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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를 위한 변론…'뉴딜과 잡딜'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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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를 위한 변론…'뉴딜과 잡딜'의 메시지

<기고> 새로운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의 뉴딜-잡딜 제안에 대해 사회 일각에서, 특히 민주화와 개혁을 함께 해 온 그룹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부는 김 의장이 우향우로 변절했다거나 재벌기업의 대리인이 됐다는 식으로 신경질적이고 감정적인 비난을 한다. 김근태와 20여 년을 함께 해 온 필자는 김 의장의 뉴딜-잡딜 제안이 어제오늘 급조한 것이 아니라, 한국 현대사의 현장에서 IMF위기 상황과 그 뒤 우리 사회의 전개과정에 대해 누구보다 깊은 고민을 하면서 대안으로 준비해 온 것임을 먼저 밝히고 싶다.
  
  김호기 교수(연세대)는 구한말 이래 한국사회는 크게 세 번의 충격 또는 사회 시스템 변화의 계기를 맞았다고 했다. 그것은 '구한말 서세동점의 제국시대에서의 개방 시기', '일본 메이지 유신을 본 딴 박정희 식 개발 시대', 'IMF 위기 이후의 현재 상황'이다. 그 중 박정희 개발시대는 정치적으로는 가장 혹독한 파시즘 시기였음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보면 한국이 현재 세계 11위의 경제력을 갖게 한 기초를 박정희 개발시대가 만들었다는 데 대해서는 일부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 동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방식이 지속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명백한 한계를 갖고 있었던 것이다.
  
  민주화운동 출신 세력들이, 아니 민주화 편승 세력들이…
  
  그런데 1993년 이후 오늘날까지 15년 간 민주화운동 출신 세력들, 정확하게는 민주화에 편승한 세력들이 너무나도 무능하게 국정을 운영해 왔다. 민주화운동 과정과 IMF 위기를 겪으면서 박정희 식 발전 패러다임이 사망선고를 받은 이후 우리 시대는 새로운 전략과 패러다임을 목마르게 요구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화에 편승한 세력들은 오히려 과거의 관성에 매달리고, 황당한 자신감으로 한국 자본시장을 무대책, '무데뽀'로 외국자본에 노출시키고, 비판과 검토도 없이 무뇌아처럼 신자유주의를 수용해 왔다. 이 점에서는 시민단체들도 자유롭지 못하다.
  
  1997년의 IMF 위기 이후 한국경제는 월가를 중심으로 한 세계적인 신자유주의 체제에 심각하게 종속됨으로써 경제주권 상실이라는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한국경제의 운용과 관련해 해방 이후 최대의 위기, 최대의 난제에 부닥치게 된 것이다.
  
  신자유주의의 핵심은 무엇인가? 그것은 한마디로 시장 만능주의다. 그리고 자본과 금융 중심으로 경제를 재편하는 것이다. 그 배후에서는 제조업에서 경쟁력을 잃고 유럽과 일본에 주도권을 빼앗긴 영미 자본들이 자신들이 우월한 금융, 서비스, 지적재산권 분야, 그리고 더 나아가 제도와 공공 분야까지 주요 통상의제로 강요하고 선점하려는 자기이익 실현 의지가 작동하고 있다.
  
  외국자본은 이제 한국 자본시장의 40%가량을 점하고 있다. 상장된 주식 중 30% 정도는 기업들이 경영권 방어를 해야 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유통되지 못한다. 따라서 유통이 가능한 주식 중 60% 가량이 외국인투자자들의 수중에 들어 있다고 봐야 한다. 국내 주요 은행들의 대주주가 외국계라는 사실도 누구나 알고 있다.
  
  소버린이 SK 경영권을 공략했던 예에서 보듯 위기상황이 오면, 우리가 자랑하는 포스코도 이미 외국인 지분이 60%가 넘기 때문에 손쉽게 외국인의 손으로 넘어갈 수 있다. 이런 점에서는 삼성도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 수 년 간 삼성은 경영권 방어를 위한 조치로 매년 조 단위의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되풀이해 왔다. 몇 년 전에는 다임러벤츠의 대주주인 도이체방크의 이사가 현대자동차는 도이체방크의 계열사라는 주장을 공공연히 한 적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재벌 기업이나 상장된 대기업들이 신규사업 투자에 적극적으로 자금을 지출하지 못하는 게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이다.
  
  선진제국을 보면, 각 나라마다 역사와 처해진 상황에 따라 산업과 금융이 결합하는 방식이 대단히 상이하다. 자본주의 역사를 주도했던 영국과 고립주의로 자기만의 산업 역사와 체제를 구축한 미국은 상업은행 중심의 자유주의적 결합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에 비해 후발 자본주의 국가인 독일은 금융 우위의 결합 방식, 즉 주요 기업들의 대주주가 은행이고 은행에서 기업에 집행이사를 파견하는 형태다. 프랑스를 비롯한 일부 유럽 국가들에서는 금융산업이 여전히 국가의 소유로 돼 있거나 철저하게 정부의 통제 아래 있다. 일본은 맥아더가 통치하던 시절에 기존의 재벌체제가 해체됐지만 기업들이 게츠레이 방식을 취해 금융회사를 계열사로 두게 함으로써 제한은 있겠지만 기업들의 자체금융 방식을 허용하고 있다.
  
