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호르무즈 파병을 위해 현지조사단을 아랍에미리트(UAE)로 보내는 등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통일부가 주관하는 한반도평화전략자문단에 참석한 이혜정 중앙대학교 교수가 정권이 파탄나 '식물 정권'으로 갈 것을 각오하고 있다면 파병을 하라면서, 현 정부의 외교 방침을 두고 윤석열 정부의 이른바 '진영 외교'보다 더 심한 '편승 외교'를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9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컨퍼런스 하우스 달개비에서 통일부 주관으로 진행된 한반도평화전략자문단 제5차 회의에 참석한 이혜정 교수는 이재명 정부의 대외 정책에 대해 "덧대기 외교"를 하고 있다고 규정하면서 "한미 동맹 우선이라는 기존 원칙에 '평화공존'이라는 새로운 노선을 덧대고 한중 관계도 전면적으로 복원하고 '글로벌 사우스'도 덧대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2년 차로 들어가는 상황에서 덧대기 외교를 계속할 수 있을까? 이제는 할 수 없는 변곡점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그래서 최대한 하지 말아야 될 것은 트럼프의 이란 전쟁에 대한 파병"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네 가지 이유에서 파병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침공이 "국제법적인 정당성, 헌법 질서 차원의 정당성에서 용납될 수 없는 침략 전쟁"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그는 한국의 파병이 미국에 있어 실효성이 있는 군사적 옵션이 될 수도 없다고 짚었다. 이 교수는 "(한국이) 실질적인, 군사적인 기여를 하겠다고 하는데 그런 군사적인 옵션이 있었으면 (전쟁 개전 이후) 40일 동안 1만 3000개 정도의 목표물을 폭격한 미국이 (이미) 사용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프랑스, 영국도 초계함 보내는 정도고 종전이 된 다음에, 적어도 휴전이 장기화 된 다음에 미국과 별도로 (호르무즈 해협 항행을 위한) 지원을 하겠다고 한다"라며 "(한국이) 실질적·군사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옵션은 사실상 없다. 정당성과 완전히 다른 측면에서 실효성에도 기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외교적 측면에서도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미국의 다양한 압력이 있지만 우리가 파병을 하면 압력이 없어질까? 제가 보기에 미국이 하는 압박은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는다는 얘기하고 똑같은데, (실제로는) 하나 주면 두 개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교수는 "(한미가) 등가로 교환할 수 있는 게 없다. 대미 투자하고 이것(파병)하고 등가물이 되나? 호르무즈 파병하지 않으면 트럼프가 (김정은과) 회담을 안 하려고 할 것인가?"라며 "미국으로부터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계산이 서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 세계 어느 국가도 파병하지 않는데 한국이 파병한다고 하면 이는 윤석열 정부의 '진영 외교'보다 더 심한 '편승 외교'가 되는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에서의 진영, 가치 외교는 바이든 정부를 상대로 한 것이었고, 적어도 미국과 유럽은 일정하게 가치로 협력하는 측면도 있었다. 지금은 그것조차 없다"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이런 상태에서 우리가 독자적으로 파병을 하게 된다면 북한은 우리에게 '괴뢰'라고 할 것이고 중국과 글로벌 사우스는 우리보고 뭐라고 하겠나"라며 "국제사회에서 외교적인 주체로서의 최소한의 자격 요건을 완전히 상실하게 된다. '글로벌 책임 국가'라는 수사에 그 어떤 토대도 남지 않는다"라고 경고했다.
그는 "국내 정치적인 지지 기반도 몰락할 거라고 본다. 지금은 노무현 정부 때 이라크 파병에서 있었던 정권의 위기와 상황이 너무나 다르다"라며 "당장 민주당 전당대회 한다고 난리가 난 상황에 인사도 문제고 대통령 지지율은 '데드 크로스' 상태다. 정권이 파탄 나서 식물 정권으로 가는 걸 각오한다면 파병을 하시든지 말든지 모르겠지만"이라고 일갈했다.
