아니라 공화당 소속의 보좌진들이 작성한 35쪽 분량의 '임시 중간 보고서(interim Staff Report)'이긴 하지만, 쿠팡 측의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담고 있다는 점에서 공정성이 결여되고 신뢰성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한국 정부가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미 의회 측에 지속적으로 정부 입장을 설명해 왔음에도 이러한 보고서 내용이 나온 것과 관련, 미 의회가 사실상 방향성을 정해 놓고 있어 한국 정부의 입장이 의도적으로 배제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트럼프 2기 정부 들어 미 의회가 해외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미국 기업들의 대우 문제에 대해 역대 어느 의회보다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과거에는 외국에서 활동하는 미국 기업 문제를 두고 청문회를 하는 것이 굉장히 예외적이었는데 트럼프 정부 집권 이후 제재 및 청문회 등도 자주 열리고 있는 상황이다.
미 하원은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에 대해서도 강경한 대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 지난해 7월 25일 미 하원 법사위는 '유럽연합의 디지털서비스법(DSA)이 어떻게 글로벌 검열을 강제하고 미국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가'라는 제목의 임시 중간 보고서에서 유럽연합의 법안을 두고 "포괄적인 디지털 검열법"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미 정부가 이 사안과 관련해 해당 인사를 제재한 적도 있다. 지난해 12월 22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DSA 입법을 주도했던 티에리 브르통 전 EU 내부시장 담당 집행위원에 대해 신규 비자 발급 및 입국을 제한하는 조치를 부과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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