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나는 외국인 관광객 열 명 중 여덟이 먹는 즐거움을 찾아 움직이지만 정작 먹는 데 쓰는 돈은 많지 않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번에는 같은 문제를 지역별로 나눠 살펴보려 한다. 외국인은 어디에서 먹고 어디에서 돈을 쓰는가?
한국을 찾으려는 외국인에게 여행의 목적을 물으면 '음식·미식 탐방'이 52.2%로 가장 많다. 한국관광공사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외국인에게 권하는 'K-로컬 미식여행 33선'을 펼쳐보면 수원 왕갈비, 횡성한우, 담양 떡갈비, 통영 굴, 완도 전복, 한산소곡주, 안동소주가 이어진다. 한국의 맛을 대표하는 목록이 대부분 지방의 맛으로 채워져 있는 셈이다.
그런데 외국인의 실제 방문지는 이와 다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2025년 외래관광객 조사에서 방한 외국인의 76.8%가 서울을 찾았다. 부산이 15.7%, 제주가 9.7%였고 강원은 4.0%, 경북은 2.3%에 그쳤다. 지출은 더 한쪽으로 쏠려 있다.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이 국내에서 쓴 카드 소비액 11조7382억원 가운데 70.8%인 8조3082억원이 서울에서 결제됐다. 2위 부산은 9396억원으로 서울의 9분의 1 수준이다.
물론 지방에도 외국인이 눈에 띄게 늘어난 도시가 있다. 경주는 2023년 12월부터 1년 동안 외국인 방문객 117만명을 기록하며 '외국인 100만명 시대'를 열었다. 전주는 올해 상반기 외국인 방문객이 약 49만명으로 1년 전보다 62.8% 늘었다. 두 도시는 역사문화 자원과 이름난 음식이 함께 있고 고속열차로 닿을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즐길거리와 접근성이 함께 갖춰지면 외국인은 지방으로도 간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이 수치는 한국관광 데이터랩의 이동통신 자료를 바탕으로 한 방문객 집계여서 앞의 설문조사 비율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런 도시는 아직 소수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올해 초 보고서에서 다수 광역 지역의 외국인 방문 비율이 2019년보다 오히려 낮아져 지역 확산이 축소되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방한객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는데 지방으로 흘러가는 몫은 커지지 않은 것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맛은 지방에 있지만 외국인의 소비는 서울에 몰려 있다.
수도에 관광객이 몰리는 것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라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맞는 말이다. 다만 정도가 다르다. 일본관광청 조사에서 2025년 방일 외국인의 도쿄 방문율은 50.8%였다. 오사카가 41.3%, 교토가 29.7%, 후쿠오카가 11.0%로 뒤를 이었다. 수도 다음 도시의 방문율이 40%를 넘는다. 우리는 2위 부산이 15.7%다. 일본에는 외국인이 '도쿄 말고 또 가야 할 도시'가 여럿 있고, 우리에게는 아직 그런 도시가 드물다.
일본이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일본 정부는 2016년 관광 비전에서 2030년까지 지방의 외국인 숙박을 연간 1억3000만 박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방문객 총량과 함께 지방 숙박을 국가가 관리하는 성과 지표로 삼은 것이다. 서울 쏠림은 자연스러운 결과라기보다 아직 손대지 않은 과제에 가깝다.
그렇다면 무엇이 외국인의 여행을 서울에 머물게 하는가. 나는 지방의 맛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 맛에 닿기까지 드는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이라고 본다. 경제학에서는 물건값 외에 상대를 찾고 정보를 확인하고 거래를 성사시키는 데 드는 비용을 거래비용이라 부른다. 외국인 관광객에게 지방 미식의 거래비용은 네 군데서 발생한다.
첫째는 관문이다. 김해, 제주, 대구, 청주, 양양, 무안 등 지방공항으로 입국한 외국인은 2023년 138만 명에서 지난해 316만 명으로 두 배 넘게 늘었다. 반가운 변화지만 여전히 전체 방한객의 17% 남짓이다. 대부분은 인천과 김포로 들어와 서울에서 여행을 시작하고 서울에서 여행을 끝낸다.
둘째는 길 찾기다. 세계 여행자가 가장 많이 쓰는 구글지도는 그동안 한국에서 도보와 자동차 길 찾기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했다. 정부가 고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을 조건부로 허가한 것은 올해 2월이다. 그동안 외국인은 국내 지도 앱을 새로 내려받고 한글 주소를 직접 입력해야 했다. 지하철로 대부분 이동할 수 있는 서울과 달리 버스를 갈아타야 하는 지방 식당은 찾아가기가 그만큼 어려웠다.
