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국민 세금이 들어감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검증 절차 없이 진행되어 온 줄기세포 연구의 폐해가 이번 사태로 적나라하게 드러났지만 정부는 또 다시 사회적 합의 없이 막대한 연구비를 쏟아 부으려 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의식의 출발점이다. 김동광 박사는 황우석 사태로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활발한 토론이 진행되고 있는 해외 과학계의 동향을 전하면서 한국 사회의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
<프레시안>은 청와대, 국무총리실, 과학기술부, 보건복지부 등 주요부처들이 황우석 사태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줄기세포 연구에 '올인(all-in)'하려는 최근 분위기에 경종을 울리는 글이라 판단돼 김동광 박사와 시민과학센터의 동의를 얻어 <시민과학>에 실린 글을 전재한다. <편집자>
검찰의 최종 조사결과 발표를 남겨두고 있지만 이미 우리 사회는 '황우석 사태'를 사실상 마무리지은 것이나 진배없다. 그러나 너무도 많은 것들이 두루뭉술하게 넘어가고 있다. 특히 가장 큰 문제는 줄곧 황우석 씨에 대한 지지를 시사했던 신임 부총리를 비롯한 정부의 주무 부처들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줄기세포 연구에 막대한 연구비를 쏟아 부으려 한다는 점이다. 시민사회에서도 줄기세포 연구 자체에 대한 전면 재검토의 필요성은 공론화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넘지 못하는 윤리 문제
그렇다면 줄기세포 연구가 문제되는 지점은 무엇이고 검토해야 할 내용은 무엇인가? 우선 배아줄기세포에 대한 연구를 계속할 경우 피할 수 없는 윤리적 문제와 난자 수요 발생이다. 많은 사람들은 적절한 동의 절차를 거쳐 난자를 기증받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호르몬 투여에 의한 비정상적인 난자 추출이 여성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선진국에서도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 있지 않다. 난자를 연구의 재료로 삼을 수밖에 없는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이러한 윤리와 안전 문제에 대한 포괄적인 점검이 필수이다.
난자 추출을 위해서는 통상 7~10일 가까운 기간 동안 매일같이 호르몬을 투여 받아야 하며, 그런 다음 마취를 하고 질을 통해 바늘을 넣어서 성숙한 난자를 추출해내는 수술을 받게 된다. 미국생식의학회는 난자를 추출하는 데 "의학적 준비과정, 면담 수행, 상담, 그리고 이 과정과 연관된 의학적 처치 등에 모두 56시간 가량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증여자는 신체와 건강이라는 측면에서는 물론이고 그밖에도 시간적, 심리적 측면을 비롯한 여러 가지 부담을 안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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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충분히 검토되지 않는 것은 난자가 단지 물질이나 실험 재료로서가 아니라 생명의 씨앗이자 여성성(feminity)의 중요한 요소라는 점이다. 즉, 난자의 정체성(난자뿐 아니라 정자, 그리고 일반 조직(tissue)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폭넓은 인식 전환이 요구된다. 정자는 난자에 비해 채취가 쉽다는 점에서 '매매 가격도 싸고', 너무도 손쉬운 무엇으로 대상화된다.)에 대한 포괄적인 인식이 필요하지만 그것이 올바로 수립되지 않고 있다. 사실 이러한 난자의 특성을 감안하면, 그것은 해당 여성의 소유물로 단순히 환원될 수 없다. 최근에 난자 기증 운동이 금모으기 운동과 흡사한 형태로 나타난 것은 이러한 인식적 토대를 기반으로 삼는다. 따라서 난자의 지위에 대한 포괄적 인식이 요구된다.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에 실린 로버트 스테인블룩의 1월 26일자 기사 '난자 증여와 인간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따르면 채취관 삽입은 매우 불쾌하고 많은 부작용을 일으킨다. 일반적인 것은 마취에 따른 부작용이지만, 이 절차에 수반되는 중요한 위험은 난소 과자극 증후군(ovarian hyperstimulation syndrome)이다. 이 증상은 배란 유도를 위한 여러 가지 인위적인 처치에 대해서 과도한 반응을 나타내거나 전혀 예상치 못한 엉뚱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모세관 투과성이 증가되고, 늘어난 혈류가 혈관 내의 공간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서 과출혈을 야기할 수 있다. 또한 여러 차례 호르몬 자극을 받은 여성은 나이가 든 후에 난소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아직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없지만, 동물 실험에서 나온 데이터는 이러한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네이처> 2월 9일자 기사 '끝나지 않은 줄기세포 오디세이'는 황우석 사태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당사자로 '어드밴스드셀테크놀로지(ACT)'를 꼽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그 피해란 황우석 연구팀이 조작된 결과로 1등으로 부상하면서 자신들에게 와야 할 연구비가 상당부분 끊겼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윤리 문제로 이미 많은 파문을 일으켰던 기업인 ACT사가 황우석이 2000개가 넘는 난자를 사용했지만 자신들은 인간 배아를 복제하는데 5~10개의 난자만 있으면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이런 낙관론을 받아들이는 연구자들은 거의 없다고 한다.
