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이 역대 노동절 연휴 중 가장 높은 휘발유 가격에 직면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공방이 격화되며 국제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한 가운데 기름값이 두 달 앞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미국 노동절인 7일(이하 현지시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1갤런(3.8리터)당 4.14달러(약 5547원·리터당 1460원)로 집계됐다. 노동절 연휴에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4달러를 넘은 건 처음이다. 이 시기 기록된 가장 높은 휘발유 가격은 2012년 9월3일의 갤런당 3.82달러다.
지난 2월 말 이란 전쟁 발발 직전 갤런당 2.98달러였던 휘발유 가격은 5월 4.5달러를 넘어섰고 6월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 뒤 다시 4달러 밑으로 떨어졌지만 호르무즈 해협을 두고 미국과 이란이 곧 재충돌을 벌이며 7월 말부터 다시 4달러선을 웃돌고 있다.
국제유가도 다시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했다. 국제유가 기준 브렌트유 선물 11월 인도분 가격은 한 달간 이란 경제 압박에 치중하는 듯 했던 미국이 지난달 30일 다시 이란 공습을 벌이며 양쪽 공방이 가열되자 급등세를 탔다. 지난달 28일 배럴당 88.1달러에서 7일 배럴당 97달러로 10% 이상 올랐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8일 오전 장중 배럴당 99.25달러까지 뛰며 100달러 턱밑까지 치솟았다.
호르무즈 해협 통항량은 5월 이후 최저치다. <로이터> 통신은 해운정보업체 케이플러 자료를 인용해 호르무즈 해협의 열흘 평균 통항량이 6일 기준 열 척에 불과했다고 보도했다. 4일 기준 15척, 5일 기준 13척에서 가파르게 하락했다. 해협 통과 선박 수는 5일 두 척, 6일 여섯 척에 불과했다.
미·이란 공방이 재발한 데다 미국이 이란의 선박 공격에 대해 '눈에는 눈' 식의 대응을 시작한 터라 해협 통과 상선들이 느끼는 위협이 이전보다 커진 상황이다. 5일 미 중부사령부는 이란이 미 해군 함정 두 척을 공격한 데 대한 대응으로 이란 유조선 세 척을 공격했고 이에 이란혁명수비대(IRGC)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 세 척, 다른 지역에서 미군 연계 선박 세 척을 공격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해양정보업체 마리스크스는 주말 공방을 "해상 분쟁의 중대한 확전"으로 평가했다. 업체는 "상업용 유조선이 상호 경제 압력 수단으로 의도적으로 이용되고 있어 군사 대립과 상업 운항 간 기존 구분이 상당히 약화되는 중"이라며 "호르무즈 해협과 오만만에서 이란 또는 이란 연계 선박의 경우 위험이 극심한 것으로 평가되며 미국 연계 혹은 미국 호위 선박 위험도 상당히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더해 이란 안보수장 모흐센 레자이 최고국가안회의 사무총장은 6일 이란이 페르시아만에 새 제한구역을 설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욕 얼마나 많이 해야 할까" 휘발유 값 상승에 격전지 민심 흉흉
즉각적 유가 진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가운데 두 달도 안 남은 중간선거에서 휘발유 가격 상승이 공화당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격전지로 분류되는 뉴저지주 7선거구를 찾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주민들의 휘발유 가격에 대한 우려가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문제를 안길 수 있다고 짚었다. 이 지역 통근자의 4분의 3이 자동차로 출퇴근하고 평균 소요 시간은 35분가량이다.
금융업 종사자로 편도 48킬로미터(km) 거리를 매일 자동차로 오가는 주민 밥 웨일런은 휴가철 운전까지 포함해 이번 달 주유비로 400달러(54만 원)를 썼다고 신문에 말했다. 그는 "이란 전쟁이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전쟁이 이란의 공격성 탓인지 트럼프의 공격성 탓인지는 말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건 분명히 전쟁 탓"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압박력을 과소평가했다"고 봤다. 그러면서 평소 공화당에 투표하지만 민주당에도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회복지사인 다이애나 스파노알바렌가는 휘발유 가격 상승 원인을 묻는 질문에 "얼마나 많은 욕을 해야 할까?"라며 이는 "현 정부 탓"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투표를 하게 된다면 민주당에 표를 던지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권자 불만을 의식한 듯 7일 소셜미디어(SNS)에 "이란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면 유가는 다른 모든 것들처럼, 그러나 더욱 빠르게 하락할 것"이라며 "갤런당 3달러, 궁극적으론 갤런당 2달러 밑으로 떨어질 것이며 이런 일은 매우 빠르게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지난달 31일 공개된 로이터-입소스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취임 뒤 최저치인 33%에 머물렀다. 응답자 71%가 트럼프 대통령이 생활비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봤다. 공화당원 40%도 생활비 문제에 불만을 표했다. 응답자의 거의 절반(47%)이 생활비 문제를 투표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인으로 꼽았다.
<로이터>를 보면 초당파 선거분석기관 쿡정치보고서의 상원분석가 제시카 테일러는 "대통령이 유권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문제인 생활비 부담에 집중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일반적이 된 것 같다"며 "대통령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싶다면 중간선거에서 이를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반대당에 투표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통신은 분석가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하루 만에 정치적 의제를 바꿀 수 있는 독특한 능력을 갖고 있다고 해도 유권자들의 부정적 경제 인식을 바꾸기엔 너무 늦었을 수 있다고 평가 중이라고 덧붙였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