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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0원'인데…일하러 가는데 돈 내야 하는 한국, '방치된' 고용허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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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0원'인데…일하러 가는데 돈 내야 하는 한국, '방치된' 고용허가제

[고용허가제와 인신매매] ③ 우즈벡 사례로 본 제도 사각지대…공공 송출 '흔들', 점검 필요

최근 우즈베키스탄과 방글라데시가 자국 고용허가제 노동자를 한 사업장에 묶어두기 위한 인신매매 성격의 벌금·보증금 제도를 운용한 것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이 문제는 이들 나라만의 일탈일까? 이주노동 현장에선 사업장 이동 금지 등 강제노동 조항을 둔 고용허가제가 파생시킨 구조적 문제라고 진단한다. 한국 정부와 송출국이 맺은 협약에 '무단이탈자나 미등록 체류율이 늘면,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이 있기 때문이다. 우즈베키스탄과 방글라데시 사례를 통해 이 문제를 들여다봤다. 편집자

※ 연재기사 바로가기

고용허가제와 인신매매 ① 한국 산인공 발급 문서에 방글라데시 '인신매매성 보증금' 명시, 알고 있었나

고용허가제와 인신매매 ② "고용허가제 양해각서, 상호주의 없는 한국 우위 갑을관계"

고용허가제와 인신매매 ②-2 2019년 한-우즈벡 고용허가제 양해각서 한글 번역본

최근 논란이 된 고용허가제 노동자의 인신매매성 각서 파문 뒤에는 '관리되지 않은' 고용허가제가 있었다. 노동당국이 미등록 체류 관리 등에만 치중한 채, 송출기관의 불법 행위나 인권침해, 브로커 개입 등으로 노동자들이 겪는 피해는 외면한 관리감독 사각지대가 긴 시간 형성돼 왔다.

<프레시안>은 최근 인신매매성 각서가 확인된 우즈베키스탄의 사례를 통해 그 사각지대를 들여다봤다. 고용허가제 도입 20여 년이 지난 지금, 이주노동자 보호 조치를 재점검하고 구조적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력 송출이 '돈벌이'로?… 이주청 내 부패 잔혹사

우즈벡 이주노동자 사이에선 한국 취업이 자국 대외노동이주청의 '수익 사업'이 됐다는 자조가 나온 지 오래다. 부패 공무원이 민간 브로커 등과 결탁해 한국행 노동자들로부터 불법 자금을 받는 대형 비리가 오랫동안 반복됐다. 특이한 점은 영국, 일본 등 여러 나라와 정부 간 고용 협약이 맺어져 있음에도, 유독 한국 송출 사업에서만 불법 행위가 반복되는 사실이다.

최근 8년간 전직 한국 송출 사업을 담당한 이주청장이 관계된 사건만 3건이다. 2019년 라브샨 이브라기모프 전 이주청장은 뇌물, 사기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다른 공무원과 공모해 최소 400명에게 '한국 취업'을 약속하고 1인당 최소 5000달러, 총 2000만 달러의 불법 자금을 받은 죄다.

2022년 코로나19 팬데믹 때의 사건도 현지에선 유명하다. 아프잘 이르마토프 당시 이주청장이 일부 간부와 공모해 한국 송출 노동자로부터 부정한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돼 2024년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돈을 받고 출국 순서를 바꿔주거나, 항공료와 보험료를 부풀려 편취한 혐의다. 검찰이 파악한 규모만 총 144억 1600만 숨(약 17억 원)을 넘는다.

▲2022년 이주청 간부가 당시 이주청 직원에게 특정 인물의 여권을 전송하며 그를 먼저 한국에 송출하라고 지시한 문자 내용(왼쪽). 오른쪽은 돈을 받고 송출 순서를 바꿔준 명단. 초록색 명단이 먼저 송출된 후보자다. ⓒ프레시안

이르마토프 전 이주청장 사건은 지난해 파기환송심에서 무죄 판결이 났으나, 올해 재수사 여론이 일고 있다. 피해 노동자들과 전 이주청 직원이 지난 6월부터 관련 증거를 폭로 중이다. 이들은 이르마토프 전 청장 등이 민간 인력업체와 결탁해 1인당 최소 500달러씩 받고 한국 송출 순서를 앞당겨줬고, 그 규모는 2000명이 넘으며, 약 400만 숨(45만 원)의 항공료를 1200만 숨(135만 원)으로 부풀려 현금으로 받았다고 주장한다.

