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예방 앱 '시티즌코난'을 정부 지원 없이 자체 비용으로 개발했다는 개발사의 해명과 달리 이 앱이 국비 과제의 결과물로 보고된 사실이 확인됐다. 사업을 관리한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은 국비가 투입된 것이라며 필요하면 감사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황정아 의원(더불어민주당, 대전 유성을)이 NIA에서 받은 경찰대학의 'AI 기반 전화금융사기 대응 플랫폼 개발 사업추진 결과보고서'(2021년 12월)에 따르면 이 사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디지털 공공서비스 혁신 프로젝트'로 추진된 국비 과제다.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 스마트치안지능센터가 주관해 2021년 7월부터 12월까지 수행했다. 사업비는 전액 정부 지원금이었고 주관기관 부담금은 없었다.
결과보고서 요약서에는 사업자로 일루텍코리아와 인피니그루가 적혀 있다. 사업 내용과 범위에는 '시티즌코난 앱 개발' 항목이 따로 들어 있고 시티즌코난 앱과 서버 모듈, 연계 모듈, 데이터 가공, 경찰용 앱인 폴리스코난과의 연동 등이 과업으로 포함됐다.
세부 과업으로는 악성 앱 검출·알림, 악성 앱 삭제, 대국민 전화금융사기 피해 예·경보 서비스 개발이 명시됐다. 현재 시티즌코난의 기본 기능인 악성 앱 탐지·삭제와 예·경보 기능이다.
보고서 추진경과에는 '2021년 9월 24일 시티즌코난 오픈'이 기록돼 있다. 앱이 국비 사업 기간 중에 출시된 것이다. 같은 해 10월 27일에는 경찰청장 앞 시연도 이뤄졌다. 보고서는 사업 결과로 시티즌코난 앱의 메인 화면과 피싱 검사, 악성 앱 탐지 화면 등을 실었고 성과로는 언론 보도 150여 건과 경찰청·지자체 협력 홍보, 현장 활용 사례 14건을 내세웠다.
인피니그루는 지난 15일 입장문에서 "정부 예산은 경찰대학 내부 시스템 구축비였고 회사는 컨소시엄 참여기업으로 일부 과제만 수행했다"며 "시티즌코난의 개발비와 운영비는 처음부터 전액 회사가 부담했고 정부 예산은 지원받지 않았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NIA의 판단은 다르다. NIA는 황 의원실에 낸 답변 자료에서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용역계약에 따라 일루텍코리아 컨소시엄에서 개발한 것으로 국비를 투입한 것"이라며 관련 자료를 살핀 뒤 필요하면 감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국비 지원 여부가 쟁점이 되는 것은 시티즌코난의 수익 구조 때문이다. 시티즌코난은 경찰청과 협력해 보급된 앱으로 이용자 상당수가 경찰이 운영하는 공공 앱으로 인식하고 휴대전화 접근 권한을 허용하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은 지난해 8월 시티즌코난이 '마케팅 정보 수신'에 동의하지 않은 이용자에게도 유료 광고 팝업과 부가서비스 가입 광고를 계속 띄운다고 지적했다. '휴대전화 번호 입력하고 개인정보 유출 위험 상태 확인' 같은 알림을 악성 앱 검사로 알고 번호를 입력했다가 자신도 모르게 유료 서비스에 가입하게 된다는 것이다.
황 의원실이 최근 앱을 직접 실행해 본 결과에서도 비슷한 화면이 확인됐다. 앱을 열자마자 붉은 글씨로 '개인정보 유출 차단이 필요합니다'라는 경고와 '지금 확인하고 즉시 차단'이라는 문구가 담긴 팝업이 떴고 화면 가운데 큰 '확인' 버튼이 있었다. 이 팝업은 유료 서비스 광고였다. 광고라는 사실은 팝업 위쪽의 작은 'AD' 표시와 버튼 아래 '휴대폰인증서 유료서비스 광고'라는 작은 글씨로만 알 수 있었다.
보안 경고처럼 보이게 만들어 이용자를 유료 결제로 이끄는 방식은 이용자의 착각을 유도하는 이른바 '다크패턴'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비로 개발된 공익 앱이라면 이 같은 수익화 방식은 더 큰 문제가 된다.
황 의원은 "인피니그루가 참여한 컨소시엄이 시티즌코난 앱 개발을 국비 과제로 수행하고 성과까지 보고해 놓고 이제 와서 자기 돈으로 만들었다고 하는 것은 사실과 다른 해명"이라며 "인피니그루의 해명이 맞다면 국비 과제의 결과보고서가 허위로 작성·제출됐다는 뜻이고, 결국 결과보고서와 해명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이어 "NIA는 즉시 감사에 착수해 국비 집행 내역과 해명의 진위, 다크패턴 의혹까지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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