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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석의 '2차 전쟁', "스타 매니저社 횡포 극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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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강우석의 '2차 전쟁', "스타 매니저社 횡포 극심"

오동진의 영화갤러리<37> 강우석 감독 인터뷰

***강우석 vs 매니지먼트사 , 일촉즉발 위기**

다시 한번 강우석이다. 수년동안 영화계 파워 1인자로 군림해 오다 올들어 영향력이 다소 주춤한 듯 보였던 강우석 감독이 이번에 다시 칼을 빼들고 나섰다. 고수가 칼을 빼든 만큼 강호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강우석 감독이 칼을 겨누고 있는 상대는 매니지먼트업체들.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스타급 연기자들의 개런티 문제가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스타급 연기자들이 받는 출연료는 1편당 5~6억원선. 평균 제작비 40억원의 10%가 넘는 수준이어서 이 문제가 쟁점화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는 것이 영화계 중론이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데 요즘 영화계를 바라보는 시선의 복잡성이 있다. 강우석 감독 등 충무로 전통 제작자들 곧 프로듀서들의 주장에 따르면, 현재의 최대 쟁점은 단순한 출연료 문제를 떠나 스타급 연기자들을 소속시키고 있는 싸이더스HQ 등 매니지먼트사들이 배우들의 스타파워를 이용, 영화수익의 전체 지분가운데 심지어 50%선까지 요구하는 등 도를 넘어섰다는 데 있다는 것이다.

최근의 영화계내 갈등 국면은 그러나 강우석 감독이 이렇게 절치부심, 가공할 내공의 검술을 펼칠 기세이긴 해도 예전처럼 대다수의 영화인들이 그의 주위로 헤쳐모여를 망설이고 있다는 데 특징이라면 특징이 있다. 이렇게 된 데는 이번 싸움이 도덕적 이유라기보다는 영화계내 자본과 권력의 재편이라는 상황변화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지금은 강우석 감독을 위시한 기존의 제작 및 투자배급업자들과 신흥 자본가로 떠오른 매니지먼트사를 사이에 두고 그보다 더 큰 거대자본, 곧 SKT나 KT같은 이동통신사들이 어느 쪽으로 방향을 잡고 영화계로 진입할지를 저울질하는 상황이다.

강우석과 매니지먼트사, 어느 쪽이 이길 것인가. 그보다 어느 쪽이 정파이고 또 어느 쪽이 사파인가. 다음은 강우석 감독과 가진 직격 인터뷰.

***강우석 감독 인터뷰**

문: 최근 잇따라 한국영화제작가협회가 비상총회를 갖고 있다. 매니지먼트사들과 대화로 해결이 안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한가?

강우석: 언제부턴가 배우들에게 시나리오를 보여주는 것조차 힘들어지게 됐다. 조금 과장해서 얘기하면 이제 시나리오는 배우가 읽고 판단하지 않는다. 매니저들이 먼저 읽거나 매니지먼트 회사의 담당자들이 먼저 읽는다. 그리고 그들이 출연 여부를 판단한다. 그리고 고액의 출연료를 들고 나온다. 감독이나 프로듀서들이 연기자들을 만나 작품 배역에 대해 이렇게 저렇게 설명을 하고 또 설득을 하는 과정은 이제 정말 옛날 얘기다. 이런 일들이 영화산업이 고도화되고 또 분업화되는 과정에서 필연적이라면 국내영화산업은 전망이 없다.

문: 단순하게 연기자들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의 근본은 아닌 것 같다.

강우석: 충무로의 중심은 제작분야다. 영화는 시나리오 작가가 골방에 앉아서 몇날 며칠을 골몰하고 감독과 제작자가 이를 작품화시키기 위해서 발품을 팔며 돈을 구하고 사람을 구하고 조직을 구해서 하는 일이다. 제작이 중심에 서지 못하면 영화는 만들어지지 못한다. 근데 지금의 제작자들은 그 중심을 잃고 있다.

문: 그 중심에 대한 주도권 다툼에는 늘 돈 문제가 끼기 마련이다.

