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튀르키예 남서부 해변에서 세살배기 아이가 모래에 얼굴을 묻은 채 주검으로 발견됐다. 내전 중인 시리아를 탈출해 그리스로 가던 작은 고무배가 난파해 엄마, 형과 함께 세상을 떠난 아일란 쿠르디의 비극에 온 지구가 가슴을 쳤다.
2018년 4월 예멘 난민 500여 명이 제주도에 들어왔다. 외국인 방문객이 비자 없이 최장 30일 간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도록 한 제주 무사증 제도를 이용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난민을 거부하라'는 항의가 넘쳤다. 서울과 제주 도심에선 난민 반대 집회도 열렸다.
'난민' 이슈가 한국 언론에서 이례적으로 조명받은 이 두 번의 사례는 난민을 향한 우리의 양립하기 어려운 상반된 시선을 여실히 드러냈다. '난민도 우리 이웃'이라는 세계시민주의적 연민, 그리고 공동체의 치안과 번영을 해칠 것같은 이방인들에 대한 혐오다.
어느 쪽이든 난민은 '우리'와 엄연히 구별되는 '타자' 위치다. 연민과 혐오의 양가적 대상, 그 타자들은 어떻게 됐나?
공식적으로 종료됐다는 발표에도 시리아 내전의 상처는 아물 줄 모른다. 2010년 '아랍의 봄' 이후 이라크, 시리아, 예멘, 리비아 등에서 벌어진 내전 탓에 2015년 유럽에 유입되려는 난민 인구는 전년 대비 822% 증가했다. 2022년 기준 시리아 난민은 최소 600만 명으로 추산된다. 그 중 절반이 18세 미만 아동이다.
'난민의 땅'이 될 거라던 제주도는 난민 신청자 484명을 심사해 그 중 단 두 명만 난민으로 인정했다. 나머지 '난민 아닌 난민'들은 1년 단위로 체류 연장을 승인받아야 '인도적 체류자' 자격을 이어갈 수 있다.
직업조차 제약을 받는 이 디아스포라를 비롯해 한국어를 완벽하게 구사하고 고국을 물어보면 한국이라고 대답하는 전쟁 난민의 2세들이 '우리 사회'에 '부담 인구'로 살아가고 있다.
난민 없는 난민 환대도, 난민 없는 난민 혐오도 각자의 목표에 이르지 못한 채 과잉 동정심과 근거없는 불안감만 키운 결과다.
난민 문제를 연구하는 학자이자 난민 아동을 돕는 사회복지사가 낸 <난민, 낯설고 아름다운>(김현옥 지음. 서해문집)은 이 접점 없는 간극을 메워보려는 르포르타주이자 논문이자 에세이다.
"한국에서 난민의 설 자리가 없는 이유 중 하나는 과열된 환대나 지나친 거부로 딱 나뉜 사회적 분위기 때문일 수 있다."
전쟁이 난 모국에서 밀려 온 이방인들은 '열등한' 객체로 바라보는 토박이들의 시선에 스스로 마음의 빗장을 건다. 낯선 관찰자에게 속내를 열기까지 1년 이상이 걸렸다.
"당신에게 가장 아름다운 것은 무엇인가요?"
오랜 시간과 공력을 들여 어렵게 성사된 인터뷰에서 저자의 집요한 물음은 이랬다. 짙은 눈화장과 립스틱, 화려한 옷을 입고, 집 장식을 즐기는 난민들의 행동이 관찰자의 눈엔 '디아스포라의 삶을 버텨내는 저항'으로 비쳐졌다. 전쟁이라는 죽음의 실상을 겪어본 사람들이 표출하는 삶에 관한 의지라는 것이다.
아울러 '난민답지 않은' 사치나 허영심의 발로가 아닌, 아름다움이라는 보편적인 인간 감성을 드러냄으로써 존재의 우열 관계를 해체하고 대등성을 입증하려는 안간힘으로 봤다.
싱거워 보이는 대답에서 공존의 단초를 찾았다. 폐차장에서 일하는 어느 노동자는 "나는 우리 딸이 제일 아름다워요"라고 답했다. 그의 동료 역시 아이와 함께 찍은 사진 한 장을 내밀었다. 평화로운 생명의 실존체이자 자기 삶의 원천인 아이들이 곧 대체불가 아름다움이다. '우리'처럼.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 저자는 '건강한 무심함'을 권한다. 혐오는 단연 배격할 일이다. 그러나 지나친 환대와 동정 역시 뜨겁다가 금방 지치고 냉소로 소멸하는 순환을 반복한다. 하기에 때론 힘을 나누고, 때론 사소한 일에도 거북한 존재인 일상의 이웃처럼, 대등한 관계끼리의 거리두기가 공존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시급하게 제도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있다. 복싱 선수가 꿈인 알리는 한국 국가대표도 시리아 국가대표도 될 수 없다는 걸 알면서 샌드백을 친다. 공부에 소질 있는 마리암은 의대에 진학하고 싶지만 의사가 될 수 없다는 걸 안다.
체류 자격으로 사회적·경제적 신분을 가르는 '우리'나라, 난민 인정률이 매우 낮기로 유명한 한국은 이 아이들에게 뭐라고 말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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