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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정부여, 시화호를 두 번 죽이지 말라"

[특별기고] 국토연구원의 ‘시화지구 개발안’에 반박한다

국토연구원은 12일 방조제 축조와 담수화 논란 등으로 10여년째 방치돼온 시화지구 간석지 개발 종합계획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달 중 건설교통부와 환경부, 농림부 등 13개 기관으로 구성된 '시회지구 정책협의회'를 거쳐 정부안을 최종적으로 내놓을 예정인데, 이번 발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시화지구 중 남쪽 간석지는 농업용지(1천3백30만평)와 도시용지(1천7천20만평)로 개발되며, 북쪽 간석지에는 첨단·벤처업종 중심의 3백17만평 규모의 멀티테크노벨리와 10만평짜리 안산테크노파크가 들어설 예정이다.

도시용지에는 2백50만평 규모의 새 도시가 조성돼 9만5천여명을 수용하고, 생태문화체험공원과 골프장 10개 등 관광휴양단지가 4백40만평 규모로 조성된다. 이밖에 학술·연구단지와 레저용품 생산·연구단지 등이 건설될 예정이다.

방조제 주변지역에는 2007년까지 대규모 조력발전소가 들어선다. 조력발전소는 대규모 해수 유통을 위해 건설되는 것으로 시화호 용량의 약 50%에 해당하는 해수를 유통하게 된다. 조력발전소 가동 뒤, 시화호 수질이 적정 수준을 유지하게 되면 장기적으로 항만 건설도 고려될 예정이다.

이런 국토연구원의 발표를 들은 시화호를 둘러싼 시흥·안산·화성 지역 주민과 시민단체들은 '분통'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국토연구원의 안은 "시화호를 두 번 죽이는 계획"이라는 지적이다.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지난 10여년 동안 개발이 유보되면서 되살아나고 있는 남쪽 간석지가 망가진다는 것이다. 생명이 되살아나고 있는 남쪽 간석지를 매립해 골프장을 만들어 관광레저 단지를 구성하겠다는 안은 상식 밖이라는 지적이다. 시화호 남서쪽의 청정지역에 바닷물을 공급해온 핵심통로인 마산수로를 막아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저수지로 만들겠다는 계획도 구태의연한 개발 논리를 반복하는 졸속 계획이라고 비판을 받고 있다.

이밖에도 중금속 등 각종 오염물질이 쌓여 있는 수질로 골프장과 관광휴양지를 만들겠다는 개발 계획의 원칙이나 실현 가능성도 문제가 되고 있다. 관행 어업을 해오던 지역 어민들의 생존권에 대한 고려가 없는 것도 큰 문제다.

지역 주민들과 '시화호 시민연대회의' 등 시민단체들은 생태계 복원 개념의 '지속가능한 시화호'를 만드는 방안을 계속 모색해왔다. '시화호 그린 프로젝트' 추진위원장인 한양대 문정희 교수(도시 및 지역계획학과)가 이번 정부의 안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보내왔다. 편집자

***시화호 보전·개발, 이대로는 안 된다
-국토연구원의 ‘시화지구 장기종합 계획(안)’을 반박한다**

극히 한정되어 있는 부존자원을 이용하고자 할 때 사회 구성원들의 중지를 모으는 과정은 참으로 중요하다. 그 이유는 부존자원이 우리세대에도 필요하고 우리 후세대에서도 요긴하게 이용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계획과 정책이 균형을 이루지 못한다는 것은 유용하게 쓰여 질 생산보다 낭비와 파괴로 이어질 소산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개인의 낭비도 쌓이면 나라 경제를 휘청거리게 하는데, 하물며 공공재화의 그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시화호 두 번 죽이는 시화지구 개발안**

80년대 중반에 시작한 ‘시화방조제’ 건설이 94년도에 끝난 지 10년째인 2004년을 눈앞에 두고도 우리 사회는 지금 ‘장기계획’이라는 공청회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우수 전문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연구기관 여섯 곳에서 중지를 모았다는 소위 ‘시화지구 장기종합 계획(안)’을 설명한 지난 12월 12일 국토연구원 공청회는 한 마디로 충격의 연속이었다.