이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간 정상회담에 대해 의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와 한국의 호르무즈 파병은 연관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트럼프는) 역사적인 업적을 남기기 위해 하는 것이기 때문에 길게 보면 트럼프 임기가 끝날 때까지 (북한에 대한) 메시지 발신은 끊임없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에 대해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 대통령 후보로 출마한) 1기 때부터 시작해서 2018년, 19년에 걸친 3번의 정상회담, 지난해 2기 취임식 직후 기자회견, 경주 에이펙에 왔을 때 등 모두 (북한과 대화를) 이야기했고 8월 16일 SNS(메시지)까지 (내는 것을) 보면 (북한과 대화가) 진심이고 전략적 판단으로 여겨진다"라고 진단했다.
정 장관은 "이것이 불씨로 끝나지 않고 지각판의 움직임으로 이어지도록 기대하고 또 움직여야 되는 것 아닌가"라며 "'평화 체제 바구니'라는 개념으로 이 안에 여러 의제들을 담아서, (이 의제들이) 선후가 아니라 함께 다뤄보는 부분에 대해 내부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이날 자문단 회의에 참석한 이종주 통일부 통일정책실장은 "한반도 평화 체제는 한반도의 전쟁 종식, 북미 관계 정상화, 남북 간 평화 공존 제도와 북핵 해법 등 관련 당사국들의 주요 관심 사항을 모두 담을 수 있는 커다란 바구니"라면서 "이 바구니를 정교하고 튼튼하게 엮어야 정전 체제를 평화 체제로 전환하는 긴 여정을 완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날 회의에 참석한 김정섭 세종연구소장은 "평화체제 바구니에 북핵 문제는 피해갈 수 없는 부분"이라며 "이재명 정부가 북핵 우선 중단을 강조하는데 ICBM 발사 유예, 핵실험 유예 등의 정세 안정화 조치 정도로는 안되고 북한이 농축과 재처리를 중단하고 원심분리기 증설을 중단하는 실질적 핵 능력 고도화 행동을 멈추는 정도가 되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김 소장은 "(핵 고도화) 중단을 이끌어내기 위해 우리가 어느 수준의 상응조치를 제공할 것인가에 대해 지금은 국제정세 및 북한의 입지가 달라져 그 수준도 달라져야 할 것 같다"라며 "초기에 우리가 가진 인센티브를 얼마만큼, 어떻게 투입할 것인지가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회의에 참석한 권만학 통일연구원장은 "선후를 정해서 (정책을) 추진해야 하지 않나 싶다"라며 "통일부가 북한을 공식 호칭으로 부르기로 했는데 여기서 더 이상 시간 허비하지 말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라고 말해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부르는 문제를 더 이상 공식적으로 거론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권 원장은 "북한의 국가성을 인정하는 문제가 실질인데 호칭 문제가 발목을 잡는 느낌"이라며 "물론 개헌을 포함해 어렵고 민감한 문제인데 이 길을 가지 않고서, 북한이 국가성을 인정 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평화공존(을 위한 대화)에 나올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남북한을 '두 개의 국가'(兩個國家)로 부른 데 대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항의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도대체 어느 쪽이 대한민국 정부의 입장인가? 대통령이 나서서 이런 문제는 정리해 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권 원장은 "유엔 무대에서 다른 외국 대표가 왕이 부장처럼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두 나라라고 이야기했을 때, 거기서 우리 대표가 '우리는 두 나라가 아니다'라고 항의할 것인가? 얼마나 우스꽝스러운가"라며 "현실과 너무 다른 이야기인데. 우리끼리 이러면 정부 신뢰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라고 꼬집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김기정 연세대학교 명예교수는 "통일부가 다른 기관들은 (남북 간) 평화공존을 할 의지가 있는지 물어봐야 할 것 같다"라며 "평화공존이라는 전략을 실천할 의지가 있는지 질문하고 답을 받아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정세현 자문단 고문은 "(이재명 대통령이) 유엔총회에 가서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꿔나가는 유관국 회의를 해야 할텐데, 그 때 북한을 정확하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불러주면서 기회를 활용해야 한다"라며 "유엔총회 연설에서도 북한을 '조선'이라고 부르지 못하면 기회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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