고용허가제를 이용한 비리는 이후로도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현지 국가보안국은 한국행 노동자에게 뒷돈을 받는 이주청 직원 2명을 현장에서 체포했다. 2024년 노동자 80여 명에게 송출 특혜를 주는 대가로 70만 달러 이상을 편취한 혐의다. 가장 최근엔 이주청 전 간부와 민간 인력업체가 결탁해 9000여 달러 불법 자금을 받은 사건이 포착돼 지난 7월 1심 재판이 시작됐다.

▲2025년 8월 26일 국가안보국이 공개한 이주청 공무원의 현장 체포 사진. 해당 공무원은 시민들에게 한국 취업을 약속하며 불법 자금을 수수했다. 우즈베키스탄국가안보국 자료

유럽행은 무료인데… '차 팔아' 내는 한국 송출료, 일본의 5배

한국은 송출 수수료가 유독 비싼 나라로도 유명하다. 올해 기준, 송출료와 사전교육비를 합해 총 2200만 숨(약 235만 원) 정도다. 현지에선 통상 5~6개월을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이다.

이는 송출료를 받는 다른 국가의 5~50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지난해 7월 이주청이 작성한 '해외 취업 송출 수수료 책정에 관한 제106호 명령'을 보면, 일본과 이스라엘의 송출 수수료는 440만 숨(약 50만 원)으로 두 번째로 높았다. 그밖에 터키 132만 숨, 조지아 88만 숨, 독립국가연합 소속국과 몽골 44만 숨이다. 유럽, 러시아, 아랍국가 등은 아예 수수료가 없다.

현지 매체 <바탄도쉬TV(Vatandosh TV)>의 셰르무하마드 보티르존 편집자는 지난 7월 관련 보도에서 "한국에 일하러 가려면 부자여야 하느냐"라 물으며 "금액뿐 아니라, 왜 이런 비용이 산출됐는지 기준과 근거도 전혀 공개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붉은 상자 안의 내용이 한국의 송출 수수료다. 50은 '50 BHM'을 뜻한다. BHM은 과태료 등 행정비용 산정 기준 값으로, 현재 50 BHM은 2200만 숨에 해당된다. 바로 위 10 BHM인 일본이나 아래 국가들과 차이가 크다. ⓒ프레시안

송출료를 정하는 것이 우즈벡 정부이긴 하나, 한국 정부가 왜 상황을 두고만 보느냐는 호소도 나온다. 한국과 우즈벡 정부가 맺은 고용허가제 양해각서(MOU)에 따르면 "송출 수수료에 과도한 비용이 포함됐거나, 현지 경제 상황이나 다른 국가 수수료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경우, 한국 정부가 송출기관에 수수료 인하를 요청할 수 있다"는 조항(4조 2항)이 있기 때문이다.

2023년 한국에서 고용허가제로 일했던 우즈벡 노동자 A 씨는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두 차례 송출료가 지나치다며 개선을 호소하는 메일을 보냈다. 산인공은 고용허가제 한국어 시험을 현지에서 주관하며 모든 송출국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그는 관련 자료를 첨부해 "송출료가 지나치게 과하고 많은 노동자들이 힘들어하니 양해각서에 따라 인하 협의를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A 씨는 지난달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아이들을 학교, 유치원에 데려다주며 탔던 '스파크' 자동차를 팔아 송출료를 마련했다"며 "입국할 때 실비만 2100달러 정도 들었다. 부디 다른 이들은 이런 어려움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돈 안 주면 시험 탈락"… 틈새 파고든 민간 브로커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 현장에서 '그나마 브로커의 중간착취를 막을 수 있게 설계된 제도'라는 평가를 받는다. 민간업체가 개입하지 않고 한국과 송출국의 정부 기관이 직접 인력을 관리하는 '정부 간 고용 협약' 구조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법무부가 관장하는 계절노동자(E-8)나 전문기능인력(E-7) 비자는 민간 인력업체가 참여하는 구조로, 과도한 수수료와 인신매매성 브로커 폐해가 극심한 실정이다.

