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의 전국적 성공신화를 써온 전북자치도 익산시의 '다이로움' 충전금액이 올 10월부터 종전의 반토막인 월 30만원으로 축소 조정되며 소상공인들이 아우성이다.
익산시는 재정악화로 가용재원이 대폭 축소된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다이로움' 충전액을 하향 조정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시민들의 의견을 사전에 수렴하지 않은 톱다운 방식의 축소인데다 단기간에 급하게 단행됐다는 점에서 소상공업계의 충격이 컸다는 하소연이다.
지역경제 전문가들은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외부충격에도 익산 소상공업계가 줄초상을 면할 수 있었던 것은 '다이로움 효과'에 기인한 것"이라며 "단순히 '퍼주기 논란'으로 치부하지 말고 소상공인 활성화 차원에서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익산시는 지역사랑상품권 '다이로움'의 구매 한도와 보유 한도가 올해 확보한 인센티브 예산의 조기 소진에 따라 월 구매 한도는 기존의 60만원에서 30만원으로, 보유 한도는 1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각각 축소 조정했다.
시민 혜택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충전금액의 10%를 추가 지급하는 인센티브는 현행대로 유지하지만 인센티브 금액은 월 6만원에서 3만원으로 대폭 줄었다.
다만 인센티브 예산이 모두 소진되면 10% 인센티브 지급도 종료될 예정이어서 연말경엔 그나마 소비지원 금액도 중단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익산시는 2027년도 구매·보유한도 등 운영방안은 현재 진행 중인 시민 설문조사 결과와 예산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가용재원 확보 차원에서 익산시 대표브랜드 정책이라 할 '다이로움 이펙트'에 손을 대는 것은 '시민 주권주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역의 소상공업계는 구매 한도 축소의 직격탄을 맞아 매출 감소를 호소하고 있다.
요식업계의 40대 K사장은 "종전에는 다이로움 소비 인센티브를 활용해 가족 단위 외식 발걸음이 많았는데 10월 들어선 30%가량 뚝 떨어졌다"며 "경제는 심리 아니냐. 지원액을 절반으로 축소한다니 외식심리도 급랭된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구매 한도가 조정된 초기라서 충격이 덜한 것 같다"며 "이대로 가면 소상공인과 자영업계 전반에 매출 감소에 돈맥경화에 따른 간접적 타격도 심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2025년 1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익산시의 2024년 기준 다이로움 인구당 발행액은 174만5000원으로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2위를 기록했다.
2022~2024년 도내 시·군의 최대 할인혜택을 비교한 결과 익산은 3년간 시민 1인당 총 448만원의 할인혜택을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도내 평균(215만원)의 두 배가 넘고, 차순위 지자체(309만원)보다도 한참 높은 수준이었다.
구매 한도가 줄어들면 그만큼 소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결국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매출 감소의 악순환 고리가 형성될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소매업을 운영하는 S사장(57)은 "장기간의 불황에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지역 소비력을 견인해준 '디이로움 효과'가 컸다"며 "인센티브 월 6만원과 3만원 차이는 단순히 수치간 차이가 아니라 구매심리 위축을 심화한다는 점에서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지역화폐의 가입자 기준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만 14세 이상'의 인구이다.
익산시의 주민등록상 인구는 올 9월말 현재 26만6500명으로 이 중에서 14세 이하 인구(약 2만6000명)를 떨어내면 24만명 정도가 '다이로움'에 가입해 인센티브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반면 '다이로움' 가입자는 종전의 착한페이 앱에 가입한 소비자를 기준으로 26만명을 넘어섰다는 통계가 있어 대략 2만명 정도는 타 지역 출신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대행사 재선정 과정에서 일부 가입자가 재가입을 하지 않아 최근 다이로움 활용 소비자는 대략 17만명 가량으로 추산된다.
이 중에서 다이로움카드 배송지를 기준으로 할 때 15%가량은 외지인이란 추정이 있어 대략 2만5000명 정도는 타 지역 출신이란 분석을 가능케 하고 있다.
이들 타 지역 출신 2만~2만5000명이 매월 적립 가능한 금액(30만원)을 익산에서 소비한다고 고려할 때 월간 60억~70억원, 연간 720억~840억원의 막대한 역외자금이 익산시로 유입된다는 계산이다.
이런 외부자금 유입 규모도 흔들릴 가능성이 타진되고 있다.
