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임신중지 약물 미프진의 국내 도입을 추진하는 가운데, 시민사회에서 정부 방안에 담긴 허용 주 수·처방 등에 대한 제한이 과해 접근성 제고를 위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30여 단체가 모인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 보장 네트워크'는 17일 서울 종로구 임호빌딩 건물에서 정부의 임신중지약 도입 방안을 주제로 간담회를 열었다.
앞서 성평등가족부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전날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미프진 국내 도입 및 사용 방안을 발표했다.임상시험 자료에 근거해 9주 이내 임신부에게만 사용을 허가하고, 도입 초기 2년 동안에는 의료기관 내 의사의 직접 처방·조제를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이었다. 건강보험 적용 및 미성년자 처방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단체는 정부의 미프진 도입 방안이 너무 보수적이라 여성들의 임신중지 약물 접근성을 해칠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다. 나영 성적권리와 재생산 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SHARE) 대표는 "정책 담당자들이 발표한 미프진 도입 방안과 답변 내용은 유산유도제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지 의심스러운 수준이었다"며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먼저 9주 제한이 너무 짧다는 지적이다. 나영 대표는 "세계보건기구(WHO)가 2020년 발표한 가이드는 임신 12주까지 자가 복용을 통해 임신중지가 가능하다고 소개한다. 또 12주 이후에는 의료기관에서 복용해 안전하게 임신중지를 시행할 수 있다고 권고하고 있다"며 "복용 허가 기간을 9주라는 매우 제한적인 주 수에서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원내처방·조제 제한 등의 규제는 무의미하다고도 주장했다. 나영 대표는 "미프진을 도입한 나라들이 처음엔 몇 가지 규제를 뒀다가 현재는 일본을 제외하고 모두 폐지했다. 임상적인 확인 결과 규제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게 확인됐기 때문"이라며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은 복용 후 의료 지원이 필요할 때 갈 수 있는 병원이 가까이 있는 것 등 접근성을 늘리는 것"이라고 했다.
미프진을 건강보험 급여 대상으로 지정해 임신부들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단체 분석에 따르면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영국, 프랑스 등 유산유도제를 도입한 국가 대부분이 건강보험을 통해 100% 무상으로 미프진 등 임신중지 약물을 제공하고 있다. 이외에도 다수 국가가 임신중지 약물의 상당 부분의 비용을 공적 보험 체계로 보장하고 있다.
산부인과 의사인 오정원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활동가는 "2016년 UN 경제사회문화 권리위원회가 임신중지 서비스를 건강권의 일부로 명시했고, 2019년 WHO가 미프진을 필수의약품 핵심 목록으로 격상했다"며 "복지부는 미프진에 대한 급여 가능성을 여는 동시에 급여 사유를 사회경제적 사유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단체는 이밖에 △미성년자 복용 허가 △보건전담 공무원, 간호사 등 약물 처방·관리 의료진 범위 확대△의료기관 접근성 확대 △제도 변화에 따른 위기임신 상담사 재교육 등의 보완책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로 여성의 성과 재생산권 보장하는 기본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정부 대책에 자신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활동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나영 대표는 "오는 28일 서울 중구에서 진행하는 101인 퍼포먼스를 비롯해 정부 면담 추진 등 정부 방향성을 바꾸기 위한 압박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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