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에너지 시설에 대한 대규모 공격을 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선언한 에너지 휴전을 사실상 무시하며 양국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러 국영 <타스> 통신은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서부 발트해 연안 상트페테르부르크 및 인접한 레닌그라드주에 대규모 무인기(드론) 공격을 가해 상트페테르부르크 원유 터미널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알렉산드르 드로즈덴코 레닌그라드 주지사는 이 지역에서 방공망이 무인기 126대를 격추했다고 설명했다. 러 국방부는 이날 러시아 전역에서 방공망이 무인기 1256대를 파괴했다고 밝혔다.
상트페테르부르크 항구 에너지 시설에 대한 우크라이나 공격은 지난 11일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선언한 에너지 휴전을 노골적으로 무시한 것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일주일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에너지 및 석유, 가스 시설을 76차례 공격했다며 러시아 쪽에서 먼저 트럼프 대통령의 휴전 선언을 한 순간도 지킨 적이 없다고 항변했다. 그는 18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어젯밤에만 빈니차, 지토미르, 흐멜니츠키, 오데사 지역 변전소가 공격 받았다"며 "지난 한 주 동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무인기 2700대, 공중 폭탄 1700대, 미사일 66대로 공격했는데 주요 목표물은 에너지 시설이었다. 러시아는 정전을 일으키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전쟁을 끝내길 원치 않는다"고 비난했다. 그는 18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젤렌스키는 러시아 경유 정유시설을 목표로 삼고 있는데 이것이 미국을 포함해 세계 경유 시장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걸 알고 있다"며 "젤렌스키는 이를 신경쓰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에너지 시설을 공격하지 말 것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2월 말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해 시작된 이란 전쟁 뒤 유가가 올라 중간선거를 앞둔 미 공화당에 불리하게 작용하자,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오른 경유 가격 상승을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에너지 시설 공격 탓으로 돌리려는 시도로 널리 해석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일 러시아 경유 수입 방침을 발표하고 16일 러시아산 에너지 주요 구매국에 대한 관세 조치가 포함된 제재를 발효 이틀 전 보류하며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골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미 공화당 내부에서도 비판을 불러 일으켰다. 17일 톰 틸리스 공화당 상원의원은 관련해 소셜미디어에 "무책임을 넘어선 짓"이라며 "이 행정부가 러시아 독재자에 굴복하고 있는 건 너무나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판을 의식한 듯 18일 소셜미디어에 "러시아에 대한 내 결정은 매우 간단하다. 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평화 협상 진행 중에 있으며 러시아를 협상 테이블에서 멀어지게 하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더 중요하게는, 러시아는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에 비해 이란을 거의 돕지 않고 있다. 난 이 상황을 유지하고 싶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러 정유 시설 공격 중단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정보 공유가 중단됐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젤렌스키 대통령은 18일 미 NBC 방송 인터뷰에서 3일간 차단을 겪은 뒤 정보가 다시 공유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쪽에서 (정보 공유가) 차단됐고 감사하게도 이제 작동 중"이라며 차단 기간 중 "러시아의 탄도미사일 공격을 감지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다만 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엑스(X)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의 군사용 버전 스타실드 속도 제한은 여전히 적용 중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정보 공유를 중단한 적 없다며 관련 보도를 부인한 바 있다. 그는 스타실드 접속 문제 관련해서도 "내가 (한 일이) 아니었고 일론(머스크)도 아니었을 것"이라며 스타실드가 "내가 알기론 이전과 같은 상태"라고 16일 부인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NBC에 트럼프 대통령의 경유 거래가 "우리를 점령하려는 푸틴의 의지를 강화할 것"이라고 비판하고 유가 상승 원인은 우크라이나가 아닌 호르무즈 해협 봉쇄기 때문에 경유 거래가 미국 기름값 하락에 "진정한 영향"을 미치지도 못할 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 편에 서는 건 "역사적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그가 결정을 바꾸길 바란다. 내 생각엔 이 모든 게 실수고 우리에게도, 미국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18일 <타스>를 보면 알렉산드르 노박 러 부총리는 국영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경유 거래 관련 미국과 "미 에너지부가 구매자가 될 기업들을 선정했고 현재 계약 체결을 위한 협상이 진행 중"이라며 계약이 마무리되면 "15~20일 내" 미국 시장에 경유가 공급될 거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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