완주군 삼례읍에 사는 40대 주부 K씨는 "그동안 익산 다이로움카드를 활용해 인근의 익산지역에 가서 물건을 사오곤 했다"며 "구매 한도가 월 3만원으로 줄어든 이후 과연 익산까지 가서 소비를 해야 하느냐는 고민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종전에 매월 6만원의 인센티브를 받을 경우 시간을 내서 익산까지 갈 수 있지만 한도가 축소된 마당에 굳이 그렇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회의감을 표시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는 전언이다.
통계청과 익산시에 따르면 익산시의 소상공업체는 '다이로움'이 도입된 2020년 3만6800개에서 2022년엔 4만개로 늘어났다.
또 2023년에는 4만1500개로 증가한 후 2024년엔 4만2600개로 다시 불어나는 등 매년 1000개씩 이상 몸집을 불려왔다.
생성과 소멸을 수시로 달리하는 소상공인 특성을 감안할 때 객관적인 업체 증가율 배경에는 지역경제 방파제 역할을 해온 '다이로움 효과'가 컸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다른 지역과 비교한 익산의 소상공인 증가율도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익산시의 2023년도 소상공인 증가율은 3.5%를 기록해 전국 평균(3.1%)보다 앞서갔으며 전주시 완산구(2.1%)나 덕진구(3.0%)는 물로 군산시(3.0%)보다도 높았다.
물론 군지역까지 고려하면 5~9%대의 증가율도 나타나지만 지역경제규모가 적은 지역의 경우 등락의 폭이 클 수 있다는 점에서 비교 대상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다이로움은 단순한 할인정책을 넘어 익산 대표브랜드로 자리 잡은 지 오래이며 지역경제 흐름 자체를 바꾸기도 했다.
익산시가 2021년 진행한 '다이로움 경제효과 분석용역'을 바탕으로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 파급효과를 추정한 결과 직·간접 경제효과는 2조원 이상으로 분석됐다.
세부항목을 보면 타지역에서 익산으로 유입된 소비효과 5227억원 외에 대형마트 소비가 소상공인으로 전환된 효과도 2082억원에 육박했다.
익산시는 이 수치가 다이로움이 '지역 경제 순환의 마중물'이 됐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상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다이로움은 단순히 예산 퍼주기 식의 지역상품권이 아니라 시민과 소상공인이 함께 만든 지역경제의 슈퍼파워"라며 "가용재원 확보를 위한 고육지책이라면 대표브랜드 정책을 축소하기보다 다른 쪽에 눈을 돌려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이로움이 인구 36만 도시의 대표브랜드로 자리잡기까지 많은 노하우와 행정적 노력이 체화된 상황"이라며 "지역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면서 외부 환경 변화를 막아주는 방파제 역할을 하는 정책적 툴(tool)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다이로움 인센티브 효과와 관련해 "금전적 여유가 있는 중산층 이상이 '풀(full) 충전'을 통해 정책의 혜택을 볼 뿐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엔 도움이 안 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하지만 지역화폐는 지역의 소비 촉진하고 지역의 돈이 지역에서 돌 수 있도록 장려하는 정책이라는 점에 무게를 실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익산시와 같이 중규모 도시에서 시민 대다수가 다이로움을 이용하는 이른바 '보편적 복지'로 자리 잡은 만큼 퍼주기나 취약계층 소외 등의 논란에서 벗어나 저소득층을 위한 별도의 제도 마련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소상공업계는 익산시가 구매 한도를 종전의 매월 6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축소 유지할 경우 연간 150억~160억원 정도의 인센티브 예산을 절약해 다른 사업에 쓸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중에서 국비 지원액을 제외한 시비 절감액만 따지면 80억원 안팎으로 분석된다.
지역화폐 활성화 방안에 조예가 깊은 손문선 익산시의원(무소속·익산바)은 "다이로움의 경우 전국적인 성공사례로 잘 알려져 있는, 구매한도를 축소하기보다 오히려 확대하고 활성화해야 할 정책"이라며 "문제가 있다면 보완을 하려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80억원의 시비 예산을 절감해 다른 사업에 쓸 것인지, 다수의 소상공인과 지역 소비자를 위해 다이로움 구매 한도 확장에 과감히 투자할 것인지는 정책적 결정의 문제이다.
지역경제에 돈이 돌게 하는 '다이로움 이펙트' 이상의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정밀한 분석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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