과연 치료와 실용화가 가능한가?
더구나 이러한 희생을 감내하면서까지 연구를 계속할 수 없는 근본 이유는 줄기세포 연구가 실제로 질병 치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아무런 근거도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과연 줄기세포 연구가 실제 치료에 이용될 수 있는가이다. 사실 황우석 사태를 일으켰던 원인이자 현재 줄기세포 연구를 다시 시작하려는 근거는 줄기세포 연구가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는 가정이다. 그렇지만 이것은 어디에서도 확인되지 않은 신기루에 가까운 가설일 뿐이다. 실제로 현재 논쟁은 치료는 고사하고 체세포 핵이식을 이용해서 줄기세포를 분리해 세포주를 수립할 수 있는지조차 확인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좀더 진전된 성체줄기세포 치료는 그 가능성이 확인되었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뉴사이언티스트> 3월 11일자 피터 알드하우스의 기사 '줄기세포, 기적은 연기되었는가'에 따르면 그동안 성체줄기세포에서 확인되었다고 알려진 치료효과도 사실은 재연에 모두 실패했다. 1999년에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안젤로 베스코비(Angelo Vescobi)와 그의 동료 연구자들은 방사선을 쬐어 쥐의 골수 세포를 죽였다. (우리 몸에서 골수는 조혈 세포를 만들어내는 곳이다.) 그런 다음 그들은 다른 쥐의 뇌에서 뽑아낸 신경 줄기세포를 그 쥐에게 주입했다. 이 신경 줄기세포들은 방사선에 의해서 파괴된 골수 세포들을 대체시키면서 다양한 유형의 조혈세포들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다른 연구자들은 이 실험을 재연하는 데 실패했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그 결과는 매우 혼란스러운 것이었다고 한다. 주입된 신경 줄기세포에서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되었던 조혈세포들은 20주가 지난 후에도 방사선 조사(照査)로 죽은 골수 줄기세포들을 대신해 쥐의 혈관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미니애폴리스에 있는 미네소타대학의 캐서린 버파일리(Catherine Verfaillie)의 연구팀도 많은 관심을 촉발하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그들은 드문 종류의 골수 줄기세포가 거의 모든 종류의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이런 주장 덕분에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반대하는 행동주의자들은 배아줄기세포에 대한 대안으로 성체줄기세포를 도덕적으로 수용가능한 방법으로 꼽았다. 그런데 오하이오주의 클리블랜드에 있는 애서시스(Athersys)라는 회사가 2007년까지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실제적인 처치법을 개발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으로 비슷한 종류의 세포를 추출하는 방법들을 개량시켰다. 그러나 연구팀들은 버파일리의 발견을 재연하기 위한 온갖 시도에서 혼란스러운 결과를 얻었을 뿐이었다. 심지어는 처음에 이 발견을 발표했던 버파일리의 연구팀마저도 2003년 말에서 2004년 사이의 6개월 이상의 기간 동안 새로운 세포를 분리하는 데 실패했다.