결론적으로, 당일 공청회를 2020년을 바라보는 ‘장기계획’으로 평가하기에는 참으로 민망스럽기까지 하다. 발주자의 요청에 의하여 짧은 기간 내에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용역업체’나 도시계획분야의 대학원생들에게 연구과제로 주어 ‘아이디어 공모’를 해도 이보다는 훨씬 합리적인 계획안을 제시했으리라 짐작되기 때문이다.

***허점투성이 계획, 의견수렴 과정도 생략해**

‘계획(안)’은 지난 2000년도 건설교통부장관의 ‘시화호에 대한 담수호’ 포기선언 후 시화호 유역을 전면 재조정하는 내용을 담아야 했었다. 이른바, 오이도 입구 부분의 공업지역 확장계획(멀티테크노밸리 단지 조성)이나 포기선언 바로 직전에 건교부에서 허가해준 남측 간석지의 농업용지조성 등은 금번 ‘계획(안)’에서 수정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시행의 필요성에 관해 당해 지역의 계획전문가를 비롯하여 현지 주민들과 시민환경단체에 충분히 설명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도 전무하다시피 하였으며, 설사 부분적으로 진행했다 하더라도 최종(안)에는 전혀 반영되지 못했다.

멀티테크노벨리 단지만 보더라도, 조성 그 자체가 최첨단 기술단지라고 하면서 기존의 시화공단 종말하수처리장 크기를 새 공장 부지에 그대로 유치하는 그 의도를 이해하기 어렵다. 더구나 4차 국토종합계획이나 수도권 정비계획에서도 이 지역이 과밀지역으로서 산업용지 확장이나 인구증가를 억제하는 영역으로 되어 있다. 아울러, 농지조성에 관한 대체적인 윤곽만이라도 공청회에 참석한 이들에게 설명해야하나, 이미 허가를 받은 지역이라 해서 ‘계획(안)’에서는 녹지 지역으로 녹색만 덧칠해져 있을 뿐이었다.

***불가능한 ‘민물호수’ 실패 반복하나?**

농업은 태양만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농업용수가 필수적으로 구비되어야 함에도 ‘계획(안)’은 시화호의 주관문인 탄도관문을 이용할 수 없도록 폐쇄시키겠다고 한다. 이른바, 시화방조제 길이와 거의 같은 마산수로를 별도로 차단하여 ‘민물호수’로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물이 순환되지 않는다는 것은 곧 ‘물이 죽는다’는 것을 뜻한다. 시화호를 살리는 중요한 열쇠는 수로관문의 상호연계에서 찾아야 한다. 이는 사람이 산소호흡을 통해서 혈액순환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순환이 되지 않을 때, 인간이나 자연생태구조는 통증을 느끼게 되고 그대로 방치해둘 경우 ‘생명’을 포기해야만 한다.

유통가능성의 수로를 폐쇄하거나 사용할 수 있는 관문마저 닫아버리면, 시화호만 죽는 것이 아니라 수로와 연계되어 있는 ‘외해영역’도 함께 죽는다. 수심이 얕으면서 갯벌로 구성되어있는 동남지역의 외해지역은 누적되는 갯벌로 인하여 점차 죽어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항구조성이나 양식장 등으로 외해를 개선하고자 하나 한정된 인위적인 투자로 무한의 자원을 가진 자연적 치유의 지혜를 넘어갈 수는 결코 없다.

