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욱 울산시장이 취임 전 이미 발주 계약까지 체결된 울산도시철도 1호선 트램 사업을 두고 법률적·행정적 중단 방안을 다시 찾으라고 지시했다. 트램이 들어서는 울산 남구의 교통 혼잡과 시민 불편을 우려해 사업 재검토에 나섰지만 계약을 중단하면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고 그대로 추진할 경우에는 사업비 증가와 국비 지원 중단 위험까지 떠안을 수 있어 울산시가 진퇴양난에 빠진 모습이다.
28일 울산시는 김 시장이 지난 27일 시청 상황실에서 경제부시장과 관련 실·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트램 사업 긴급 대응회의를 열고 사업을 합법적으로 중단하거나 재검토할 수 있는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고 밝혔다. 김 시장은 지난 1일 취임한 이후 트램 1호선이 남구 주요 도로에 미칠 교통 영향과 운영 적자, 울산지역 간 교통 형평성 등을 문제 삼으며 사업 재검토를 추진해 왔다.
시는 트램과 관련해 시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공론화 절차 도입을 추진했으나 관련 조례안이 지난 16일 울산시의회에서 부결됐다. 이후 김 시장은 현대로템과 한신공영 등 계약 업체를 상대로 사업 중단이나 계약 변경 가능성을 타진했지만 손실 보상 없는 장기간 공사 중단이나 계약 변경은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받았다. 김 시장은 지난 24일 현대로템 측과 협의를 마친 뒤 "시장에게 사업을 멈출 법적 권한이 없다면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고 시민에게 도움이 되는 사업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날 긴급회의에서 김 시장은 "트램을 둘러싼 생산적인 논의와 공론화는 필요하지만 소모적인 논쟁이 계속돼서는 안 된다"며 "7월이 가기 전에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트램 1호선이 태화강역에서 신복교차로까지 남구 지역을 중심으로 운행되는 점을 거론하며 "중구와 북구, 동구, 울주군 시민들에게는 상대적 박탈감을 주면서 남구 시민들에게는 생활 마비 우려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시장은 "왕복 차로 일부가 철도 전용 궤도로 바뀌면 자동차 통행이 크게 불편해질 수 있다"며 "도대체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 사업인지 의문이 있지만 시장이 함부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시민들이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시민 공론화를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수요 재조사와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 등에 최소 9개월에서 1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실제로 공론화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울산시는 지난 3월 현대로템과 수소전기트램 9편성을 제작하는 634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으며 한신공영 컨소시엄과도 설계·시공 일괄입찰 방식의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계약서에 따라 울산시가 별도의 비용 없이 사업을 중단할 수 있는 기간은 최대 60일가량이며 이 중 이미 절반 정도가 지난 것으로 파악됐다. 또 현대로템과 한신공영 측도 손해배상이나 손실 보상 없이 약 1년 동안 사업을 멈추는 변경 계약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시장은 "실시계획도 확정되지 않았고 환경영향평가도 끝나지 않았는데 발주 계약이 이미 체결돼 사실상 본계약을 강제하는 효과가 생겼다"며 "시장에 취임하고 가장 놀라고 당황스러웠던 부분이 이미 계약이 체결돼 있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60일을 넘겨 공사를 중단하면 울산시가 이자 상당의 비용이나 계약 상대방의 손실을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울산시가 정부법무공단과 복수의 법무법인 등에 법률 자문을 진행한 결과도 현재까지는 부정적이다. 시 정책기획관은 회의에서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지 않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계약을 해지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 법률 자문의 결론"이라며 "계약서상 약정 해지 사유도 찾기 어렵다"고 보고했다.
김 시장은 이에 따라 사업 중단 방안을 법률적 접근과 행정적 접근, 업체와의 합의를 통한 접근 등 세 갈래로 나눠 재검토하라고 주문했다. 김 시장은 "계약을 무효화하거나 취소할 수 있는 사유가 있는지도 법률기관에 추가로 확인해 달라"며 "국토교통부 등 중앙정부와 협의해 행정적으로 멈출 수 있는 부분도 한 번 더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업을 그대로 추진하는 방안 역시 위험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 트램 1호선의 총사업비는 약 3800억 원으로 책정돼 있지만 실시설계와 물가 상승, 환경영향평가 결과 등을 반영하면 사업비 증가가 불가피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 사업비가 일정 기준 이상 증가해 중앙정부의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를 다시 받게 되고 경제성 부족 등의 이유로 국비 지원이 중단될 경우 울산시가 추가 사업비를 자체 재정으로 부담하거나 공사 도중 사업이 멈추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회의에 참석한 한 간부는 "현실적으로 총사업비 증액은 있을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며 "사업비가 3800억 원에서 크게 증가해 추가 국비를 요청하면 기획재정부가 적정성 재검토를 요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김 시장은 "공사를 시작해 도로를 파헤친 상태에서 국비 지원이 끊기면 공사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업체에는 손해배상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며 "계약이 돼 있으니 중단할 수 없고 그냥 추진하면 된다는 것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며 사업비가 증가해 중앙정부가 적정성 검토에서 부정적인 결론을 내리면 울산시는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시장은 트램 노선이 남구에 집중되면서 발생하는 지역 간 형평성 문제도 재차 제기했다. 그는 "중구·북구·동구·울주군 시민들은 유지비 부담은 함께 지면서 트램을 이용하기 어렵고 남구 시민들은 핵심 도로의 차로가 줄어 교통 불편을 감당해야 한다"며 "결정은 시가 하고 피해는 시민들이 감당하는 방식은 반민주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업을 중단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반드시 찾아야 한다"며 "법적이든 행정적이든 합의에 의한 것이든 마지막 순간까지 치열하게 고민하는 것이 공직자의 의무"라고 밝혔다.
한편 울산시는 오는 30일까지 각 실·국의 검토 의견을 서면으로 취합한 뒤 31일 오후 2시 공개회의를 열어 트램 1호선의 중단 또는 계속 추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김 시장은 "욕을 먹더라도 이번 주 안에는 정리해야 시민 혼란을 줄일 수 있다"며 "현재로서는 법률적·행정적·합의적 접근 모두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해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후회가 없도록 마지막까지 방법을 찾아 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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