가장 큰 논쟁은 <네이처>에 실린 2001년 논문(vol. 410, p. 701-705)을 둘러싸고 벌어졌다. 발할라에 있는 뉴욕 의대의 피에로 앤버사(Piero Anversa) 연구팀은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골수 세포가 새로운 심장 세포를 만들어내서 심장마비로 입은 손상을 치료했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시애틀에 있는 워싱턴대학의 척 머리(Chuck Murry) 연구팀을 비롯한 두 팀이 그 발견을 재연하려고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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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실패 사례들이, 의사들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줄기세포의 치료 실험을 말리지는 못했다. 미국과 유럽 양쪽에서 임상 실험들이 여럿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그 결과는 매우 착종되어 있다. 다시 말해서 실패와 성공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 환자에서는 심장 기능이 향상된 것으로 보고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새로운 심장 근육 조직을 이식했기 때문이라는 확실한 증거도 없다(<뉴사이언티스트> 2004년 9월 25일자, p. 38). 문제의 골수세포가 어떤 화학적 신호를 방출하는 과정에서 자연적인 치유 효과를 낸 때문인지, 아니면 국소적인 염증(local inflamma- tion)을 일으켜서 마치 치료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인지, 그도 아니면 단순히 줄기세포와 관련이 없는 호전 증상인지 전혀 밝혀지지 않고 있다.
물론 이런 효과를 오래 지속되지 못했고 악화되는 경우도 많았다. 척 머리는 확실한 것은 아무 것도 없고 "어쩌면 줄기세포가 전혀 필요하지 않은지도 모른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치료를 위해 줄기세포를 주입한 후, 문제의 줄기세포를 추적하는 방법도 충분히 개발되지 않은 실정이다. 따라서 어떤 효과가 나타나도 그것이 줄기세포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세포들 때문인지 식별하기조차 힘들다는 것이다.
상당수의 연구자들은 아직까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정작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임상시험이 너무 조급하다고 생각한다. 줄기세포 연구자들은 재연되지 않은 발견을 기반으로 임상으로 달려가는 식의 사태가 결국 재앙으로 치달을 수 있는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1999년에 일어난 제시 젤싱어(Jesse Gelsinger)의 비극이다. 당시 18살이었던 제시는 간 질병을 앓고 있었기 때문에 유전자치료를 자원했지만 결국 유전자를 전달하는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성 반응으로 목숨을 잃었다. 이 사건은 지금까지도 유전자치료라는 연구 분야 자체에 "관 뚜껑을 덮었다." 따라서 조급한 임상 시도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치료를 자원하는 많은 환자들의 윤리와 안전을 볼모로 잡을 뿐 아니라 자칫 유망한 연구 분야 전체를 통째로 관에 넣을 수 있는 것이다.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배아줄기세포의 경우 치료를 위해 이식할 경우 테라토마라는 종양, 즉 암세포로 발전할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특정 세포로 분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마련되기까지는 단지 막연한 가능성에 불과하다. 실제로 미국의 위스컨신-매디슨 대학을 비롯한 여러 곳의 배아줄기세포 연구자들은 그동안 우리가 생각한 줄기세포가 과연 존재하는지에 대해 진지한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수 년 동안의 연구에도 불구하고 그런 줄기세포가 정말 있는 것인지, 그리고 우리가 원하는 특정 세포로 분화시킬 수 있는지는 아무도 확인하지 못한 상태다.
따라서 우리는 "배아줄기세포 연구 → 질병 치료 → 막대한 경제적 가치 창출 → 국익"이라는 일방적 도식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 황우석 사태라는 전대미문의 혼란을 겪고도 다시 지원을 계속한다면 그 결과는 너무도 뻔하다. 제2, 제3의 황우석 사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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