우리는 수년전 시화호 반월갈대습지공원에 조성된 ‘인공습지’라는 기상천외의 방법으로 조성된 ‘인공정화 장치’의 한계를 뼈아프게 경험하고 있다. 이 방식은, 상류에서 흘러 들어오는 혼탁한 담수를 ‘인공습지’를 여과하여 깨끗한 물로 내보내자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높은 지역에서 잘 내려오는 물을 하부지역에 저수지만 만들어 주면 자연정화의 기능을 착실히 수행해 나갈 수 있을 텐데도 불구하고, 이를 개선한다는 취지 하에 두 소로가 합류되는 지점을 막아 적정량(?)의 수량이 모아지면 ‘스크류’라는 기계장치를 통하여 상부지역의 인공습지에 물을 댄 데서 불행은 시작되었다. 이론상으로는 틀리지 않으나, 실제는 그 이론을 뒷받침해 주지 못하게 되었고 현재, 인공습지 하부지역은 시도 때도 없이 물이 고여 썩는 데다 죽은 물고기가 여기저기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계획(안)’은 이러한 문제점을 들추어내지도 않은 채로 그 하구에 골프장을 만들고 인구를 더 불려 들이는 주거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계획(안)’은 시화호 내부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시화호와 인접해 있는 외해 지역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안목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미 착수했다 해서 멀티테크노밸리 단지 조성 계획이나 농업기반공사의 남측 간석지 사업을 그대로 인정하면서 ‘장기종합 계획’ 운운하는 것은 시화호를 두 번 죽이는 범죄에 일조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시화호, 대안은 있다**

대책은 있는가?

첫째, 합리적이고 합법적인 생각을 갖고 허심탄회하게 대화한다면 가능한 대책이 나올 수 있다. 합리적이라는 의미는 평등으로 가는 길을 말한다. 즉 보전과 개발의 양날과 예측하는 결과가 투자측면이나 수혜측면에서 균형을 이루어 나간다면 말이다.

둘째, 합법적이라는 과정은 중앙정부권한과 지방자치권한간에 상호호혜의 관계를 의미한다. 시화호의 개발권한이 중앙정부에 있으니 지방정부는 가능한 동의의 절차만 밟으면 ‘순리’라고 생각하는 권위적인 타성으로서는 이를 합법적으로 해결해 나갈 수 없다. 상호호혜의 원칙을 전개해 나가기 위한 제도나 이를 뒷바라지하는 법과 제도가 지방의회와 중앙의회에서 서둘러 재정하기 위한 자세와 노력이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한다.

셋째, 시화호를 다루기 위한 ‘특별법’을 구상할 만하다. 도시를 다루는 법이나 국토공간을 다루는 법은 있어도 국토영역과 주변에 인접한 농어촌, 도시 그리고 이 도시들이 상호 연계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권역발전을 위한 초지역적인 법’이 우리에게는 아직 없다. 경험이 부족한 나라에서 서둘러 개발할 이유가 있겠는가? 70년대 이후부터 ‘서둘러 개발’해 온 그 뒷감당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새로운 시스템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넷째, 시화호를 있는 그대로 놓고 그 위에서 보전과 개발을 구상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이 된다. 방조제 건설 이후로 호수에 있는 수위를 외해 수위보다 3~4미터 낮은 수위로 끌어 내리는 데서 간석지라는 엄청난 땅을 얻었다. 짠물이 들어난 갯벌은 해양생태계가 완전히 파괴되고 이미 건조되어 새로운 수변환경을 이루어 놓았다. 결국 시화호는 원형의 해안선과 시화호 내수면이 만들어 내는 새로운 해안선으로 구분되어 있다. 우리는 이 두 해안선이 만들어 내놓은 ‘간석지’를 대상으로 육지와 해안의 조화를 이루는 ‘이용 기획’을 추진해 나가는 것도 시화호를 되살리는 유력한 길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번에 공청회가 열렸던 국토연구원에서 올 해 봄, 지금과 같은 주제를 갖고 국제적 성격의 심포지엄을 개최한 바 있다. 당시 논의에서 직선형태의 방호벽 조성이나 새 해안선을 훨씬 넘어 수변공간을 침범하는 기획과 기존공단의 외곽에 연계하여 지나치게 산업부지 면적을 확장하는 기획을 전면적으로 수정하도록 토의가 진행되었으며, 이를 책임지고 있는 수자원공사 사장은 “우리도 유럽지역의 호수처럼 조성”하겠다며 공언하였다. 그런데도 이번 공청회에서 제시된 ‘시화호 장기종합 계획(안)’은 이전의 기획안을 수정 없이 거의 원안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국가적인 기획을 이러한 방식으로 언제까지 이끌고 갈 셈인가? 이를 기획하고 있는 국토연구원을 포함한 연구기관들은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 전문가들은 적어도 자기 고유의 업무에 충직해야 정책이 바로 설수 있고 그래야 나라도 바로 서게 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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