  자본과 산업의 결합방식, 이것이야말로 한 나라의 경제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그것은 각 나라 나름의 산업발전 역사를 반영하는 것이어야 하고 미래의 산업발전을 추동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그런데 한국은 이런 자본과 산업 간 결합이라는 측면에서 대단히 중요한 한 축인 자본시장 및 은행산업에서 외국자본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것이 오늘날 한국경제의 실상이다. 심각한 위기상황인 것이다.
  
  신자유주의에 대응하는 제3의 길을 찾자는 것
  
  김근태는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 민주개혁 세력을 대리하는 입장에서 정치적 과제로서 두 가지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새로운 성장동력 구축', 즉 박정희 패러다임을 대체할 새로운 발전의 패러다임을 만들어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함께하는 따뜻한 한국사회 구축', 즉 신자유주의에 대응하는 제3의 길을 찾는 것이다.
  
  다행히 DJ 시절에 기초생활보호법이 제정됐고 노무현 정부 아래서 근로장려세제(EITC)가 시행됐지만, 복지예산이 선진제국의 3분의 1도 안 되는 현재의 사회안전망으로는 우리의 미래가 보장될 수 없다. 유례 없이 빠른 고령화와 극심한 저출산 현상, 최저생계비 수준에서 허덕이는 800만 명 이상의 비정규직 노동자들, 미래에 대한 비전도 없이 방치된 400만 명의 농어민들, 수백만 명의 신용불량자들…. 이렇게 심각하게 산적한 문제들은 오로지 새로운 성장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
  
  그렇다면 새로운 성장동력은 어디서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까? 그 출발은 시장경제 체제가 활발하고 왕성하게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 다만 분명히 강조하건대, 시장경제의 운용은 사회통합적인 방식으로 해야 한다.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표현으로 시장을 이야기한 바 있는 애덤 스미스는 정치경제의 두 가지 원칙으로 민부(common wealth)와 공공선(public welfare)을 지적했다. 이 두 개의 원칙이 균형을 이루게 하는 것이야말로 정통 시장경제가 추구해야 할 방향이라는 것이다.
  
  새로운 성장동력은 우리가 찾아내야 하는 것이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박정희 시대가 만들어낸 기반 위에서, 그리고 민주개혁 세력이 이루어낸 조건 속에서 그러한 기반과 조건을 새롭게 해석하고 결합시키고 실천해 가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이 찾아질 것이다. 그 첫걸음은 당연히 현재의 기반과 조건, 그리고 우리 사회 각 계층 간 이해관계의 연장선에서 우리 사회 구성원들 모두가 시장경제 운용에 대한 원칙적인 합의를 이루는 것이 돼야 한다. 아니, 합의가 안 되면 타협이라도 해야 하며, 불행히도 그것마저 안 되면 미래를 책임진 주도세력이 돌파해야 한다.
  
  재벌 해체, 재벌 규제는 교각살우의 어리석음이다. 재벌들은 비록 사적소유의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지난 수십 년 간 우리 국민이 피와 땀을 흘리며 만들어 놓은, 우리의 산업역사 상 성과물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재벌 대기업들이 단기적 이익뿐만 아니라 사회의 갈등요인들을 함께 해소하고 공공선을 향해 같이 협력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재벌 대기업들이 장기적인 이익을 실현하면서 존속할 수 있는 길이라는 점에서 그들에게도 옳은 길임을 그들과 토론하고, 그들을 설득하고, 때로는 그들을 압박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윤리경영의 핵심이요, 지속경영의 본질일 것이다.
  
  참여연대 김상조 교수는 현재 한국경제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투자율이 30% 이상이어서 중국보다 낮지만 다른 일반 선진국들보다는 훨씬 높으며, 따라서 한국경제는 투자보다는 운용방식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가 한국경제 운용방식의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일리가 있지만, 투자율에 대한 그의 해석은 잘못된 것이다. 그가 투자율에 관해 오류를 저지르고 있는 것은 겉으로 드러난 통계수치만을 신뢰한 탓일 것이다.
  
  김상조 교수는 한국경제가 이토록 부진한데 투자율은 왜 그렇게 높은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해야 한다. 투자율 30%라는 수치의 구체적인 내막을 들여다봐야 한다. 투자 중 많은 부분이 아마도 비생산적이고 투기적인 투자, 예컨대 아파트 건설 등 투기적 분야의 투자나 순전히 자산운용의 성격을 지닌 투자 등일 것이며, 국민경제에 추가적인 가치를 실현해주지 못하는 분야에 대한 투자일 것이다. 생산적인 투자의 흐름을 보여주는 제조업 유형고정자산 증가율이 1997년부터 2005년까지 매년 0~5% 수준이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국내에 투자될 수 있었을 많은 자금이 인건비가 저렴하고 투자환경이 유리한 제3세계의 다른 나라들로 정치적 부담을 지면서도 이동하고 있을 것이다.
  
