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생은 조금 묘한 세대이다. 어린 시절에는 권위주의 사회의 끝자락을 경험했고, 대학에 들어갈 무렵에는 민주화 이후의 자유를 누렸지만, 사회에 첫발을 내디딜 즈음에는 IMF 외환위기가 터졌다. 한창 일할 때는 IT혁명과 세계화, 금융위기를 거쳤다. 이제 조직의 정점에 올라갈 나이가 되었더니 디지털 전환과 AI 시대가 밀려왔다.
그래서 이 세대의 가장 강한 능력은 어쩌면 '세상을 바꾸는 능력'보다 '변화되는 세상에서 살아남는 능력'인지도 모른다.
60년대생은 민주화와 산업화의 후반부를 직접 경험하면서 정치·관료·기업·대학·언론의 핵심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더구나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이 길어지면서 예전 같으면 후배에게 자리를 넘겼을 60대에도 여전히 현역이다. 그러니 70년대생에게 돌아와야 할 사회적 공간이 쉽게 열리지 않는다.
한편, 80년대생은 빠르게 올라온다. 이들은 디지털 환경에 훨씬 자연스럽고, 조직에서도 '젊은 리더십'이라는 상징성을 갖는다. 사회가 세대교체를 이야기할 때조차 60년대생에서 70년대생으로의 교체가 아니라 60년대생에서 80년대생으로의 교체가 자연스러워 보일 정도이다.
그래서 70년대생은 위로는 자리가 비켜나지 않고, 아래로는 새로운 세대가 치고 올라오는 '끼인 세대'가 된다.
그래도 70년대생은 IMF 때 회사가 개인을 끝까지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것을 배웠고, 부동산과 교육비를 감당하면서 국가가 내 삶을 설계해주지 않는다는 것도 알았다. 연공서열이 무너지는 것도 보았다. 그래서 조직이나 이념에 자신을 온전히 맡기기보다 자격증을 따고, 재테크를 하고, 자기 분야의 전문성을 만들면서 살아남는 법을 터득했다.
하지만 이 각자도생의 기술이 정작 세대를 하나로 묶어주지는 못했다. 각자 살아남는 법을 익히는 동안, 함께 목소리를 낼 이유는 오히려 옅어졌기 때문이다. 60년대생에게는 민주화·산업화·지역·학연이라는 '자원'이 있었다. 함께 싸우고 함께 나눠 가진 네트워크였다. 80년대 이후 세대에게는 디지털·공정·젠더·주거·기후라는 '의제'가 있다. 세대를 하나로 묶어 목소리를 내게 하는 깃발이다. 70년대생에게는 자원도 의제도 없다. 있는 것은 저마다의 생존기뿐이다. 공동의 서사가 없으니 공동의 요구도 없고, 요구가 없으니 차례도 돌아오지 않는다.
어쩌면 70년대생은 이 순서를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차례를 기다리며 목소리를 높이기보다, 애초에 기대를 접는 쪽을 택하는 것이다. 그래야 지금 가진 것 — 나와 가족의 밥벌이 — 이 흔들리지 않으니까. 우리 차례는 오지 않는다. 그리고 그 사실을 가장 먼저, 가장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이 세대가 끝까지 놓지 않은 생존의 기술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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