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컨테이너선의 북극항로 시범운항에서 수에즈 운하 항로보다 운항 기간을 약 10일 줄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확인됐다. 그러나 돌아오는 항로에서는 수입 화물을 확보하지 못했고 부산 기업들의 실제 대응도 미미해 상업화까지는 과제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2758TEU급 '팬스타 아크로'호는 전날 부산항 자성대부두에 입항했다. 지난 8월 22일 부산항을 출항해 영국 펠릭스토우와 네덜란드 로테르담, 폴란드 그단스크를 거친 뒤 다시 북극해를 통과해 50일 만에 귀환했다.
부산~로테르담 구간에는 약 22일이 걸려 기존 수에즈 운하 항로보다 열흘 안팎을 단축했다. 국내 컨테이너선이 북극항로를 이용해 유럽을 왕복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다만 상업화의 핵심인 화물 확보는 숙제로 남았다. 출항 당시 수출 화물을 싣고 유럽으로 향했지만 귀항 때는 수입 화물을 확보하지 못해 공컨테이너를 싣고 돌아왔다.
부산 기업들의 준비 수준도 관심에 비해 낮았다. 부산연구원이 북극항로 연관 산업 기업 200곳을 조사한 결과 진출 의향은 67.5%로 2016년 25.6%보다 크게 늘었지만 실제 대응에 나선 기업은 2곳에 그쳤다.
대응계획이 있는 기업까지 포함해도 15% 수준이다. 결국 북극항로의 쟁점은 이제 '갈 수 있느냐'보다 '무엇을 싣고 지속적으로 오갈 수 있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정부도 북극항로를 국가 성장전략으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팬스타 아크로호의 귀환을 환영하며 이번 시범운항으로 수에즈운하 경유 항로보다 편도 운항기간을 약 10일 단축하고 국내 선박의 극지 운항 경험과 항해 데이터를 축적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부산과 동남권을 '남부 해양수도권'으로 도약시키고 새로운 바닷길을 대한민국의 성장으로 연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부는 부산항과 울산항의 항만 인프라 구축, 극지 해기사 양성, 쇄빙 컨테이너선 핵심기술 개발, 북극항로 종합지원센터 설치 등을 추진하고 있다. 북극항로를 단순한 시범운항에 그치지 않고 남부 해양수도권의 산업기반으로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정책적 기대와 실제 산업 준비 사이에는 여전히 간극이 있다. 부산 기업 200곳 가운데 실제 대응 기업은 2곳뿐이고 이번 시범운항 역시 복항 수입 화물을 확보하지 못했다.
팬스타 아크로의 항해가 북극항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면 수입화물 없이 돌아온 복항과 '200곳 중 2곳'이라는 기업 대응 수준은 상업화까지 남은 거리를 동시에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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