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공동의 지혜를 발휘한다면 먼 항해로의 닻을 올린 우리 배가 좌초당하지 않고 비핵화 목적지까지 닿을 수 있다."
南 "자신이 어느 항구로 가는지 알지 못하는 항해사에게는 아무리 순풍이 불어도 소용이 없다. 목표를 분명히 해야 우리가 타고 있는 배가 한반도 비핵화라는 항구에 닻을 내릴 수 있다."
남북 양측이 제4차 6자회담 개막식 인사말을 통해 두 대의 배를 '띄웠다.' 북측이 띄운 배를 남측이 받아 화답함으로써 남북 모두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적지를 분명히 하는 모양새를 보여줬다.
***김계관 "6자회담 '배' 비핵화 목적지에 닿아야"**
26일 오전 9시(현지시간)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팡페이위앤(芳菲苑)에서의 제4차 6자회담 개막식에서 남북 양측 모두 인사말에서 회담에 임하는 자세를 배에 비유해 주목을 끌었다.
'배'라는 표현을 먼저 사용한 측은 북한. 북한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리자오싱 중국 외교부장의 환영사에 뒤이은 인사말에서 "모든 대표 참가국들이 협력과 이해의 정신을 가지고 공동의 지혜를 발휘한다면 먼 항해로의 닻을 올린 우리 배가 좌초당하지 않고 비핵화 목적지까지 가 닿을 수 있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6자회담이라는 '배'에 올라탄 6개 참가국들이 이번 회담을 통해 순조로운 논의를 하게 된다면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으리라는 표현이었다.
김계관 부상의 이러한 비유는 우선 회담 목표가 한반도 비핵화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눈에 띈다. 회담에 앞서 정부 당국자들은 이번 회담의 출발점으로 지난 제3차 6자회담 의장성명에서 밝힌 한반도 비핵화 목표가 확인돼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북한이 지난 2.10 성명을 통해 핵무기 보유를 선언했고 3.31 성명을 통해서는 군축회담으로의 전환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물론 북한이 남북, 북미 사전 접촉에서 군축문제를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고 27일 기조연설에서 어떤 주장을 하게 될지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일단 회담 출발점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확인했다는 점만은 유의미하다는 평가다.
***송민순 "6자회담 '배' 한반도 비핵화 항구에 닻 내릴 수 있어" 화답**
우리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는 이어진 인사말을 통해 김계관 부상의 '배' 발언을 받아 화답했다.
송 차관보는 "우리는 목표를 분명히 하고 이를 달성하겠다는 확고한 결의와 신뢰를 모아가야 한다"면서 "그래야 우리가 타고 있는 배가 한반도 비핵화라는 항구에 닻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 대표가 웅변적으로 설명했듯이 우리 모두 6자회담이 지향하는 항구를 다시 한번 분명히 하고 이에 도달하는 항로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길 바란다"고 덧붙여 김 부상의 발언에 대한 화답임을 분명히 했다. 6자회담의 배가 한반도 비핵화라는 항구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도록 이번 회담에서 각국이 모두 협력하고 건설적이고 창의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아울러 송 차관보의 '배와 항구' 비유는 한국 정부의 기존 주장과도 맞닿아 있다. 그간 정부 당국자들은 북핵 문제를 위한 6자회담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선 분명한 목적지, 즉 출구를 상정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출구를 먼저 찾아야 그곳을 향한 길, 즉 해결 방안과 이행 절차에 대한 합의가 보다 수월하다는 주장이다. 미로 찾기에 비유한다면 입구에서부터 시작하기보다는 출구를 먼저 아는 것이 길을 찾아가기 훨씬 쉽다는 입장이다.
***"방향 모르는 항해사 순풍 불어도 소용없어"…北 '끄덕끄덕'**
한편 송 차관보의 배 발언을 들은 김계관 부상은 고개를 끄떡이며 밝은 표정을 짓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상의 이런 반응은 단순히 자신의 발언에 송 차관보가 화답해서가 아니라 송 차관보의 발언이 다분히 일본을 겨냥한 것이었기 때문.
송 차관보는 이날 인사말에서 '자신이 어느 항구로 가는지 알지 못하는 항해사에게는 아무리 순풍이 불어도 소용이 없다'는 고대 철학자 세네카의 경구를 인용해 일본을 비판했다. 이날 기어이 인사말을 통해 납치 문제뿐만 아니라 미사일 문제까지 거론한 일본에게 송 차관보는 "이 시점에서 회담 초점을 분산시키는 행동은 결코 바람직 하지 않다"고 경고하며 이 경구를 인용한 것.
가야 할 항구도 모두 알고 순풍까지 불어준다면 더욱 좋으련만 그에 앞서 일단은 남북을 포함한 6자가 함께 띄우는 이 배가 초기 항해를 잘 하는 모습부터 보고 싶다. 그 시금석이 바로 27일의 각국 기조연설이다. 26일 개막식의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그 자리에까지 이어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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