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청 소관 국유재산인 유림회관의 사용허가서에 수탁기관인 성균관과 민간기업 간의 5억 원대 사적 채무 관계가 특약사항으로 포함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주무 부처인 국가유산청이 삭제를 요구하는 공식 공문을 보냈음에도 약 10개월간 아무런 시정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등 국유재산 관리·감독에 심각한 허점이 드러났다.
유림회관은 국가유산청 소관 국유재산으로 현재 성균관이 위탁받아 관리·운영하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지난 2024년 5월 20일 '명륜진사갈비' 본사인 ㈜명륜당에 대해 예식장 및 식당 용도로 2026년 말까지 유림회관 사용·수익을 승인했다.
그러나 성균관과 명륜당이 체결한 '국유재산 유상 사용허가서'에는 국유재산 본래 목적과 무관한 양측 간 5억 원의 채무관계와 구체적인 변제계획이 특약사항으로 버젓이 명시돼 있었다. 공적 자산의 사용을 승인하는 공적 문서가 사인 간 금전 거래의 공신력을 담보하는 수단으로 악용된 셈이다.
관리 당국의 사후 대처 역시 도마에 올랐다. 국가유산청은 허가서 작성 후 1년이 넘도록 해당 특약의 존재조차 인지하지 못하다가, 뒤늦게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 12월 3일 성균관에 '사용수익허가와 무관한 사항 및 자금 차입 조항 삭제'를 요구하는 공식 시정 공문을 발송했다.
하지만 성균관과 명륜당 양측은 약 10개월이 지나도록 계약을 수정하지 않고 방치했으며, 국가유산청 역시 추가적인 제재나 이행 확인 없이 이를 그대로 방관해 왔다.
이 같은 부실 관리 실태는 8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강하게 질타를 받았다.
조국혁신당 김재원 의원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해당 허가서를 공개하며 "국가 재산을 사용하게 해주는 문서가 민간 사이의 채무관계 공신력을 보강해 주는 문서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국가유산청장 명의로 삭제 공문까지 보냈는데도 10개월간 미이행 상태가 유지된 것은 사인 간 계약 문제가 아니라 명백한 국가유산청의 관리·감독 부실"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최보근 국가유산청 차장은 사적 거래 내용을 뒤늦게 파악한 점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부적절성을 시인했다.
김 의원은 "국유재산은 국가가 맡긴 재산인 만큼 수탁기관이 알아서 하도록 방치할 수 없다"며 "단순히 공문을 다시 보내는 수준에 그치지 말고 감사나 특별점검을 실시해 채무조항 삽입 경위와 미이행 사유를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시정기한을 명시한 이행 요구와 함께 관리위탁계약상 제재 및 향후 재위탁 배제까지 강력히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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