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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 창조적 파괴, 한지 아트의 새로운 지평을 전주에서 보았다 [이춘구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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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 창조적 파괴, 한지 아트의 새로운 지평을 전주에서 보았다 [이춘구 칼럼]

우리의 전통 소재인 한지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회화 분야에서 새로운 도전이 이뤄지고 있어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한지 이전의 닥섬유에 컬러 믹스를 한 소재로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 그것이다.

이유라 전주대학교 한지문화산업과 교수는 한지 캔버스에 바느질로 자수를 놓으며 스케치를 한 후 닥섬유컬러믹스를 입히며 회화 작품을 만든다. 지금까지 한지 위에 수묵이든 유화를 그리는 것과는 전혀 다른 기법이다. 가히 전통의 창조적 파괴를 통해 한지 아트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한글 서예와 캔버스 제작 분야 등에서 한지의 창조적 활용을 취재하는 필자로서는 충격 그 자체이다. 결론적인 말이지만 지난해 여름 싱가포르 초대전에 출품한 이유라 교수의 작품 여러 점이 모두 판매됐다고 한다.

]지난 13일부터 18일까지 전주 경기전 옆 교동미술관에서 열린 이유라 교수의 개인전을 살펴보게 됐다. 개인전은 ‘내 삶의 마시멜로는 한지였다’라는 제목으로 열렸다.

이유라 교수는 평생의 화두를 푸는 게 작업의 전체 과정이라고 한다. 인간의 삶은 어디에서 시작돼 어디를 향해 흘러가는가? 작업대 앞에 서서 백색의 닥섬유를 매만질 때마다 오래되고 근원적인 질문과 마주한다고 한다. 한지는 달콤하면서도 부드러운 마시멜로로 이 교수를 지켰다고 한다.

전시 작품을 관람하면서 우선 편안함을 느꼈다. 구도와 색채가 인류 보편의 감성에 호소하기 때문일 것이다. 더욱이 작가의 화두를 공유할 수 있는 전시 기획도 돋보였다고 할 수 있다.

스토리와 결(Story & Texture)이라는 부제를 단 전시의 제1코너는 피어나다(Blooming)를 주제로 한다. 복사꽃이 붉게 피는 고향 삼례의 동산을 연상케 하는 꿈에서부터 소녀로서 꽃 수레를 끌고 가며, 장미 꽃 피는 교정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과정을 닥섬유컬러믹스와 자수로 창조했다.

작가의 소녀 시절을 회상케 하는 도자로 된 신발과 무리 속에서 켜켜이 쌓여가는 많은 이야기들, 친구와 동행, 그리고 행복한 마시멜로, 향기가 머무는 나의 정원, 기억의 타래 등은 인격체로서 실존의 생성과 자기완성을 지향한다. 붓이 아닌 닥섬유컬러믹스가 창조하는 회화 영역이다.

제2코너 탐하다(Desire)는 욕망과 시련이 완성하는 삶의 미학을 지향한다. 특별히 인간 내면에 잠재된 원초적 욕망의 표현으로 사과를 주된 소재로 한다. 욕망은 인간을 존재의 심연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원동력의 과정을 담고 있다. 삶의 안식처를 닥섬유컬러믹스에 클레이 같은 웜 점토로 표현한다.

사과 형태의 심장에 깨달음의 불빛 같은 일원을 황금빛으로 그려낸다. 적, 황, 청 삼색의 사과를 나무가지 형태의 오브제로 장식하며 생명의 결로 이어가게 한다. 기억이 사라지는 사과나무에서 희망의 정점에 오르고자 하는 게 인간의 모습 아닌가?

제3코너에서는 홀로 웃다(Humor)라는 제목으로 부조리한 세상과 해학적 실존을 그리고자 했다. 실수와 인생, 과정은 피카소적 구도를 지향하는 듯 닥섬유컬러믹스와 웜 기법을 동원해 타원형 속에 많은 인간의 모습을 담아내고자 한다.

인연의 실타래, 화원을 품은 침묵, 기억의 정원, 시선과 존재, 하모니 등 동양적 철학과 우주관을 추구하고자 한다. 이유라 교수의 피날레는 팝 아티스트 앤디 워홀의 행복한 눈물의 페러디이다. 한지 아트를 천착한 이유라 교수의 행복한 눈물을 보는 듯하다.

이춘구 칼럼니스트(前 KBS 모스크바 특파원)ⓒ

짧은 지면에 예술가의 작품 경향과 작품이 주는 사회적 의미를 모두 담아내기는 어려운 작업이다. 서두에 얘기한 것처럼 이유라 교수는 한지라는 전통적 소재를 활용하며 새로운 한지 아트를 창조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닥섬유컬러믹스 개발 및 한지조형 표현연구」 등 논문 8편을 쓰고, 닥섬유컬러믹스의 제조방법 등 7건의 특허를 따냈다. 실용신안 또한 4건을 취득했다.

예술활동으로는 개인전 29회, 초대전과 단체전 150여 회를 치렀다. 특히 개인전 가운데 12회는 해외에서 열었는데 미국에서 8회, 프랑스에서 2회, 독일과 중국에서 각기 한 차례 개최했다. 말 그대로 전주 한지를 세계에 널리 알린 K-culture 전파의 선두에 서있다고 할 수 있다.

전통 한지를 전통에만 머물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한지 아트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게 하는 이유라 교수를 주목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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