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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우드 스타들의 '청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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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우드 스타들의 '청춘' 비밀

에스더의 '노화 이야기' <7> 성장호르몬

***성장호르몬 이야기**

'위험한 유혹'(1984)과 '조강지처클럽'(1996년) 등으로 우리에게 낯익은 미국의 영화배우 골디 혼을 잘 아시는지요. 지난 해엔 '와일드클럽'이란 영화에 등장하는 등 아직도 현역에서 활약하고 있는 헐리우드 스타입니다. 국내에도 팬이 많지요. 제가 주목하는 부분은 바로 그녀의 나이입니다. 1945년 11월 생이니 올해로 58세입니다. 환갑이 머지 않은 할머니지요. 그러나 TV화면이나 영화 포스터에 비친 그녀는 놀랍게도 30대 커리어 우먼의 모습입니다. 많이 잡아도 40대 중년 여성 정도로 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주름 하나 없는 팽팽한 얼굴은 나이를 거꾸로 먹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물론 얼굴이 생명인 헐리우드 스타인만큼 자신의 외모에 많은 돈을 투자한 결과겠지요. 서민들이라면 위화감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많은 비용이 들었을 겁니다. 그러나 이처럼 연륜을 거스르는 외모가 맹목적으로 숭배되는 것도 결코 제가 원하던 바는 아닙니다.

저는 오로지 의학적 관점에서 말하고자 합니다. 이처럼 젊고 신수 훤한 얼굴을 갖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하는 점입니다. 스타들이라고 일반인들과 몸을 구성하는 세포가 특별히 다르진 않을 터이기 때문입니다. 비단 골디 혼이 아니더라도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 등장했던 많은 스타들의 모습에서 보듯 이들 연예인들은 한결같이 젊고 팽팽한 얼굴을 갖고 있습니다. 이 점에서 저처럼 노화에 관심이 많은 의사에겐 헐리우드 스타들이 큰 연구주제입니다. 이들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헐리우드 스타들이야말로 임상시험의 살아있는 표본이기 때문입니다.

저도 가끔 경험하는 일이지만 대개 스타 등 유명인이나 VIP들은 무엇인가 남들과 다른 특별한 대접을 받고 싶어합니다. 이른바 비방(秘方)이지요. 돈이 얼마가 들어도 좋습니다. 이들의 허영심을 부추기는 사람들이 바로 헐리우드 주변의 의사들입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연예인 환자들에게 아직 검증되지 않은 시술을 통해 돈도 벌고 자신도 유명한 의사가 될 수 있으니까 일거양득이지요.

말이 길어졌습니다만 골디 혼의 사례를 통해 제가 소개하고자 하는 것은 성장호르몬 요법입니다. 오늘날 대표적인 노화방지수단의 하나로 각광받고 있는 성장호르몬 요법이 있기까지 골디 혼을 비롯한 헐리우드 스타들의 숨은 공로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성장호르몬 요법은 부호들이 아니면 엄두도 내지 못하는 값비싼 시술이었습니다. 죽은 사람의 뇌 속에서 아주 겨우 몇 그램 정도만 추출해낼 수 있을 정도로 희귀한 존재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유전공학적 방법을 통해 대량생산이 가능해져서 비용이 많이 떨어졌습니다.(그래도 아직은 한 달 치료비만 30~40만원 정도 들긴 합니다) 부작용과 효과에 대한 결과 역시 이들이 모르모트 역할을 자처하면서 조금씩 밝혀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들이 유명잡지와 TV토크쇼를 통해 자신들이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로 성장호르몬 요법을 소개하면서 일반 사이에 회자되기도 했습니다. 성장호르몬을 제조하는 제약회사나 이를 시술하는 의사들은 골디 혼 등 헐리우드 스타들에게 감사패라도 수여해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성장호르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마 양쪽 극단이 아닐까 싶습니다. 효과도 없고 부작용이 많은데 일부 언론의 마켓팅을 통해 붐을 일으키고 있는 사이비 치료라는 부정적 의견이거나, 아니면 나이를 거꾸로 되돌릴 수 있는 마법의 시술인데 단지 돈이 없어 시술받지 못한다는 다소 긍정적 의견이겠지요.