  생산적인 가치창출 투자가 이루어지느냐가 문제다
  
  GT(김근태 의장)이 우려하는 것은 우리의 미래를 위한 생산적인 투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투자의 급격한 위축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재벌을 비롯한 기업들이 가치창출적 분야에, 경제본업적 분야에 다시 왕성하게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만약 투자환경을 저해하는 요인이 자본시장과 은행을 장악하고 있는 외국자본이라면 그들에 대해 과감하게 개입해야 한다. 출총제를 위시한 법규적 억제가 투자환경을 저해하고 있다면 공익을 해치지 않는 수준으로 그것에 대해서도 정부가 정책적 양보를 해야 한다.
  
  우리는 박정희 시대 이래 수십 년 간 중소기업 문제를 끊임없이 이야기해 왔다. 정말로 대기업에 종속된 하청 중소기업의 문제가 우리 경제의 치명적인 약점이라면, 우리는 법적으로 하청권의 합리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자금, 경영자원, 인적자원, 기술개발 등이 문제라면 은행권이 대출만 할 것이 아니라 투자은행으로 적극적으로 변신해 양질의 중소기업들을 육성하고, 경영자가 잘못하면 우수한 경영자로 교체하도록 정부가 유도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중소기업가들이 정말 죽도록 열심히 기업경영에 몰두할 것이다.
  
  노동 분야는 정책 분야와 함께 한국경제의 오늘을 있게 한 일등공신이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노동분배율이 현저히 개선된 것은 생산과 소비의 선순환에 크게 기여했고, 기업의 체질 개선을 압박해 우리 기업들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하는 데도 공헌했다. 그러나 노동 부문이 불평등적으로 분화하게 되면서, 그리고 '해외시장에 기반을 두고 수출에 주력하는 재벌급 대기업들 및 힘이 센 공공 분야'와 '대기업에 하청으로 종속된 중소기업들 및 기타 힘없는 민간서비스 분야' 사이에 어느새 쉽게 메워지지 않는 커다란 간극이 형성됐다.
  
  무엇보다 800만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우리의 미래를 이야기할 수 없다고 본다. 대기업이나 공공 분야의 정규직 일자리가 지나치게 철밥통이 되면서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있다는 것은 이제 상식에 속한다. 노동시장의 경직성은 해소돼야 한다. 노동계가 기업별 노조에서 산업별 노조로 전환함으로써 노동계급 일반의 이익을 증진시킬 수 있도록 협상력을 높여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이의가 있을 수 없다. 입법 중인 비정규직 법안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들의 연명을 위한 법안이라는 비판적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저임금 구조로 운영되는 중소기업은 우리의 미래가 아니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까지 한국경제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했던 일부 재벌기업 및 공공 분야의 임금인상은 이제 그 한계를 넘어서면서 급격히 한국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기 시작했고, 해당 분야의 노조들도 위험한 수준의 조직이기주의로 변질되기 시작했다는 사실도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노동자들에 대한 분배는 생계비 수준을 고려하는 가운데 국민경제에 대한 노동자들의 기여도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기업은 실현된 이익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노동자의 몫을 정당하게 치러야 한다.
  
  서로 고백하고 타협하고 지혜를 모아야…
  
  우리는 위와 같은 이야기를 숨김없이 진솔하게, 그리고 거침없이 토해내야 한다.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손가락질과 극한대립을 중지하고, 국민경제의 민부 형성과 공공선 확립을 향해 서로 합의하고 타협해야 한다. 구한말에 개화파와 쇄국파, 그리고 민중세력이 제 각각 흩어져 서로를 비난하고 공격하고 싸우는 데 열중한 결과로 우리는 1945년까지 60여년 간이나 망국과 가난의 치욕을 당했던 것 아닌가?
  
  재벌기업은 우리의 공적이 아니라 우리가 잘 길들여야 할, 우리 역사의 자식임을 이해해야 한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신자유주의의 세계적 대세 속에서, 끊임없이 슘페터적 혁신을 요구받는 시대를 맞이해 이제 우리는 대립과 갈등을 끝내고, 우리가 공동으로 직면한 문제상황에 대해 서로 고백하고 타협하고 지혜를 모으는 과정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러한 토론과 타협의 과정 속에서 비로소 우리는 김근태 의장이 이야기하는 '그랜드 플랜, 한국의 새로운 설계도(Grand plan, Korean new design)'를 구체적으로 그려낼 수 있다. 뉴딜-잡딜이라는 주제는 한국사회의 미래 여정을 위해 김 의장이 오늘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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