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임신중지약 미프진을 정식 도입해 9주 이내 임신부가 의사의 직접 처방 하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7년 만이다.
여성계는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허용기간 확대, 접근성 제고 등 보완을 요구했다. 의료계는 환자 안전과 의료자 보호를 위한 입법공백 필요성을 강조했다.
성평등가족부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6일 서울 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고 미프진 도입 방안을 보고했다.
앞서 현대약품은 임상시험 자료에 근거해 임신 9주 이내 사용을 조건으로 미프진 품목 허가를 신청했다. 식약처는 이에 맞춰 허가·심사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관련 절차에 별다른 차질이 생기지 않는다면 국내 도입은 내년 1분기로 전망된다.
정부는 미프진 도입 초기 2년 동안 의료기관 내 의사의 직접 처방·조제를 원칙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건강보험 적용 및 미성년자 처방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정부는 미프진 제도화에 따라 안전한 약물 사용 및 사용 실태 파악, 사후관리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은 "임신·출산이 여성의 삶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결정인데 그동안 제도적 미비로 안전하게 의료체계에 접근할 수 있는 개인의 권리가 보장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며 임신중지약의 제도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여성계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이날 성명에서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수년 간 이어져 온 입법 및 제도적 공백 속에서 인공임신중지를 원하는 여성들이 안전하고 검증된 의료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이번 발표는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밝혔다.
다만 단체는 정부 발표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미프진 성분인)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 병용요법을 마지막 월경 첫날 기준 임신 70일(10주) 이하의 자궁 내 임신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하고 있다"며 "국내 기준 역시 이러한 국제적 의약품 허가 및 의료 기준에 맞추어 재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초기 2년 간 의료기관 내 처방·조제를 원칙으로 한 방식은 여성의 약물 접근성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며 이의 완화를 요청했다.
단체는 "약물 도입 결정만으로는 오랜 제도적 공백이 완전히 해소될 수 없다"며 "정부 방안이 실질적인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후속 과제 해결이 필수적"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건강보험 적용을 통한 비용 부담 완화 △의료진에 대한 충분한 교육과 지원 △안전한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한 관리체계 마련 △국회의 조속한 관련 법률 개정 병행 등을 제언했다.
의료계에서는 미프진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입법 공백을 신속히 해결하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임신중지와 미프진 도입 문제를 개별 의료기관의 판단이나 행정부의 지침으로 넘겨서는 안 된다"며 "입법 공백의 책임은 오롯이 국회에 있으며, 국회가 정치적 책임을 떠안고 입법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미프진은 불완전유산·과다출혈 등 합병증 발생 시 후속 수술적 처치와 응급의료 연계가 반드시 필요한 의약품"이라며 "안전망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도입은 환자의 안전을 위협할 것이므로 환자 안전을 담보하지 않는 도입을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단체는 임신중지를 돕는 의료진을 보호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들은 "행정 지침만으로는 의료인의 법적 보호를 담보할 수 없으며, 법적 근거 없는 의료행위를 (의료진에) 요구해서는 안 된다"며 "의사의 형사처벌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의료인의 법적 보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국회의 입법 논의에 적극 참여해 현실적이고 안전한 제도 설계를 위해 협력하겠다. 그러나 환자 안전과 의료인의 법적 보호를 담보하지 않는 어떠한 도입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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