제가 보기엔 둘 다 틀렸다고 봅니다. 우선 성장호르몬 요법은 이미 과학적 방법을 통해 성장호르몬 결핍증이 있는 사람에게 유용하다는 유권해석이 내려진 치료법입니다. 단순히 마켓팅 차원에서 붐을 일으키고 있는 것만은 아닙니다. 그러나 단순히 노화방지를 목적으로 성장호르몬 요법을 받는데는 아직까지 그 효과나 경제적인 부담 그리고 부작용 등에 있어 여러 가지 문제점이 남아 있습니다. 즉 노화방지 목적으로 사용하는 성장호르몬의 장기적인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결론이 나와있지 않다는 뜻입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우선 성장호르몬이 무엇인지 아셔야 합니다.

성장호르몬이란 뇌 깊숙히 위치한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입니다. 많은 분들이 아이들의 키를 크게 하는 호르몬으로만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장호르몬이 성장에만 관련된 호르몬이라고 한다면 당연히 사춘기 이후에는 분비되지 않아야겠죠. 그러나 실제로는 30~40대까지도 성장호르몬은 제법 왕성하게 분비되고 있습니다. 성장호르몬의 분비는 맥박치듯이 일어나며 주로 깊은 잠이 든 다음에 많이 분비됩니다. 나이가 들수록 맥박치듯 분비되는 양상이 줄어들고 서서히 결핍증상이 나타나는데 20대 이후 매 10년마다 14.4%씩 감소하여 60대 이후에는 20대의 반밖에 분비되지 않습니다.

성장호르몬의 분비가 줄어들면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요?

이것은 매우 중요한 질문입니다. 성장호르몬의 결핍 증상은 거의 노화와 일치하는 소견으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복부 내장지방의 증가로 허리둘레가 늘어나는 것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예전과 똑같이 먹고 똑같이 움직여도 유독 배만 나오는 이유가 바로 성장호르몬의 분비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성장호르몬이 충분히 분비가 될 때에는 섭취한 음식의 칼로리가 온몸에 골고루 배분이 되어 얼굴과 팔다리에도 지방이 많이 가지만 성장호르몬의 분비가 감소하는 30대 이후에는 유독 복부에만 지방이 많이 쌓이게 됩니다. 특히 복부 중에서도 복부내장 주위에 지방이 쌓여 고혈압과, 당뇨, 협심증과 같은 여러 가지 성인병을 일으킵니다.

근육량도 줄어듭니다. 우리 몸에서 힘의 원천은 근육으로 근육량이 줄어들면 활력이 떨어지고 비슷한 활동량에서도 더 많은 피로를 느끼게 됩니다. 게다가 성장호르몬이 부족하면 동맥경화가 진행되어 성장호르몬 농도가 정상인 사람에 비해 뇌졸중의 위험이 두 배나 증가하며 심장 수축력이 떨어져 운동 능력이 감소하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증가하게 됩니다. 이 밖에도 골밀도가 떨어지며 피부의 두께가 감소하여 피부 탄력이 떨어지고 얼굴과 팔다리의 실핏줄이 두드러져 보이게 됩니다.

제가 너무 겁을 줬나요. 그러나 성장호르몬의 결핍으로 인한 증상들은 여러 가지 논문들을 통해 이미 과학적으로 충분히 검증된 사실입니다.

이쯤되면 몇 가지 의문이 생기실 것입니다. 하나하나 따져보기로 하지요.

