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야구 종목에서 한국 대표팀은 전원 사회인야구 출신으로 구성된 일본 대표팀에 슈퍼라운드에서 0대5 완패하고 결승에서 3대1로 신승해 병역면제를 받았다. 출전국은 필리핀, 팔레스타인, 홍콩, 태국 등 총 8개 국가가 참가했다. 국위선양 한 게 맞나?
많은 야구선수들이 올림픽, 아시안게임 그리고 한때 WBC야구대회를 통해 병역면제를 받았다. 국위선양했다고. 배려해 주니 권리인 줄 안다. 2006년 대회 이후 WBC야구가 병역특례 대상에서 제외되자 2009년 대회 때 야구계는 병역특례를 출전 조건으로 내걸었다. 준우승 후 이명박 대통령에게 직접 병역면제를 요구하기도 했다.
사실 WBC야구대회는 야구와 소프트볼이 올림픽 종목에서 제외되자 미국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야구의 세계화를 위해 급조해서 만든 일종의 '초청대회'였다. 별로 세계적이지도 않고 실상 족보(?)도 없는 대회인데 국내 언론이 마치 '세계적 대회'인 양 뻥튀기한 '기획상품'이다. 본고장 미국의 언론은커녕 야구팬들도 관심 없는 이벤트임에도 미디어의 장삿속과 변장술에 우리가 속아왔다.
야구는 이번에 아시안게임 5연패를 달성했다. 통산 7회 우승인데 1998년과 2002년에도 우승했고 2006년만 못했으니 어린아이 팔 비틀 듯 우승하며 '병역면제 퍼레이드'를 펼친 것이다. 금메달이 사실상 보장된 대회였기에 2014년, 2018년 아시안게임 선수 선발 때는 '구단별로 TO가 정해진 것 아니냐'는 이른바 '미필 배분 쿼터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축구 역시 통산 7회 우승, 4연패로 야구와 함께 '무더기 병역면제'의 쌍두마차다. 2012년 런던 월드컵 때는 '4분 뛰고 제대'라는 신화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런데 얼마 전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는 조 3위로 32강 토너멘트 진출에 실패했다. 이런 '국위훼손'은 어쩔 건가.
최근 아시안게임 출전 축구선수들의 설화로 병역특례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보다 근원적 질문을 던져야 한다. 왜 국가가 인기와 명예마저 거머쥔 극소수 '슈퍼 리치' 젊은이들에게 병역면제의 혜택까지 주는가. 다른 청년들의 박탈감과 분노는 외면하는가.
또 국가는 왜 극소수 청년 부자들의 커리어를 관리하기 위해 행정력까지 동원해야 하는가. 세금을 쏟아부으며 챙겨주고 연금을 주는 것도 모자라 왜 이들이 기어이 군대 가지 않을 방법을 설계하고 수정하고 보완하느라 노심초사해야 하는가. 숱한 다른 종목 선수들에게 상처를 주고, 2030청년들에게 박탈감을 주는 병역특혜는 마땅히 폐지되어야 한다.
2002년 월드컵 때 우리 선수들이 16강에 오르자 정치인들이 전광석화처럼 법안을 통과시킬 때부터 논란이 일었으니 4반세기 묶은 논란이다. 20여 년 이 문제를 들여다본 경험을 통해 얻은 결론은? 폐지 외엔 답이 없다.
많은 이들이 마일리지제를 도입하고 보완하자고 한다. 일명 포인트제. 이미 10년 전 이야기다. 대회 성적에 점수를 부여해 합산해서 일정 점수를 넘으면 병역특례를 주는 거다. 예를 들어 그 기준을 100점이라고 하자. 100점은 면제고 99점은 징집이다. 금메달이면 면제받고 은메달이면 군대 가는 지금의 제도와 다를 게 없다. 1점의 차이가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제도는 태어나지 말아야 한다.
또 이런 제도는 선수들을 '병역면제 낭인'로 만들기 십상이다. 그 점수에 다다를 때까지 계속 출전해야 한다. 또 비리로 가는 길이 될 수도 있다. 야구의 경우처럼 선수 선발 때 짬짜미가 없을 수 없다. 승부조작은 또 없을까. 실제 이런저런 이유로 선수에게 질 것을 강요하는 경우는 스포츠계에 흔했던 시절이 있었다.
