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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게이트'·'인터뷰 보이콧'·'7번' 사태…주장 손흥민 '라스트 댄스' 아슬아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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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게이트'·'인터뷰 보이콧'·'7번' 사태…주장 손흥민 '라스트 댄스' 아슬아슬

[이종성의 스포츠 읽기] '라커룸 불화'에 조각난 대표팀, '원팀' 회복하려면…

축구팀 주장은 다른 구기 종목 주장과는 달리 완장을 차고 경기에 나선다. 완장은 주장이 그라운드에서 팀의 리더이자 심판과 소통하는 팀의 공식 대표자라는 점을 알려주는 명확한 표식이다.

지난 8년 간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완장은 손흥민이 찼다. 그는 2018년 9월부터 2026년 현재까지 대표팀 주장을 맡아왔다. 이는 역대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최장수 주장 기록이다.

21일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대표팀 일부 선수가 손흥민의 이름 대신 그의 등번호 '7번'이나 '그분'으로 부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는 최근 대표팀 내 '96라인(김민재, 황인범, 황희찬)'이 주장 손흥민에 대한 불만으로 은퇴 가능성을 시사한 사건과 연결돼 있다.

8년 간의 손흥민 주장 시대에 한국 대표팀의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대표팀 내에 유럽파 선수들이 그 어느 떄보다 많았던 황금 세대의 최고 성과는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이다. 대표팀은 2019년과 2024년 아시안컵에선 각각 8강과 4강에 머물렀다.

한국 축구 역사상 최고의 스타로 평가받는 손흥민은 대표팀에서 가장 중요한 선수였다. 그는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불가능해 보였던 독일전 승리를 이끌어 냈다. 하지만 기적적 승리 이후 손흥민은 눈물을 흘렸다. 그의 눈물에는 16강 진출에 실패한 아쉬움이 짙게 남아 있었다.

손흥민은 독일과의 경기에서 주장 완장을 차고 있었다. 당시 대표팀 주장이었던 기성용이 부상으로 결장해 손흥민이 임시 주장으로 지명됐기 때문이다. 장현수가 부주장이었지만 신태용 감독은 손흥민을 택했다. 수비수로서 실수가 있었던 장현수가 부담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올림픽 대표팀의 주장 역할을 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조별리그에서 한국은 말레이시아에 1-2로 패했다. 손흥민은 주장으로서 경기 결과에 대해 후배들을 강하게 다그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병역혜택 여부가 달린 대회이다 보니 더 신경이 예민한 상황에서 나온 말이었을 것이다.

다행히 한국은 이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선수들도 병역혜택을 받았다. 하지만 후배 선수들은 손흥민의 질책을 좋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주장 손흥민의 리더십과 후배 선수들의 팔로어십은 이 때 균열이 생겼다. 팀에서 리더를 따르고 협력하여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려는 선수들의 태도에 변화가 생긴 셈이었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손흥민과 이강인이 5일 충남 천안시 코리아풋볼파크에서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를 앞두고 공식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균열은 2023년과 2024년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이어졌다. 2023년 김민재는 우루과이와의 평가전 이후 "대표팀보다는 소속팀에 신경을 쓰고 싶다"며 대표팀 은퇴를 시사했다.

손흥민은 이후 인스타그램을 통해 "국가대표로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유니폼을 입는 것은 항상 자랑스럽고 영광"이라는 글을 올렸고 김민재와 손흥민은 인스타그램 목록에서 서로를 삭제했다.

김민재의 사과와 손흥민의 포용으로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1년 뒤 더 큰 사건이 발생했다. 2024년 1월에 시작한 카타르 아시안컵에선 손흥민과 이강인이 몸싸움을 벌인 이른바 '탁구 게이트' 사건이 터졌다.

요르단과 준결승전을 앞둔 저녁 식사 후 이강인을 비롯한 젊은 선수들은 탁구를 치러 갔다. 주장 손흥민이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언쟁과 물리적 다툼이 발생했다. 이 때 손흥민은 손가락 탈구 부상을 당했다.

시시비비를 떠나 이 사건은 선수단 내부의 해묵은 갈등과 기강 해이 문제가 있다는 점을 세상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는 대표팀의 '인터뷰 보이콧' 사건이 발생했다. 손흥민이 일부 기자의 자신을 향한 뒷담화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고 이는 대표팀 전체의 인터뷰 보이콧으로 확장됐다. 기자단의 사과가 있었지만 손흥민이 인터뷰 거부를 대회 끝날 때까지 이어 가면서 후배들의 반감을 샀다.