그러나 제도 도입 20년이 지나는 동안, '인력 매매'는 꾸준히 고용허가제를 파고들었다. 공공 송출이라는 제도의 존재 가치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현재 우즈벡에는 고용허가제 노동자를 상대로 금전을 갈취하는 브로커들이 공공연히 활동 중이다.

2022년 9월 데노우(Denov) 주민 사건이 대표적이다. 브로커에게 '뒷돈'을 주지 않아 부당하게 시험에서 탈락한 데노우 지역 주민 100여 명이 모여 사안을 공론화했다. 고용허가제 비자를 받으려면 1차 한국어 시험과 2차 기능·신체검사에 합격해야 하는데, 한국어 시험에 합격한 이들이 '색맹'이라는 이유로 대거 2차 시험에서 탈락했다.

브로커의 존재는 이 과정에서 확인됐다. 피해자들은 같은 학원(고용허가제 준비 학원)에서 함께 수업을 들은 터라 알음알음 모였다. 모두 "나는 색상을 다 맞췄다"고 억울해하던 중, 유일하게 2차를 통과한 수강생이 이들에게 밝혔다.

"나는 '무자파르'라는 사람한테 1만 2000달러(1600만 원)를 줬어. 너희는 그 사람이랑 얘기해서 돈을 주지 않아서 그런 (탈락) 문구가 뜬 거야." (2023년 4월 <Kun.uz>지 인터뷰, ☞관련기사 바로가기)

지난달 <프레시안>과 인터뷰한 아지즈벡 토시테미로프 전 이주청 한국사무소장에 따르면, 무자파르는 고용허가제 준비 학원 등을 운영하던 인력업체 사업자로, 이주청 직원 대부분이 그의 이름을 알 정도로 유명했던 이르마토프 전 이주청장의 측근이었다.

▲2025년 2월 주우즈베키스탄 영국 대사관이 우즈베키스탄 외교부에 보낸 서한. 영국 소규모 공급업자 및 노동착취방지청(GLAA)이 농업노동자 송출 과정에서 협약상 허가되지 않은 민간 인력업체가 개입한 사실을 확인해 관련 양해각서를 일시 중단한다는 내용이다. ⓒ프레시안

영국은 '민간업체 개입'에 사업 중단도 관리감독 공백 메워야

방치된 고용허가제의 피해는 결국 노동자에게 가장 먼저 돌아간다. 비싼 송출료 때문에 자산을 팔거나 빚을 진다. 또한 통상 1~2년가량 상당한 돈과 시간을 들여 고용허가제 시험에 합격하고도 수년째 대기하는 경우가 흔한 상황에서 '뒷돈'을 주고라도 입국하려는 이들이 나타난다. 가족 생계 걱정과 매몰 비용을 회수하려는 압박감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사용자의 비용으로도 이어진다. A 씨는 "입국한 첫 달부터 '빚을 갚아야 한다'는 스트레스를 안고 일을 시작하는데, 이는 한국 고용주에게도 손해"라고 강조했다. 가령 노동자들이 월급이 10만 원이라도 더 높은 일자리를 소개받으면 고용허가제 규정 위반인 걸 알면서도 사업장을 옮기게 된다는 것이다. 송출료가 입국 노동자들을 불법체류자로 모는 셈이다.

이주노동자들 사이에선 '기본을 지켜달라'는 요구가 많다. 양해각서로 정한 기초적인 관리감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송출료가 불합리하게 비쌀 때 한국 정부는 의견을 제시할 권리가 있음에도 내버려둔 것이 단적인 예다. <프레시안> 확인 결과, 고용노동부는 우즈벡 송출료를 205달러(242만숨)로 파악하고 있기도 했다. 실제 2200만 숨과 9배 넘게 차이 난다.

'독점 구조'가 지닌 양면성 때문에 더 엄격한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다. 양국 정부 기관이 인력 송출을 독점하면 민간 브로커 개입은 막을 수 있지만, 정작 그 기관이 부패할 경우 견제할 장치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우즈벡 사례가 이와 유사하다.

