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의 두 글에서 나는 외국인 관광객이 음식에 쓰는 돈이 적고(①) 그마저 서울에 몰려 있다(②)는 점을 짚었다. 이번에는 한 걸음 더 들어가 묻고 싶다. 관광객이 지방까지 와서 쓴 돈은 그 지역에 얼마나 남는가?
축제가 끝나면 지자체는 흔히 "방문객 ○○만 명, 경제효과 ○○억 원"이라는 보도자료를 낸다. 이 경제효과는 대개 방문객 수에 1인당 지출액을 곱해 계산한다. 계산은 간단하지만 이 숫자가 지역경제의 실제 성과를 보여 주지는 못한다.
먼저 방문객 수와 지출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한국관광공사의 '2025 문화관광축제 빅데이터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문화관광축제 방문객은 1431만 명으로 2018년보다 23.7% 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축제 기간 총 소비금액은 2022년 4887억 원을 정점으로 줄어들어 지난해에는 4639억 원에 머물렀다. 1인당 평균 소비금액은 2022년 3만 9128원에서 3만 2415원으로 17% 감소했다. 사람은 늘었는데 쓰는 돈은 줄었다.
더 중요한 문제는 그 돈이 어디로 가는지를 이 계산이 묻지 않는다는 점이다. 관광객이 쓴 1만 원은 결제되는 순간 지역의 매출로 잡힌다. 그러나 그 1만 원이 지역 안에서 다시 쓰이는지 곧바로 지역 밖으로 빠져나가는지에 따라 지역경제에 남기는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영국 신경제재단(NEF)은 지역에 들어온 돈이 지역 안에 머물지 못하고 밖으로 빠져나가는 현상을 '누출(leakage)'이라고 부르며 지역경제를 바닥에 구멍이 난 양동이에 비유했다. 아무리 많은 돈을 부어도 구멍이 크면 채워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지역개발 정책이 관광객 유치와 외부 자금 확보에 힘을 쏟는 동안,이미 들어온 돈이 빠져나가는 문제는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아 왔다.
관광지의 음식 지출에서 누출이 생기는 경로는 비교적 분명하다. 첫째는 식재료다. 관광지 식당이 쓰는 재료가 지역 밖 도매업체나 본사 물류를 통해 들어오면 식재료비는 그대로 지역을 떠난다. 음식점 매출에서 식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발표된 외식업체 경영실태조사에서 40.7%로 역대 최고였다. 매출의 40% 이상이 어디서 조달되느냐가 지역에 남는 몫을 좌우하는 셈이다.
둘째는 본사로 가는 돈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외식업 가맹점 한 곳이 가맹본부에 지급한 차액가맹금, 곧 본사가 필수품목을 공급하며 얻는 유통 마진은 평균 2600만 원으로 1년 새 13% 늘었다.
셋째는 임대료다. 관광객이 몰리는 상권의 건물을 외지인이 소유하고 있다면 임대료도 지역 밖으로 나간다. 넷째는 카드와 배달·예약 플랫폼 수수료처럼 결제 과정에서 빠져나가는 돈이다.
지역에 남는 몫을 실제로 재는 방법으로 NEF가 개발한 'LM3(Local Multiplier 3)'가 있다. 돈의 흐름을 세 단계까지 추적하는 방식이다. 1단계는 식당이 관광객에게서 받은 돈, 2단계는 식당이 그 가운데 지역 안에서 쓴 돈(지역 농가에서 산 식재료, 지역에 사는 직원의 임금 등), 3단계는 그 돈을 받은 농가와 직원이 다시 지역 안에서 쓴 돈이다. 세 단계를 더해 처음 받은 돈으로 나누면 1에서 3 사이의 값이 나온다. 1에 가까울수록 돈이 곧바로 빠져나가고 3에 가까울수록 지역 안에서 여러 번 돈다.
같은 관광지 골목에 있는 두 식당을 가정해 보자. 숫자는 이해를 돕기 위한 예시이며 실제 식당을 측정한 값이 아니다.
A 식당은 지역 주민이 운영하며 식재료의 절반을 지역 농가와 시장에서 산다. 관광객이 1만 원을 쓰면 식재료비 4000원 가운데 2000원, 지역에 사는 직원의 임금 2700원, 지역 주민인 건물주에게 가는 임대료 1000원, 지역에서 쓰는 기타 경비 400원, 운영자 자신의 이익 900원을 합쳐 7000원이 지역 안에서 쓰인다. 이 돈을 받은 사람들이 그 절반을 다시 지역에서 쓴다고 하면 3단계는 3,500원이다. LM3는 (1만+7,000+3,500)÷1만, 곧 2.05다.