결정적으로 마일리지제는 공정성을 담보할 수가 없다. 대한체육회엔 64개 정회원 종목, 7개 준회원 종목, 14개 인정 단체가 있다. 정회원 종목에 한정하더라도 종목 간 형평성은 물론 종목 내 각급 대회를 차별화해 점수를 부여하는 것은 쉽지 않다. 축구는 월드컵, 올림픽, 아시안게임, 유니버시아드, 아시안컵 외에도 FIFA U-20, U-17, AFC U-23, U-20 등 연령별 대회가 있다. 어떻게 점수를 줘야 모두가 동의를 할까.
종목 간 형평성은 불가능에 가깝다. 축구는 국제대회가 많지만 야구는 WBC, 올림픽, 아시안게임 외엔 이렇다 할 성인 국제대회가 없다. 그리고 종목이 너무 많다. 정회원 종목인 족구, 피구, 세팍타크로, 주짓수, 산악, 패러글라이딩, 웨이크스포츠, 핀수영, 당구, 그라운드골프, 게이트볼, 국학기공, 줄넘기의 국제대회를 파악하고 이들의 경중을 따져 점수를 부여해야 한다. 또 병역특례 대회 및 점수가 농구와 승마, 족구와 패러글라이딩, 당구와 줄넘기 간 서로 공정해야 한다. 특히 문제는 비인기종목의 경우 병역특례의 근본 취지인 '국위선양'과는 거리가 멀다는 현실.
운동선수들에겐 젊은 시절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래서 병역특례가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거 한마디로 미친 소리다. 운동선수 아닌 다른 청년들에겐 젊은 시절이 안 중요한가? 또 그때 돈을 벌어야 한다고 한다. 황당하다. 돈 벌어야 하니 군대 안 가게 해달라는 게 말이나 되나? 프로선수들 몇 억만 돈이고, 편의점 알바의 최저 시급 1만320원, 라이더 실질 시급 7000원은 우습게 보이나? 무엇보다 젊은 시절 1~2년은 '신입사원'이 되기 위해 100번, 200번 쉬지 않고 면접을 봐야 하는 청년들에겐 더욱 중요하다.
선수 시절 군대에 가면 경기력 저하를 가져온다고 한다. 이는 입증이 어려운 주장이다. 반면 역으로 군대 제대 후 더 훌륭한 경기력을 보인 사례는 너무나 많다. 저 멀리 차범근은 35개월 공군 복무하고 독일로 건너가 갈색폭격기 '차붐'으로 변신해 분데스리가 최고의 공격수가 되었고 홍수환은 (상무가 아니라) 현역 복무하며 우리나라 두 번째 복싱 세계챔피언에 올랐다.
가깝게 야구의 서건창은 육군 병장으로 만기 전역 후 신인왕과 시즌MVP를 거머쥐었고 안현민은 취사병으로 복무 후 신인왕을 차지하고 팀의 핵심 타자가 되었다. 정현욱과 유동훈은 병역비리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후 공익근무까지 마치고 프로에 복귀해 이전의 실력을 뛰어넘는 기량을 보였다. 골프의 맹동섭과 전가람도 군 복무 후 투어 우승을 하여 대반전의 드라마를 쓰기도 했다.
외국에도 사례는 많다. '마지막 4할 타자' 테드 윌리엄스는 2차 세계대전에 이어 한국전에 전투기 조종사로 참전한 후 메이저리그에 복귀하자마자 4할7리를 쳤고 이후 3할8푼8리로 타격왕에 오른다. 무하마드 알리는 베트남전 참전 거부로 유죄판결을 받아 챔피언 벨트를 박탈당하고 법정에 서는 등 4년 가까이 링에 오르지 못했지만 조지 포먼과의 세기의 대결에서 KO승을 거둔다. 그리핀 잭슨은 공군 장교 전역 후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트윈스 핵심 투수가 되었고 독일의 메르기임 베르샤, 핀란드 대표팀의 에이스 요엘 포흐얀파올로도 군 복무 후 유럽 리그 최정상급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병역특례는 합법적 병역면제의 도구이자 집단적 병역회피 면허증이 되어버렸다. 법은 공평하고 일관돼야 한다. 폐지가 답이다. 마일리지제 등 지금의 '병역특혜'를 수정하려는 노력은 부질없는 짓이다. 또 다른 논란의 연속이고 우리 모든 청년들에겐 상처와 박탈감의 연장일 뿐이다. 이미 초특급 부자인 운동선수들의 젊은 시절만 중요하다는 주장에, 연금까지 받는 그들의 커리어를 국가가 관리해 주는 모습에 청년들은 등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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