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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상징, 천성산 도롱뇽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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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상징, 천성산 도롱뇽을 찾아서"

천성산 녹색순례 <7> 녹색순례를 끝낸 사람들

***생명의 상징 천성산 도롱뇽**

새끼 손가락 굵기의 양서류가 세상을 뒤흔들었다. 천성산고속철도 논란의 중심에서 생명의 상징으로 부각된 도롱뇽. 천성산 고속철 법정공방에서도 도롱뇽이 소송의 당사자로 나섰다. 2004년은 도롱뇽이 한국사회를 요동치게 한 동물이 되었다. 호랑이나 반달곰을 능가하는 논란의 중심에 섰다. 도롱뇽은 천성산의 많은 생명체를 상징하는 대명사이자 꼬리치레도롱뇽을 상징한다.

2005년 천성산 녹색순례의 마지막 일정은 천성산의 도롱뇽 서식지에 대한 탐사였다. 순례단을 5개조로 나누어 천성산 서쪽지역의 주요 계곡을 정밀하게 탐사하는 일정이었다. 내원사계곡, 성불암계곡, 노전계곡, 안적암계곡, 제2천성계곡 등으로 흩어져 탐사하였다. 주로 꼬리치레도롱뇽에 대한 탐사와 서식지의 기본적 생태환경을 조사하였다.

꼬리치레도롱뇽(Onychodactylus fischeri)은 영명이 'Korean clawed salamander'로 한국을 상징하는 몇 안 되는 동물이다. 우리나라 백두대간을 비롯하여 중국과 러시아의 극동에 분포하며 산간계곡의 차고 맑은 물에 만 서식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계곡 생태계의 지표종으로 특1급수의 용존산소량이 매우 풍부하고 수온이 낮은 계곡에만 서식한다.

천성산 고속철도 논란에서 국민들 중 일부는 '그깟 도롱뇽 때문에 경제에 영향이 큰 고속철도를 중단시켜서야 되겠느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오해에서 비롯된 지적이다. 천성산에서 도롱뇽은 그 종 자체보다 풍부한 수원을 가진 계곡 전체를 상징하는 존재다. 터널을 뚫는 과정에서 계곡수와 연결된 지하수가 유출될 경우 이를 가장 손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이 꼬리치레도롱뇽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다. 계곡의 변화에 가장 민감하고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종이기 때문이다.

환경영향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업자체의 하자말자가 아니라 사업으로 인한 환경훼손을 최소할 수 있는 저감대책을 마련하는데 있다. 그런 점에서 꼬리치레도롱뇽은 계곡에 영향을 주는 환경영향평가의 획기적인 지표가 된다. 계곡 생태계의 변화에 아주 민감하여 조금의 훼손에 그 영향의 개체수의 감소로 바로 나타난다. 그래서 계곡 주변 대형개발사업을 할 경우 사전에 꼬리치레도롱뇽의 서식 실태를 정밀히 조사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 개발사업이 꼬리치레도롱뇽의 서식조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파악하면 그것이 환경영향평가가 된다.

아울러 환경저감대책이 제대로 집행되는지 여부도 다른 말이 필요 없다. 꼬리치레도롱뇽의 서식이 계속 보장되면 그것이 환경영향평가의 실질적 보장이 될 것이다. 그러나 꼬리치레도롱뇽이 현저히 격감하면 그것은 말로는 환경대책이지만 실제로는 환경훼손이 되는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환경부도 애써 꼬리치레도롱뇽을 외면하고,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집행할 자신이 없기 때문에 이런 획기적 방안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천성산을 통해 세상에 본격적으로 얼굴을 내민 꼬리치레도롱뇽은 알고보면 동북아의 대표적인 상류계곡의 지표종이다. 즉 한국, 북한, 중국, 러시아 등 동북아의 맑은 물을 상징하는 동물이다.