탁구 게이트와 인터뷰 보이콧 사건 사이에도 국가대표팀 주장 교체설이 불거진 적이 있다. 2025년 8월 당시 홍명보 감독은 "개인을 위해서, 팀을 위해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에 주장 교체 가능성을 계속 고민중"이라고 밝혔다.

이후 축구팬들의 지지는커녕 비판의 대상이 됐던 홍명보 감독에 대한 비난은 더욱 높아졌다. 결국 이 논란은 한달 뒤에 사라졌다. 홍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손흥민은 현재 주장 역할을 잘 하고 있다"며 그의 리더십에 신뢰를 보냈다.

하지만 홍 감독은 이 자리에서 대표팀에 대해 한 가지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주장 혼자서 모든 역할을 할 순 없다. 주위에서 얼마나 도와 주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대표팀은 모든 선수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주장의 리더십은 다른 선수들의 팔로어십으로 완성된다는 홍 감독의 발언은 인터뷰 거부 사건으로 의미를 잃었다.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힘들지만 손흥민의 국가대표팀 여정의 끝은 내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펼쳐지는 아시안컵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대표팀의 분위기가 지금 이 상태라면 손흥민의 라스트 댄스는 위태로워 보인다. 대표팀 내 '96라인'이 은퇴 의사를 내비친 것만 봐도 대표팀은 이미 '원 팀'이 아니다.

문제는 현재 대표팀에서 이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리더가 없다는 점이다. 로베르토 모레노 감독은 임시 감독이다. 그의 계약 기간은 11월 마지막 평가전이 펼쳐지는 17일까지이지만 대한축구협회장 선거가 12월에 열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시안컵까지 지휘봉을 잡을 가능성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여전히 대표팀 선수들은 그를 '임시 감독'으로 치부할 가능성이 크다. 그가 대표팀의 커다란 변화와 분위기 쇄신을 이끌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더욱이 손흥민은 대표팀 주장으로서의 리더십에 상처를 받은 상황이다. 한국 A매치 통산 득점 1위에 올라있는 손흥민은 대표팀에서 여전히 신화적인 존재다. 하지만 그를 존중하고 따르려는 대표팀 내 분위기는 차갑게 식어 있다.

▲2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베네수엘라의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한국 손흥민이 교체된 후 모레노 감독과 악수하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축구대표팀의 주장을 반드시 최고의 활약을 하는 선수나 최고 연봉을 받는 선수가 할 필요는 없다. 물론 특정 포지션의 선수가 주장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주장은 팀을 대표해 부지런하게 소통을 해야 하는 자리다. 선수들과의 소통은 물론 감독과 선수단의 가교 역할도 충실히 해야 한다.

선수들과의 소통 능력면에서 귀감이 됐던 대표적 선수는 스페인 대표팀의 주장이었던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였다.

스페인 대표팀 내에서 고질적인 문제는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선수들 간의 갈등이었다. 레알 마드리드 소속이었던 카시야스는 바르셀로나 소속 선수들과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대표팀 내에서 서로의 견해차를 극복하고자 노력했다.

그의 이런 노력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실력을 갖췄지만 모래알 같았던 스페인 대표팀이 단단해졌다. 이때 스페인은 첫 월드컵 우승도 이룰 수 있었다. 2008년 스페인의 유로 대회 우승을 이끈 루이스 아라고네스 감독도 "카시야스는 선수들과 가장 많이 대화하는 현명한 주장"이라고 평가했을 정도다.

독일 대표팀의 필립 람은 다른 선수들과 수평적인 관계에서 민주적인 대화를 하는 주장이었다. 그는 강력한 리더십 대신 대표팀에 헌신적인 자세로 선수들과 소통하며 독일의 2014 월드컵 우승에 큰 역할을 해냈다.

대표팀 주장 손흥민의 시대는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의 라스트 댄스가 빛을 발하려면 멋진 골 이상으로 그를 '7번'으로 부르면서 갈등을 빚고 있는 후배 선수들과의 허심탄회한 대화가 필요하다.

최근 문제를 야기한 '96라인' 선수들도 열린 마음으로 주장 손흥민과 소통해야 한다. '라커룸의 분열'이 그라운드에서 무기력한 경기 내용으로 이어지지 않기 위한 주장 손흥민과 대표팀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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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성

<프레시안> 스포츠 전문기자 시절, 스포츠와 사회·문화·역사가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 구조에 주목했던 언론인 출신 학자다. 이후 축구의 본고장 영국으로 건너가 드몽포트대학교에서 '남북한 축구사'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양대학교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야구의 나라>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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