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 발암물질로 분류되는 중금속 '6가 크롬'이 국내 시멘트에서 여전히 유해성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검출되고 있다. 올해 검출량은 지난해보다 1.5배가량 증가해 유럽연합 상한 기준의 3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율 규제에 의존하는 현행 방식을 넘어 법적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더불어민주당 박해철 의원실이 국립환경과학원의 국내 9개 시멘트사(일본 수입사 제외) 시멘트 중금속·방사능 분석결과를 조사한 결과, 올해 1~8월 시멘트 6가 크롬 검출량은 평균 6.5mg/kg(킬로그램당 밀리그램)으로 집계됐다. 유럽연합의 법정 제한 기준 2mg/kg을 3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특히 지난해 같은 기간 평균치(4.2mg/kg)보다 눈에 띄게 증가했다. 업체별로는, 한라시멘트가 9.9mg/kg으로 가장 높았고, 성신양회가 8.4mg/kg으로 뒤를 이었다.
시멘트 원료나 보조연료로 폐기물을 쓰지 않는 유니온 사를 제외하면, 나머지 8개사의 6가 크롬 평균 검출량은 7.4mg/kg으로 증가했다. 유니온 시멘트의 6가 크롬 검출량은 0.3mg/kg에 불과했다. 6가 크롬은 시멘트 제조 과정에서 산업 폐기물, 폐타이어 등을 보조 연료나 대체 연료로 투입해 고온으로 태울 때 농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시멘트 업계는 석회석에 포함된 크롬 성분이 고온 소성 과정에서 화학적으로 변하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국내 시멘트의 연평균 6가 크롬 검출량은 2009년 이후 등락을 거듭해 왔다. 2009년 7.8mg/kg에서 2013년 9.2mg/kg까지 증가했다가 감소세를 보였고, 2020년 다시 8.6mg/kg으로 반등한 뒤 2025년까지 꾸준히 줄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검출량이 다시 증가세를 보인다.
한국의 6가 크롬 규제는 17년째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2000년대 중반 국내 시멘트 제품에서 6가 크롬이 과다 검출되며 논란이 확산하자, 2009년 환경부(현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시멘트 업계와 기준치를 20mg/kg 이하로 정하는 '자율 협약'을 맺었다.
반면, 유럽연합이나 중국은 법으로 6가 크롬 농도의 상한선을 정해 엄격히 통제한다. 유럽연합의 법정 기준치는 2mg/kg, 중국은 10mg/kg이다.
유럽연합과 중국은 모래, 물, 시멘트를 섞은 실제 시공환경(모르타르 기반 추출)에서 6가 크롬을 검출한다. 반면, 한국은 순수한 시멘트 분말 가루와 증류수 등을 섞어 검출하는 방식을 취한다. 보건학적으로는 유럽연합과 중국의 검출 방식이 현장 노동자에 미치는 유해성과 실제 노출 수준을 더 정확하게 반영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논란이 계속되자, 환경부는 지난해 시멘트 안정성을 검증하기 위한 민관 공동조사위원회를 출범해, 올해 안에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박해철 의원은 "올해 평균 검출량 등을 볼 때, 현행 자율 협약 기준을 당장 10mg/kg으로 하향 조정해도 시멘트 업계에 큰 영향은 없다는 것이 증명됐다"며 "기후부는 공동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이라도 현행 20mg/kg인 자율 협약 기준을 10mg/kg 이하로 즉시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박 의원은 "우리나라의 시멘트 6가 크롬 기준이 EU 등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 지나치게 방만하게 관리돼 온 측면이 있다"며 "향후 법적 기준을 마련할 때는 국민 안전을 위해 더 엄격한 기준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6가 크롬은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로, 피부염, 호흡기 질환, 암 등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건설 및 도배 작업자들이 직접 노출될 위험이 높은 유해 물질이다. 이 때문에 덴마크, 핀란드 등 일부 국가들은 1990년대에 이미 시멘트 내 6가 크롬 농도를 2mg/kg 이하로 제한하는 규제를 도입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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