천성산 녹색순례단의 도롱뇽 탐사에서는 천성산 서쪽 권역의 주요 계곡에는 대부분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본래 꼬리치레도롱뇽이 서식하는 계곡은 숲도 천연림이다. 녹지등급 8등급 이상되는 숲속의 계곡이 주된 서식지다. 탐사결과 천성산에서 꼬리치레도롱뇽이 서식하는 곳도 대부분이 서어나무군락이거나 굴참나무, 신갈나무로 형성된 안정된 숲이었다. 더욱이 수질과 청정도도 1급수였다. 천성산은 물이 많은 계곡이라 꼬리치레도롱뇽이 풍부하게 서식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탐사에 나선 순례단원들 역시 대부분이 "역시 천성산은 물이 많은 산이다"라고 결론짓고 있다.

정부와 대책위간 합의한 천성산공동조사가 6월10일 경이면 공식적 조사일정으로 3개월간의 조사를 착수할 예정이다. 이 조사에서 꼬리치레도롱뇽을 비롯한 생태계 전체에 대한 많은 의문과 대안이 제시될 것이다. 과연 꼬리치레도롱뇽은 터널공사로 인해 영향을 받을 것인지 영향을 받는다면 그것은 계곡이 영향을 받는 말과 동일한 의미를 지닌다. 천성산 계곡의 변화를 가장 직접적이며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살아있는 센서가 바로 꼬리치레도롱뇽이기 때문이다.

***가톨릭대 4년 성은혜(23)씨 인터뷰**

이번 순례에서 가장 막내였던 카톨릭대 사회복지학과 4년 성은혜씨의 소감을 들었다.

"녹색연합 활동가를 통해 처음 듣게 되었는데요, 활동가들 천체가 가게 되는 순례가 어떤 건지 궁금했는데 막상 참여하니 다른 말이 필요 없는 것 같아요. 제게 너무 큰 경험이고 감동이었습니다."

말로만 들었던 천성산과 직접 체험해본 천성산에 대한 생각은 어떠냐는 질문에 "지율스님이 그렇게까지 목숨을 내어놓고 단식을 하시는 게 안타깝긴 했지만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천성산을 가보지도 않고 멀리서 이성으로 생각했구나 싶었어요. 직접 구석구석을 살펴보고 만나면서, 지켜야겠구나 하는 마음이 스스로 들었습니다. 지율스님에 비하면 미약하겠지만요. 제 전공인 사회복지에서 중요한 기법 중 하나로 감정이입이란 것이 있는데, 천성산에 들고나서 완전히는 아닐지 모르지만 이성이 아닌 감성을 통해 천성산을 만나게 되었고 많은 느꼈습니다"고 말했다.

순례와 같은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긴 시간 자연에 묻히고 걷는 건 처음이지만 작년에 복지순례 6월부터 8월까지 3주 동안 자전거 순례를 한 적이 있었어요. 아무것도 사용하지 않고 직접 걷는다는 건 스스로 사유할 수 있는 생각과 내가 지금 걷고 있는 곳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됩니다. 대상을 사랑하려면 있는 그대로 상대를 바라보고 느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라는데 온전한 순례는 걷는 것이라 생각합니다"라고 자신이 경험한 순례의 의미를 이야기 했다.

아울러 순례를 하고 나서 안게 된 스스로의 과제도 이야기 했다.

"천성산에 대해 좀더 알아봐야겠다 생각도 했고, 사회복지 공부하는 모임이 있는데 그때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 그 친구들한테 순례 다녀온 이야기부터 해야겠네요.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인식을 넓히고 나누고 싶어요. 내가 나중에 환경이나 복지와 관련한 일을 하게 된다면, 도시빈민이나 사회적 소수자들에게 이런 풍부한 자연감성을 전해주고 싶어요. 생명의 소리를요."