첫번째, 과연 호르몬을 외부에서 약의 형태로 투여하는 것이 좋은가 하는 점입니다. 여기엔 다분히 호르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깔려 있습니다. 난치성 관절염 환자에게 남용되어온 뼈 주사, 이른바 스테로이드 호르몬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스테로이드 호르몬을 사용하면 일시적으로 염증이 사라지고 통증이 없어지면서 아주 빠른 증상완화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얼굴이 달처럼 변하고 골다공증이 생기고 배가 나오는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제가 말씀드리는 성장호르몬 요법은 남용이 아니라 부족한 만큼 보충해주는 개념입니다. 누구에게나 다 투여하는 것이 아니라 혈액 검사를 통해 성장호르몬이 부족한 사람에게만 선택적으로 투여한다는 것이지요.

이처럼 다다익선이 아니라 부족할 때 채워주는 보충 개념의 호르몬 치료는 삶의 질을 높이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됩니다. 성장호르몬은 물론 여성호르몬과 멜라토닌, DHEA 등 오늘날 노화방지 목적으로 사용하는 대부분의 호르몬은 나이가 들어 분비가 저하된 만큼만 젊었을 때 수준으로 채워줄 뿐 남용이 아닙니다. 부족하지 않은 사람에게 단지 젊어진다는 이유만으로 성장호르몬을 투여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크므로 절대 권장되지 않습니다.

두번째, 부작용에 대한 걱정입니다. 성장호르몬은 드물지만 암세포의 증식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실보다 득이 훨씬 크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개개인의 건강 위험도를 잘 알고 있는 의사의 처방 아래 투여한다면 부작용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암과 관련된 부작용의 경우 이미 암이 있는 경우라면 암의 크기를 증가시킬 수 있지만 없던 암을 새로 발생시키는 부작용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세번째, 설령 호르몬 요법이 좋다 하더라도 인위적으로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것이 타당한가 하는 점입니다. 이를 위해선 노화가 정상적인 생리 현상인지 병리 현상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의학의 발달로 생물학적 연령의 의미는 점점 퇴색하고 있습니다. 같은 70세라도 건강관리 여하에 따라 천차만별의 체력과 건강 수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중년 이후 호르몬의 분비가 줄어드는 현상은 수명이 짧았던 고대 원시인의 몸에 맞게 선택된 진화론의 산물일 뿐입니다. 개개인에 따라 생각의 차이는 있겠지만 80세 가까운 평균수명을 보이는 현대인조차 호르몬 분비의 감소를 숙명처럼 수용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덧붙이고자 합니다. 제가 자칫 성장호르몬 요법 예찬론자처럼 보일까하는 두려움에서입니다. 저는 제 환자들에게 성장호르몬 요법을 매우 신중하게 투여합니다. 개개인의 건강 상태와 생활습관은 물론 경제적 수준까지 모두 고려해서 투여여부를 결정합니다. 운동과 균형잡힌 식사는 외면한 채 손쉽게 젊음을 얻으려는 분들에게는 어떤 불로초도 소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성장호르몬 이야길할 때 인체를 자동차에 곧잘 비유합니다. 우리가 먹는 식사를 휘발유에 비유한다면 성장호르몬은 일종의 출력향상제입니다. 연료를 잘 연소시켜 엔진의 힘을 증가시켜준다는 뜻입니다. 성장호르몬이 부족해 여러 가지 노화징후가 나타나는 중년 이후 사람들에게 의사의 면밀한 진찰을 거쳐 투여하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도 짐작하시듯 연료가 부실한데 아무리 좋은 출력향상제를 주입한 들 엔진은 힘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균형잡힌 영양과 꾸준한 운동이 뒷받침되지 않는 성장호르몬 치료는 무용지물일 수 있다는 것이지요. 다른 생활습관도 마찬가지입니다. 급발진 급정거로 상징되는 불규칙한 생활과 스트레스, 과적차량으로 상징되는 비만과 운동부족이 지속되는한 원하는 건강을 얻을 수 없습니다.

성장호르몬 요법은 노화방지의 한가지 수단일 뿐 신비의 불로초가 아닙니다. 운동과 영양 등 건강의 기본원칙이 충실하게 지켜진다는 전제 아래서 꼭 필요한 분에게 약간의 덤으로 활용하는 것이 옳다는 결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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