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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목 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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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그래, 목 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자"

['이명박 시대'를 맞으며]

벌써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열흘 정도가 지났습니다. 63%의 낮은 투표율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씨가 50% 가깝게 득표해 대통령에 당선되었습니다.
  
  사실 투표일을 얼마 남기지 않고 벌어졌던 'BBK 수사' 발표나 정치인의 이합집산하는 모습에 덩달아 초조해하며 '혹시나' 했던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어찌 보면 이러한 어수선함은, 후보들이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과는 그다지 밀접한 관계가 없거나 그들이 애초 별다르지 않은 정책을 갖고 있다는 현실을 드러내는 것일지 모릅니다. 이는 뜬금없이 이회창 씨가 등장해 15%를 조금 넘는 득표를 획득하며 선거판을 뒤흔들었던 것에서도 알 수 있었습니다.
  
  국민을 자신의 정치적 도약의 발판으로 이용하려는 것이 아니었다면, 후보 자신의 움직임에 대해서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과 함께 자신이 대표하는 국민의 목표는 무엇이고 이런 단일화 과정에서 그 목표는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달성될 수 있는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짜내려고 노력했을 것입니다.
  
  여야의 이합집산 후보 단일화에 반대하는 여론 또한 39%에서 50%에 가까운 것을 보면 이미 다양해진 이해와 요구를 정치가 자신의 목표에 억지로 집중시키려는 것 자체가 무리인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현상들은 각종 선거에서 찍을 후보가 없다고 투표하지 않은 부동층이 40% 가까운 '정치의 위기', 정확하게 말하면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다른 사람이 대신할 수 있다는 대의민주주의 그 자체의 위기를 반영하고 있는 것입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반기문 UN 사무총장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기후변화협약 회의에 참석해 "지구가 처한 기후 변화의 위기 앞에 지금까지의 경제 발전과 성장 방식은 더 이상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이명박 씨는 대한민국을 관통하는 대운하 같은 1970년대식 대개발로 경제를 발전시키겠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씨는 전 세계가 지금 무엇에 대해 고민하고 지혜를 모으고 있는지 관심이나 있는지 의심이 갑니다.
  
  물론 50%에 가까운 국민의 이명박 씨에 대한 지지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역사적 대의명분이나 이념 중심의 정책이 국민과 함께 위기 극복에 성공하지 못한 채 도리어 약육강식의 신자유주의 흐름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심각한 위기의식의 방증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지금 시대의 전 지구적 요구를 무시하는 '강력한' 리더십은 많은 국민의 처음 바람과는 달리, 사회에서 터져 나오는 다양한 열망을 조화로운 공존으로 포용하지 못한 채, 결국 잇따르는 시위와 공권력 사이의 짜증나는 폭력을 낳으리라는 것을 우리 국민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역사에서 이미 보아왔습니다. 그렇다면 민주 개혁 세력의 단일화를 말하는 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씨나 창조한국당의 문국현 씨는 어떤가요?
  
  '풀꽃세상'이라는 모임에서 그 곳 분과 대화를 나누던 중 한 젊은 농부는 이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정치를 하겠다는 사람은 곧잘 이게 중요하다 저게 중요하다 하며 법 없이도 잘 살고 있는 사람을 자신이 주장하는 흐름으로 동원되기를 바라며 호들갑을 떨지만 힘없이 이름없이 살고 있는 보통 사람은 누구나 이런 한바탕 난리법석에 관계없이 세상을 사는 법 정도는 알고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군사정권이 끝난 뒤에도 북 치고 장구 치고 불러대던 민주 세력 단결의 구호 속에 결국 이득을 본 사람은 누구였습니까? 또 앞으로 이득을 보려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그리고 얻으려는 이득은 무엇이겠습니까.
  
  BBK 의혹을, 삼성 비리 의혹을 검찰이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BBK 수사 의혹을 제기하며 특검을 붙들고 늘어지는 정치꾼들 누구도 이 황량한 난리법석에 국민의 손을 붙들고 함께 울어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녹색당과 같은 새로운 시민 참여형 정당 창당을 검토할 적에는 사회적으로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말하던 시민ㆍ사회단체 활동가들이 뜬금없이 정치하겠다고 나온 문국현 씨의 급조된 창조한국당에 모여 정동영 씨와 민주대연합을 하자고 떠들었습니다. 그리고 재야원로라는 분들 또한 반민주 세력의 단결이라는 낡은 깃발 아래 모여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어쩌면 이들은 이 낡은 깃발을 흔들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창조한국당에 참여하며 명분으로 외치던 새로운 정치라는 수사나 반민주 세력 단결이라는 낡은 슬로건이, 국민들의 차가운 정치적 판단 하에도 일말의 반성없이 결국은 자신의 정치계로의 진출이나 정권과의 밀월관계 유지를 위한 모사꾼들의 그것이었다는 국민들의 준엄한 비판에 대한 답변을 준비해 두어야 할 것입니다.
  