셋째는 예약과 결제다. 서울의 이름난 식당들은 외국어 예약 앱에 올라 있지만 지방 노포의 상당수는 여전히 전화로만 예약을 받는다. 한국 휴대전화 번호로 본인 인증을 요구하는 예약과 결제, 한국어로만 안내되는 키오스크 앞에서 외국인은 이용을 포기하기 쉽다.
넷째는 정보와 언어다. 지난 글에 실은 충청의 향토 음식 도리뱅뱅이를 떠올려보자. 메뉴판에 한글로만 적힌 이 음식을 외국인이 알아보고 무엇인지 이해하고 주문하기는 쉽지 않다. 맛이 아무리 좋아도 설명되지 않은 음식은 선택받지 못한다.
실제로 올해 8월 한 언론이 전주의 관광지 다섯 곳에서 외국인 관광객 20명을 만나 물었더니 17명이 불편을 겪었다고 답했다. 교통(13명), 언어(9명), 결제와 앱 이용(8명) 순이었다. 외국인이 늘고 있는 대표 미식 도시에서도 접근의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다.
하나하나는 사소해 보이지만 이 비용이 쌓이면 여행자는 이동과 예약이 쉬운 서울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쪽을 택한다. 서울의 음식이 더 뛰어나서가 아니라 서울에서는 이 네 가지 비용이 이미 낮기 때문이다. 외국인 관광의 서울 쏠림은 맛의 차이가 아니라 접근성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그렇다면 지방은 무엇을 해야 할까?
첫째, 서울을 경쟁자가 아니라 관문으로 써야 한다. 대부분의 외국인이 서울에서 여행을 시작한다면 지방 미식은 서울에서 출발하는 상품이 되어야 한다. 고속열차 왕복, 현지 식당 예약, 음식을 설명해줄 해설을 하나로 묶은 '미식 기차' 상품이 그 예다. 다만 당일치기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지난 글에서 말했듯 하룻밤을 머물게 해야 지출이 늘어난다.
둘째, 접속 인프라를 개별 식당이 아니라 지역 단위로 갖춰야 한다. 작은 식당 한 곳이 외국어 메뉴를 만들고 예약 앱에 등록하고 해외 결제를 받기는 벅차다. 지자체나 상권이 공동으로 음식명 번역을 표준화하고 외국인이 예약하고 결제할 수 있는 식당을 한 지도에 모으고 플랫폼 등록을 대신 도와야 한다. 음식의 품질은 식당의 몫이지만 외국인이 찾아오고 이용할 수 있는 기반은 지역이 함께 마련해야 한다.
셋째, 지방 공항을 미식의 관문으로 묶어야 한다. 청주공항으로 들어온 관광객이 충청의 향토 음식을 대구공항으로 들어온 관광객이 경상의 향토 음식을 바로 맛볼 수 있도록 공항과 지역 미식을 잇는 동선을 설계해야 한다. 한국관광공사가 올해 외국 인플루언서들을 초청해 지방을 돌게 했을 때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한 음식은 경상도의 한우 뭉티기였다. 외국인의 관심은 이미 지방의 음식으로 향하고 있다. 남은 과제는 접근성이다.
넷째, 지표를 바꿔야 한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도 방한객 수를 늘리는 데 그치지 말고 관광객을 지역으로 분산해 그곳에서의 소비를 핵심 성과 지표로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나는 여기에 하나를 더하고 싶다. 서울 밖에서 외국인이 쓴 돈 가운데 먹는 데 쓴 돈이 얼마인가. 그것이 한국 미식관광의 실력을 보여주는 숫자다.
내가 사는 대전은 이 논의에서 흥미로운 위치에 있다. 서울역에서 고속열차로 한 시간이면 닿고 빵을 사들고 기차에 오르는 외국인 관광객을 이미 볼 수 있는 도시다. 그러나 그들 대부분은 빵을 사서 그날 돌아간다. 점심 칼국수에서 원도심의 저녁, 다음날 아침 시장까지 이어지는 미식 동선과 외국인을 위한 접속 인프라를 갖춘다면 대전은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미식 도시'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외국인을 지방으로 데려오는 데 성공한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관광객이 지방에서 쓴 돈도 상당 부분은 다시 지역 밖으로 빠져나간다. 다음 글에서는 관광객이 쓴 1만원이 실제로 지역에 얼마나 남는지를 계산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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