강우석: 맞다. 표면적으로는 그 문제가 항상 불거져 나온다. 매니지먼트사들은 지난 1~2년간 끊임없이 수익지분을 좀더 많이, 좀더 많이 요구해 왔다. 이제는 제작자들과 투자자들이 힘들게 만들어서 얻은 수익을 손도 안대고 가져가려는 행태를 보인다. 스타 한명 출연시키는 조건이 수익 지분의 수십퍼센트를 내줘야 하는 것이라면 어떤 프로듀서가 영화를 만들려고 할 것이고 어떤 투자자가 영화사업을 하려고 할 것인가. 최근 들어 영화투자 환경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이들 투자자들이 수익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없다는 판단때문이다. 지금 이런 분위기를 빨리 깨주지 않으면 국내 영화사업은 급격하게 얼어붙을 공산이 크다.

문: 그렇다고 해서 스타급 연기자들을 출연시키지 않을 수도 없는 것 아닌가?

강우석: 그래서 아예 제작자들 차원에서 배우들 매니지먼트까지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물론 근시안적인 발상이다. 영화산업이 보다 수직계열화하는, 독점화되는 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쪽의 횡포가 오죽하면 그러겠는가. 이제 모두들 차 분해질 필요가 있다. 영화는 돈을 버는 사업이 아니다. 돈놓고 돈먹는 머니게임이 아니다. 영화를 해서 돈을 번다는 건, 언론이 만들어낸 환상일 뿐이다. 우리들이 영화를 계속해서 만들어온 건 영화에 대한 애정때문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때문에 오로지 돈을 벌겠다고 영화사업에 끼어 드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작금의 현실을 개탄할뿐이다. 하지만 그냥 한숨만 쉬고 있지 않겠다. 제작분야가 무너지지 않도록 영화사업의 본질과 핵심을 알리기 위해 애쓰겠다.

문: 이동통신사들 얘기를 해보자. 당신은 이통사 자본이 영화계로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는가?

강우석: 그런 것만은 아니다. 나도 그 돈 좀 받고 싶다.(웃음) 내가 정작 걱정하는 것은 그 막대한 돈이 정말로 영화를 만드는 데 쓰일 것인지 아니면 이렇게 저렇게 몸집을 불리고, 회사 주식을 상장시키고, 그래서 주식 값을 올리고, 결국 그렇게 이윤만 뽑고 슬쩍 아웃하려는 거가 아닌지 의심과 걱정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뿐이다. DMB라고 하든, 모바일이고 하든 정말 새로운 컨텐츠를 위한 영화사업을 하려는 건지 아니면 이동통신사업에 있어 그저 또 하나의 부대사업으로 생각하는 건지 그걸 우리는 분명하게 알 필요가 있다고 본다.

문: 근데 그건 사실 CJ든, 동양이든, 롯데든 대기업이 영화계로 들어올 때 똑같이 했던 고민이다.

강우석: 그건 그렇지 않다. 당신이 얘기했던 세개의 회사는 멀티플렉스든 케이블TV든 자신들이 구축하고 있는 여러 하드웨어 시스템상 영화라고 하는 소프트가 끊임없이 그리고 꾸준하게 필요하고 업체들이다. 그 회사들은 막무가내로 돈을 붓거나 무책임하게 영화판을 떠날 사람들이 아니다. 그 회사들에 신뢰와 새로운 자본에 대한 생각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문: 그렇다 하더라도 당신과 같은 영향력있는 사람이 자꾸 네가티브한 얘기만 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영화 투자환경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강우석: 그래서 그런 얘기를 하고 싶다. 우리영화가 갖고 있는 내적 잠재력은 여전하다. 그건 좋은 감독, 좋은 작가, 좋은 프로듀서들이 우리 세대 밑으로 줄줄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영화가 여전히 믿을만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다시 얘기를 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지금의 갈등, 지금의 고민은 일종의 과도기적, 전환기적 상황에 따른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 부분을 잘 정비해 놓지 않으면 정말로 뛰어난 후배 영화인들에게 제대로 길을 터줄 수가 없다. 지금 잘하지 않으면 자칫 큰일 날 수 있다. 한국영화가 더 잘될 수 있느냐, 아 니면 한때의 판단 미스로 퇴보하는 길에 접어 서느냐는 지금 이 순간, 바로 지금 이 순간에 달려 있다. 그래서 지금 나 같은 감독과 프로듀서들이 그렇게 난리를 치고 있는 것이다. 우리들이 왜 이러는지, 영화계 내부의 어떤 문제를 가지고 그러는지 찬찬히 들여다 봐주시길 바랄 뿐이다.

동의대 영화과 교수 / ohdjin@hotmail.com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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