보티르존 편집자는 이에 지난 3일 서면 인터뷰에서 "(앞선 문제들은) 다른 나라의 민간인력 송출 전문기관에선 거의 찾기 어려운데, 한국 측이 민간 업체의 송출을 허용하면 부패 고리가 사라지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다만 국내 이주노동단체 활동가들은 민간업체 송출 허용이 "더 큰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반박한다. 정영섭 이주노동자평등연대 집행위원은 "이미 민간 알선업체가 개입하는 농업 계절근로(E-8)나 전문인력(E-7) 비자는 과도한 수수료를 갈취하고 인신매매까지 저지르는 브로커 폐해가 매우 심각하다"며 "고용허가제는 불법 중간착취를 국가가 통제할 수 있어 더 개선된 제도"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즈벡 사례는 정부기관의 부패 청산과 자정 노력이 선행돼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고용허가제는 국가 간 제도라 실제 정부가 마음 먹으면 개선할 여지가 크다. 최근 노동부가 인신매매 각서에 대처한 사례도 현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노동부는 지난달 이주청 관계자 등을 만나 인신매매성 벌금 및 각서 제도에 대해 즉각적인 개선을 요구했다. 우즈벡 이주청은 지난 4일 관련 각서를 폐지했다. 벌금 각서의 피해자였던 우즈벡 노동자 B 씨는 지난 5일 <프레시안>에 "한국 정부도 의견을 제시해 줘, 잘못된 관행이 시정됐다"며 환영했다.

인신매매성 각서에서처럼 심각한 부패나 반인권적 행위에는 강력한 법 집행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나라는 이미 하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영국 소규모 공급업자 및 노동착취방지청(GLAA)은 지난해 2월, 우즈벡 농업노동자 모집 과정에서 민간업체가 개입해 구직 수수료를 착취한 사실이 확인되자, 송출 양해각서 효력을 한 차례 일시 중단했다.

정영섭 집행위원은 "인력으로 돈을 버는 중간착취나 인신매매 같은 행위는, 강력한 규제와 제재 없이는 근절되기 어렵다"며 "심각한 불법·반인권 사안엔 송출 인원 축소나 송출 일시 중단 등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인력 송출 중단은 노동자에게도 피해가 전가될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용허가제 경험자인 A 씨는 "한국 노동 당국이 고용허가제 노동자와 적극 소통해 달라"며 "출국 및 입국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에 대한 설문조사도 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송출국 관계 기관과 충분히 협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우즈벡 이주청은 자국 내 고용허가제와 관련한 부패 사건과 대해 지난 8일 <프레시안>에 "일부 관계자가 불법 행위를 한 것은 사실이나, 이를 국가 전체 이주 정책의 목적처럼 규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주청의 주요 임무는 수익 창출이 아니라, 시민들의 합법적이고 안전한 노동 이주를 돕고 권리를 보호하며, 불법 이주를 예방하는 것"이라며 "부패 행위에 대해서는 주체를 불문하고 '무관용 원칙'으로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과다한 송출료 논란에 대해서는 "수수료에는 취업 알선, 서류 수속, 후보자 교육, 출국 전 교육 및 기타 서비스 비용이 포함되며, 수익금 일부는 노동자 대상 서비스 제공과 이주 과정 지원 등에 투입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수수료 책정 사안을 재검토 중"이라며 "시민의 재정적 부담을 줄이고 투명성을 강화하며, 서비스 가격을 실제 원가에 맞게 조정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또한 "현재 한국 송출 사업과 관련한 제반 상황을 모두 점검하고 개선책을 모색 중이며, 비공식(민간) 중개와 부패 예방을 위해 내부 감찰을 강화했다"고 전했다. 이주청은 "노동 이주 시스템에 문제가 없지 않으나, 우리는 이를 숨기지 않고 발굴하고 바로잡아 나갈 것"이라며 "시민들이 한국에 합법적으로 입국해 권리를 보장받으며 일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이주청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했다.

<프레시안>은 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에 우즈벡 현지 상황에 대한 파악과 대책 및 입장 등을 지난달 28일 질의했으나 10일까지 답변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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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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