B 매장은 외지에 본사를 둔 가맹점이다. 점주와 직원은 지역 주민이지만 식재료는 대부분 본사 물류로 들어오고 건물주는 외지에 살며 로열티와 각종 수수료가 따로 나간다. 같은 1만 원 가운데 지역 안에서 쓰이는 돈은 직원 임금과 점주의 이익을 중심으로 약 3,900원이다. 3단계를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면 약 2000원이고, LM3는 1.59다.
같은 1만 원이 A 식당에서는 지역 안에서 2만 500원의 거래를 B 매장에서는 1만 5900원의 거래를 일으킨다. 차이의 대부분은 맛이나 가격이 아니라 식재료를 어디서 사는지 임대료가 누구에게 가는지에서 생긴다. 반대로 두 곳 모두에서 지역에 남는 가장 큰 몫은 지역 주민인 직원의 임금이었다. 관광 일자리를 지역 주민이 맡는 것 자체가 중요한 이유다.
이런 계산을 보면 프랜차이즈를 줄이자는 이야기로 들릴 수 있다. 그렇지 않다. B 매장의 점주와 직원도 지역 주민이고,가맹점은 지역에 일자리를 만든다. 문제는 업태가 아니라 조달 구조다. 가맹점도 지역 농산물을 쓰는 지역 한정 메뉴를 늘리면 승수는 올라가고 지역 식당도 재료를 모두 외지에서 사 오면 승수는 내려간다.
실제 연구도 같은 점을 보여 준다. 유럽 5개국 122개 농업 경영체의 305개 판매 경로를 분석한 연구(Kłoczko-Gajewska 외, 2024)에서는 짧은 공급망과 긴 공급망 모두 LM3가 2를 넘었고 두 경로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다. 두 경로 모두 지역 노동력과 지역 투입재를 주로 썼기 때문이다. 공급망의 길이나 '로컬'이라는 명칭보다 각 단계에서 돈이 지역에 머무는 비율이 승수를 결정한다.
또 하나의 반론은 관광객을 더 부르는 것이 먼저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누출이 크면 유입의 효과는 그만큼 줄어든다. 새로 관광객을 끌어오려면 큰 예산이 들지만 이미 들어온 돈이 지역 안에서 한 번 더 돌게 하는 일은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확실한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렇다면 무엇을 바꿔야 할까. 첫째, 축제와 관광 사업의 성과를 '총지출'이 아니라 '지역에 남은 지출'로 발표해야 한다. 외지 방문객이 쓴 돈 가운데 지역 사업체와 지역 식재료로 간 몫이 얼마인지를 함께 밝히는 것이다. 카드 소비 자료와 표본 조사를 결합하면 충분히 추정할 수 있다.
둘째, 공공 지원에 지역 조달 기준을 넣어야 한다. 예산이 들어가는 축제 먹거리 장터와 관광 상품이라면 지역 식재료 사용 비율과 지역 사업자 참여 비율을 선정과 평가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셋째, 관광지 식당이 지역 식재료를 쉽게 살 수 있는 경로를 만들어야 한다. 식당이 지역 농산물을 쓰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의지가 아니라 번거로움이다. 여러 농가의 물량을 모아 손질하고 배송하는 지역 단위의 공급 거점이 있어야 식당의 조달 구조가 바뀐다.
넷째, 작은 측정부터 시작하자. 지자체가 대표 관광 식당 10곳의 LM3를 실제로 측정해 공개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이 식당에서 쓴 1만 원 가운데 7000원이 우리 지역에 남는다"는 설명은 두꺼운 경제효과 보고서보다 시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설득력이 있다.
세 편에 걸쳐 숫자로 미식관광을 진단했다. 한 사람이 쓰는 돈이 적고(①) 그 돈이 서울에 몰리며(②) 지방에서 쓴 돈도 상당 부분 지역 밖으로 빠져나간다(③). 다음 글부터는 이 구조를 바꿀 사업자들을 살펴본다. 그 첫 번째로, 지방에 이름난 식당은 많은데 왜 관광객이 살 수 있는 미식 '상품'은 드문지를 따져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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