순례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때는 언제였냐는 질문에 "안적암에서의 눈물이 날 것 같은 저녁 일몰과 그날 밤 펼쳐졌던 보름달이요"라며 인상적인 소감을 밝히며 "그렇게 밝은 달은 처음 봤어요. 자연속에 묻히니 그 끝모를 깊이의 모습이 새롭게 느껴졌어요"라며 다시 한번 눈물이 날 것처럼 잠시 울먹이기도 했다. 깊은 자연에 들었던 강렬한 인상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성은혜씨는 대학 4년을 맞이하며 이후 진로를 모색하던 차에 학교를 휴학하고 영구임대아파트내에 있는 사회복지관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그러면서는 나머지 시간에는 환경단체에서 자원 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 다들 돈 되는 일에 골몰할 때 돈 안 되지만 이 사회가 꼭 필요한 분야를 찾기 위해 학업은 잠시 미루고 활동하는 성은혜씨의 모습에서 우리사회가 필요로 하는 진정한 젊은이의 모습이 느껴졌다.

***유종반 녹색순례 대장 인터뷰**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순례 내내 다정한 맏형 역할을 했던 유종반 대장과 마주앉아 녹색순례의 의미에 대한 이야기부터 꺼냈다.

"녹색순례는 종교인들의 순례와 유사한 점이 있습니다. 천성산이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제가 주로 답사하고 활동했던 인천의 여러 산에서는 보거나 느낄 수 없는 것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자연 속으로 많이 노력하지 않더라도 푹 빠질 수 있었습니다." 10일 동안 녹색 순례단을 이끌었던 유종반 대장의 천성산 녹색순례의 소감이다. 인천녹색연합 운영위원장으로서 생태교육에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유 대장은 천성산 고속철도 공동조사에 대해서는 "지율의 기적이 있었다면 이제는 우리들의 기도로 기적을 만들어 내야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마음들이 절실하게, 우리의 영역들을 모으고, 우리의 조사를 모으면 또 하나의 기적이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그러면 천성산의 공동조사는 또 하나의 희망을 안고 가는 것입니다. 공동조사의 결과에 따라 공사가 중단되고 안 되고 보다 좀더 큰 틀에서 천성산을 사랑하는 마음들이 모아지고 더 이상 훼손되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이 커지고 있습니다"라며 희망적인 천성산의 미래를 밝혔다.

녹색순례를 하면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에 대해서는 "세 번째 날 천성산의 동쪽 자락의 산림도로를 쭉 따라가면서 우리 순례단이 마치 어린 아이들처럼 손 흔들며 가던 모습을 보며, 자연에 들면 모두가 순수하고도 순진해지고 하나가 되는구나, 라는 것을 강하게 느껴습니다"라고 이야기했다.

환경운동가들이 자연 속에서 열흘 동안 걷기만 하는 생활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물었을 때,

"우리 운동가들이 평소 즐겁게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 지치고 끌려서 하는 모습을 보고, 지치지 않고 끊임없이 샘솟는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달이 아니라 태양처럼 스스로가 늘 에너지를 발산하는 그런 우리 활동가들의 모습이 아니어서 늘 안타까웠습니다. 과연 무엇이 문제인가 생각하면서, 활동가들의 영성교육과 현장체험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생명과 평화를 얘기하지만 추상적이었던 마음과 생각들이 바뀔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녹색연합이 완벽은 아니지만 녹색순례 같은 과정을 통해 그런 전환점을 만드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순례가 활동가들이 이런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순례를 정리하면서 마지막으로 하고자 하는 한마디는 "우리들의 힘이 부족하고 천성산 안에도 여러 현안이 있고, 천성산 말고도 많은 환경현안이 있습니다. 정책을 변화시키고, 곳곳의 현안대응은 부족하고 여력이 없으나 요구는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환경영향 평가라든지 위정자들의 제대로 된 환경의식이 수정 되야 이런 점들이 개선될 것으로 생각됩니다"라며 천성산을 통해 본 우리의 환경문제에 대해서 나름의 해법을 제시했다.

유종반 대장은 올해 마흔아홉으로 인천 녹색연합의 사무처장을 역임하기도 했으며 환경운동 몰두하며 아직 장가를 가지 않은 만년 노총각이자 항상 자연에 들며 자연을 닮은 미소를 머금은 만년 청년이다. 그래서 가장 우리나라의 환경문제 중 가장 민감한 천성산 고속철도 문제에 대해서도 생명의 입장에서 낙관적인 미래가 있을 거라는 심정을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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