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도 우리가 하고, 음료도 우리가 가져가고, 먹고 난 뒤 정리까지 우리가 하는데 가격은 그대로입니다. 이제는 어디까지 소비자가 해야 하는 건가요.”
최근 무인·키오스크 매장이 빠르게 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셀프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직원이 하던 계산과 운반, 반납, 테이블 정리까지 소비자가 직접 맡는 매장이 늘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가 부담하는 가격에는 이 같은 변화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비스는 줄었는데 가격은 그대로인 ‘셀프 서비스’가 과연 소비자에게도 합리적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최근 미국 뉴욕주에서는 셀프 계산대를 이용하는 소비자에게 10% 할인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되면서 이 같은 논란에 다시 불을 지폈다.
법안의 취지는 단순하다. 소비자가 직원 대신 직접 결제 업무를 수행한다면 사업자가 절감한 인건비와 운영비의 일부를 소비자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우리나라도 도입해야 한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소비자는 “예전에는 직원이 계산해주고 주문한 음식이나 음료도 가져다줬는데 이제는 키오스크로 직접 주문하고, 직접 받아오고, 다 먹고 나면 직접 치운다”며 “그런데 가격은 직원이 서비스를 제공하던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카페나 패스트푸드점, 일부 외식업체에서는 소비자가 결제부터 음식 수령, 식기와 쓰레기 반납까지 사실상 매장 운영의 일부를 맡는 경우가 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서비스를 구매하는 사람’에서 어느 순간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역할이 바뀐 셈이다.
셀프 계산대의 확산 대표적인 사례로, 어느 대형 마트에서는 소비자가 직접 상품을 하나씩 스캔하고 결제한 뒤 영수증과 상품을 챙겨 매장을 나선다.
과거 계산원이 담당했던 업무를 소비자가 직접 처리하는 구조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인력 운영을 효율화할 수 있고, 매장 운영비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 비용 절감 효과가 소비자에게 얼마나 돌아가고 있느냐는 것이다.
한 소비자는 “예전 직원이 하던 일을 지금은 소비자가 대신하고 있는데 왜 가격은 똑같은지 모르겠다”며 “최소한 셀프 계산대를 이용하는 사람에게는 일정 부분 할인을 해주는 게 맞지 않느냐”고 말했다.
결국 핵심은 ‘무인화’ 자체가 아니며, 사업자가 줄인 비용을 누가 가져가느냐가 문제다.
사업자는 인건비를 줄이고 소비자는 직접 노동을 한다. 그런데 소비자가 부담하는 가격은 그대로라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비용 절감의 혜택은 사업자에게 돌아가고 서비스 노동의 부담은 자신에게 넘어오는 구조라고 느낄 수밖에 없다.
일부 매장에서는 테이블 정리까지 소비자의 몫이다. 음식이나 음료를 직접 가져오는 것은 물론 먹고 난 뒤 식기와 쓰레기를 지정된 장소에 반납해야 한다.
소비자에게 요구되는 역할은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가격은 오히려 오르는 경우도 있다.
한 소비자는 “셀프 계산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음료를 직접 가져오고 테이블까지 정리해야 하는데 가격은 오히려 비싸진 것 같다”며 “도대체 소비자가 돈을 내고 서비스를 받는 건지, 돈을 내고 매장 일을 해주는 건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현상을 두고 일각에서는 ‘셀프 서비스’라는 표현 자체가 사업자의 책임을 소비자에게 자연스럽게 떠넘기는 효과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과거에 사업자가 부담했던 업무를 ‘편리함’이나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소비자에게 맡기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사업자들의 사정도 있다.
최저임금과 임대료, 원재료비 등 각종 비용이 오르는 상황에서 인건비를 줄이지 않으면 상품과 음식 가격을 더 올릴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키오스크와 무인 시스템 도입 역시 단순히 이윤을 늘리기 위한 목적이라기보다 급격하게 증가한 운영비를 감당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설명도 나온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묻는다. “사업자의 비용이 줄었다면, 소비자에게도 그 혜택이 돌아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인건비가 상승했을 때는 상품 가격에 즉각 반영하면서, 자동화로 인건비가 절감됐을 때는 그 효과가 소비자 가격에 제대로 반영됐는지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무인화와 키오스크 확대가 반드시 소비자에게 불리한 것은 아니다.
대기시간을 줄이고 주문 오류를 낮출 수 있으며, 24시간 운영 등 기존에는 어려웠던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장점도 있다.
문제는 자동화의 비용과 편익이 누구에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사업자는 자동화로 인력을 줄이고 운영 효율을 높인다. 소비자는 직접 주문하고 계산하고 운반하고 정리한다.
그런데도 가격이 그대로라면 소비자에게 남는 것은 무엇인가.
결국 소비자가 지불하는 돈에는 상품값뿐 아니라 과거 직원이 제공하던 서비스의 ‘빈자리’까지 포함된 셈이라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한 소비자는 “이러다 나중에는 설거지와 화장실 청소까지 소비자에게 맡기는 것 아니냐”며 “서비스는 계속 줄어드는데 가격은 그대로인 구조가 과연 정상적인 시장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셀프 계산대와 키오스크, 무인 매장의 확산은 단순한 소비문화의 변화가 아니다.
그동안 노동자가 담당했던 업무의 일부가 소비자에게 이전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계산하는 시간, 상품을 스캔하는 수고, 음식을 가지러 가는 시간, 먹고 난 뒤 테이블을 정리하는 시간까지 소비자가 부담한다.
그렇다면 이제 질문해야 할 것은 ‘키오스크가 편리한가?’가 아니고, 소비자가 직접 수행하게 된 노동의 가치가 가격에 반영되고 있는가? 다.
자동화로 절감한 인건비가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가격 인하로 이어지는지, 아니면 소비자에게는 별다른 혜택 없이 사업자의 비용 절감과 이윤 확대에만 사용되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셀프 서비스’라는 이름 아래 소비자에게 더 많은 역할과 노동을 요구하면서도 가격과 서비스 수준은 그대로 유지된다면, 그것은 과연 서비스의 혁신일까.
어쩌면 소비자가 돈을 내고 서비스를 받는 시대에서, 돈을 내고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때다.
무인화와 자동화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면 더욱 그렇다. 사업자의 비용 절감만큼 소비자의 부담도 함께 계산해야 한다.
셀프 계산대에서 소비자가 직접 계산한 시간, 카페에서 직접 가져온 음료, 직접 치운 테이블까지. 지금까지 가격표에 표시되지 않았던 이 ‘보이지 않는 노동’의 비용을 누가 부담하고 있는지 사회가 묻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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