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정유 시설 공격을 재개하겠다고 밝히면서 양측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보다 협상하기 어려운 상대라며, 또 다시 정권 교체 필요성을 언급했다.
15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를 가진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협의를 통해 러시아산 디젤(경유) 수입을 결정하고 관련한 대러시아 제재를 내년 4월까지 한시적으로 해제한 데 대해 "트럼프가 어떻게 그(푸틴)와 친구가 될 수 있나? 이건 실수다"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대로 러시아 정유 시설 공격을 언제까지 중단할 것인지에 대해 "이제 끝이다. (공격 중단의) 빗장이 풀렸다"라며 러시아 정유 시설을 공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언제 공격이 재개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을 내놓지 않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군 관계자들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에너지 기반 시설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는다면 정보 제공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했다고 전했다. 또 그는 지난 13일 러시아가 수도인 키이우를 향해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미국 등 파트너 국가들로부터 어떠한 정보 공유도 받지못했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같은 태도에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미국 매체 뉴스맥스와 인터뷰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에너지 휴전) 타결을 원한다고 말은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저는 젤렌스키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라며 "젤렌스키는 우리가 상대하기에 좋은 인물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 젤렌스키가 다시 정유 시설을 공격하고 있다면 그가 하는 일은 전 세계 유가를 올리는 것 뿐"이라며 "다른 목표물도 많다. 타격할 수 있는 표적은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디젤유를 생산하는, 전 세계와 우리에게 필요한 디젤 정유공장을 타격한다면 그는 세계를 위해 좋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쏘아 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가 끝나기 전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날 것으로 보냐는 질문에 "곧 끝나야 한다. 사실 두 사람(푸틴과 젤렌스키) 모두 전쟁이 끝나기를 바라고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하지만 저는 젤렌스키가 푸틴보다 상대하기 더 어렵다고 느낀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4년 반 동안 이어진 전쟁 속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대중의 지지를 유지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신들의 아파트 건물에 미사일이 떨어지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라며 우크라이나의 정권 교체 필요성을 또 언급했다.
그는 조 바이든 전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군사 지원을 제공했다는 점에 대해 비판하면서 정부가 미국의 무기 재고를 다시 확충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확보하고 있다. 토마호크 미사일도 기록적인 수준으로 확보하고 있으며, 매우 빠르게 재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미사일과 자금을 지원했지만 우크라이나의 부패한 관리들이 이를 중간에서 팔아 넘겼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우크라이나에 준 돈은 어디 갔나? 장비는 다 어디 갔나? 사람들이 그 장비들을 팔아넘겼다. 바이든은 그들에게 미사일을 줬는데, 그 미사일들이 암시장에서 팔려나갔다"라고 말했다.
실제 우크라이나의 미사일 재고가 사실상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15일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우크라이나의 한 당국자가 패트리어트 방공 미사일의 경우 "10월 7일 기준으로 미사일이 10발 밖에 남아있지 않았는데, 그마저도 (러시아의) 공격을 막는 과정에서 모두 소진됐다. 현재는 겨우 몇 발 정도만 남아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으로부터 정보 제공이 줄어들고 위성망 사용도 제한된 와중에 미사일 재고까지 바닥을 드러내면서 우크라이나가 어려운 상황에 놓인 가운데, 젤렌스키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갈등이 우크라이나를 더 어렵게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 위성망 사용 제한은 미국 정부에서 지시한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로이터> 통신은 15일 미국 관리 2명과 서방 관리 1명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가 전장 통신 및 드론 운용에 사용하는 위성 시스템을 제한하라는 지시가 백악관 내부에서 내려졌다고 보도했다. 이 관리들은 미 전쟁부 지도부가 우크라이나군이 사용 중인 스페이스X의 '스타실드' 서비스 속도를 늦추라는 전달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우크라이나의 대표적인 비영리 싱크탱크인 '민주주의 이니셔티브 재단'의 마리아 졸키나 지역안보·분쟁연구 부서장은 <뉴욕타임스>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전략을 바꾼 것이라면서, "큰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이 트럼프 대통령을 모욕하려는 의도라기보다는, 전황의 균형이 러시아 쪽으로 기울어 있는 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정유 시설을 계속 타격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려 했다는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보복 조치를 취할 경우, 젤렌스키 대통령의 접근 방식이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뉴스맥스와 인터뷰에서 러시아, 중국과 함께 핵 군축을 논의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가능하다면 비핵화를 하고 싶다. 실제로 러시아와 이야기하고 있고, 중국과도 이야기하고 있다"라며 "우리가 1위, 러시아가 2위다. 중국은 5~6년 안에 우리를 따라잡을 것이다. 그들은 적극적이지 않지만 우리가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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