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네트워크가 권력이 되는 시대, 누가 연결망을 갖는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네트워크가 권력이 되는 시대, 누가 연결망을 갖는가?

[기고] 고정된 블록화 경쟁 아닌 네트워크망 확보로 전략적 자율성 높이는 국가들

오늘날 국제질서 경쟁은 군사력을 넘어 공급망과 기술, 금융과 통화, 에너지와 디지털 네트워크를 둘러싼 복합적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국가의 영향력 역시 글로벌 네트워크의 연결 구조와 주도권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

조지프 나이(Joseph Nye)의 '복합상호의존(complex interdependence)' 개념과 최근 국제정치학에서 논의되는 '네트워크 권력(network power)' 개념은 이러한 변화를 설명하는 중요한 이론적 틀을 제공한다.

현대 국제질서에서는 군사력뿐 아니라 공급망과 기술, 금융 네트워크 속에서의 중심성과 연결 구조가 국가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으며, 네트워크의 중심을 통제하는 국가가 더 큰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다.

지정학 영역에서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이 대표적인 네트워크 경쟁 사례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동맹과 파트너 국가들을 연결하는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인도·태평양 전략을 확대하고, 중국은 일대일로와 브릭스(Brazil, Russia, India, China, South Africa, BRICS), 상하이협력기구(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 SCO) 등을 활용하여 유라시아와 글로벌 사우스를 중심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아세안과 인도 역시 핵심 전략 공간으로 부상하고 있다. 아세안은 '아세안 중심성(ASEAN Centrality)'을 바탕으로 전략적 균형과 다자협력을 추구하고 있으며, 인도 역시 쿼드 참여와 러시아·중국과의 협력을 병행하는 다중정렬(multi-alignment) 전략을 통해 전략적 자율성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

안보 영역에서도 네트워크 경쟁은 강화되고 있다. 미국은 나토와 한미일 협력, AP4(Asia-Pacific 4,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협력 확대 등을 통해 유럽과 인도·태평양을 연결하는 안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으며, 중국과 러시아는 SCO와 브릭스 확대를 통해 대안적 협력 구조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나토는 중국을 '체계적 도전(systemic challenge)'으로 규정하며 인도·태평양 지역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중국과 러시아는 중동 국가와도 긴밀하게 협력하며 전략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다. 이는 현대 안보 경쟁이 군사 영역을 넘어 경제·기술·금융 협력이 결합된 복합적 안보 네트워크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경제·기술 영역에서는 공급망과 첨단기술 경쟁이 국제질서 재편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은 칩4(CHIP4, 미국·한국·일본·대만)와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 핵심 광물 협력, 첨단기술 통제를 통해 경제안보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으며, 동맹국과 우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 전략인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도 추진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RCEP)와 일대일로를 통해 아시아 중심 경제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있으며, 브릭스 확대와 위안화 국제화를 바탕으로 달러 중심 국제 금융 질서에 대한 대안적 경제 네트워크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완전한 공급망 분리보다 위험을 분산하고 신뢰 가능한 협력국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는 '디리스킹(de-risking)' 전략이 확산되고 있으며, 인도와 아세안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새로운 제조·기술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는 국제질서 변화가 세계화의 해체라기보다 글로벌 연결 구조의 재구성(reconfiguration) 과정에 가깝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브릭스 확대와 위안화 기반 에너지 거래 확대는 경제 네트워크 경쟁이 금융과 에너지 영역까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와 중국 간 위안화 결제가 증가하고 있으며, 중동 지역에서도 위안화 기반 에너지 거래 논의가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탈달러화(de-dollarization) 움직임과 연결되며, 국제질서 경쟁이 공급망·기술·금융·에너지 네트워크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오늘날 국제질서는 고정된 블록 경쟁이 아니라 다양한 협력 구조가 중첩적으로 작동하는 네트워크 경쟁 질서로 변화하고 있다. 국가들은 안보와 경제 영역에서 서로 다른 협력 구조에 동시에 참여하고 있으며,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 역시 특정 진영에 일방적으로 편입되기보다 다양한 네트워크에 참여하며 전략적 자율성과 경제적 실익을 추구하고 있다.

결국 미중 경쟁은 지정학과 안보, 공급망과 기술, 금융과 에너지 네트워크의 연결 구조와 네트워크 주도권을 둘러싼 복합적 경쟁으로 전개되고 있다.

▲ 5월 1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가졌다. ⓒAP=연합뉴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최재덕

최재덕교수는 성균관대학교 중문과를 졸업하고 중국 베이징대학에서 박사학위(한중관계)를 받았고 모스크바국립대학 국제관계 박사후과정을 거쳤습니다. 이후 연세대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원을 거쳐 대통령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전문위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