  말 못하는 짐승들처럼 밟히고 당하고 빼앗기며 자신의 허리띠를 졸라매는 사회적 약자들-승자독식의 경쟁에서 자신만은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각종 시험 공고 판을 전전하거나 컴퓨터게임에도 빠져보고 그도 저도 끼지 못하고 알바를 전전하며 이러 저리 무리를 지어 방황하는 88만원 세대의 젊은이들이나 외국의 거대 자본에 맞서 극단적인 시위밖에 할 수 없는 농민들이나 몸이 아파도 동네 보건소나 들러 약 사먹는 서민들이나 이 보잘 것 없는 한 무리의 생명들과 함께 고난의 십자가를 대신 지려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 17대 대선의 매서운 찬바람이 우리에게 말하고 있는 냉혹한 메시지일 지도 모릅니다.
  
  이미 지금 시대는 민주주의공화국 수립 이후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고 군사 독재 시절의 민주화를 넘어서는 새로운 문제들이 도전하고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 변화로 인한 생명체 공멸의 위기', '굳어져가는 계급 세습구조-빈부격차', '사회를 지탱하는 도덕 윤리의 급속한 붕괴와 공동화', '비정규직 88만원 세대로 대표되는 미래 세대의 좌절', '준비 없이 닥치는 노령화 사회' 등등.
  
  아직도 좌우익 진보 보수의 논리로 사람들을 찢어내며 거리로 동원시키려 하는 것은, 굳이 소련의 멸망이나 지구 자체의 절멸 위기를 말하지 않더라도 그동안 민주 노조 쟁취에서 시작되어 이기적 이해집단화 되어버린 대공장 조합주의에서 보아왔던 바와 같이, 서민의 슬픔을 집단적 분노와 복수로 몰고 가는 반란의 역사를 되풀이 하는 것입니다.
  
  이 대선은 우리에게 참 많은 것을 반성하게 하고 돌아보게 합니다. 우리 앞에 주어진 이 새로운 도전 앞에서 요구되는 정치란 : 아침밥도 먹는 둥 마는 둥 출근해서 퇴근하자마자 밥 쑤셔 넣고 뻗어 잠을 청하는 보통 사람들이 주인이 되는 당을 만들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지 않는다면 풀뿌리민주주의나 민중권력이니 노동자권력이니 하는 것조차 모두 거짓말인 선동이라는 점, 남의 나라의 한 무더기의 정책도 소용없으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주장이 아닌 생활의 변화로부터 시작되는 운동으로 꿈틀대는 현실적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 사회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못살겠다는 아우성에는 함께하지 않으면서도 '능력 있는 사람'이 함께 해야 가능하다는 정치란 결국 엘리트 출세주의의 나약한 한탄일 뿐이라는 점, 아무도 자신을 대신해서 인생을 살아주지는 않으며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야한다는 점.
  
  밖을 돌아다보면 때로는 화가 치미기도 하고 입이 있어도 말 못하는 생명이 불쌍해 눈물이 나기도 합니다. 하나 분명 이 썩어가는 한 무더기의 거름덩이 속에서도 미래 사회의 희망은 이 냄새나는 오물들을 자양분 삼아 숨죽여 한 걸음 한 걸음 전진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우리는 누구입니까. 전쟁의 참화 속에서도 배고픔을 참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일하여 배고픔을 극복하고 수 십 년간의 군사독재를 끝장낸 사람들입니다. 군사 독재 시절로 되돌릴 수 없는 현실을 누가 만들었습니까. 진보든 보수든 어느 누구도 현재 벌어지는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 변화의 위기를 거부하지 못하는 것은 누구 때문입니다.
  
  아무도 자기 자신을 대신하여 자신의 운명을 좌지우지하게 내버려 둘 수 없습니다.
  
  집에서 돌봄노동하는 사람은 아이들의 아토피와 생활에서 겪게 되는 이러저러한 문제들을 이웃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봅시다. 두발이나 입는 옷으로 구속하려는 틀에 박힌 교육에 염증난 청소년들은 친구들과 토론해 봅시다. 사회가 바뀌려면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에 당원으로 가입하여 보통사람들이 참여하고 주인이 될 수 있는 정치를 요구합시다. 아르바이트라서 휴가 달라는 말도 못하고 눈치만 보던 젊은이들도 근로기준법을 함께 읽어 봅시다.
  
  80년대식 NL-PD식의 진보가 아니라 노동자 민중에 의한, 노동자 민중을 위한, 노동자 민중 자신의 새로운 진보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에 옳다고 느끼시는 젊은이 노동자 서민은 모임을 만들고 각종 토론회에 참여합시다.
  
  누구라도 할 수 있습니다. 출발은 어디라도 좋습니다. 자신의 생활에서부터 친구들과 이웃들과 함께 하겠다는 마음만 먹는다면 자신의 생활의 변화에서 이미 혁명은 시작하고 있으니까요.
  
  새로운 정당을 만든다면 분명 그곳에 이러한 보통 사람의 조그만 혁명에 함께하고 있을 것입니다. 만약 보이지 않는다면 그 또한 썩어 없어질 한때의 헛소동이겠지요.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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