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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가 된 '복지', 진보진영엔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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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가 된 '복지', 진보진영엔 '함정'?

[서평] <한국경제와 진보운동>을 읽고

최근 "한국경제와 진보운동"이라는 제목의 책이 나왔다. 작년 이맘 때 진보운동 내 이른바 자주파의 기존 노선을 비판하여 화제가 된 바 있는 "진보의 재구성"에 이어 두 번째다. 저자 민경우가 95~05년 범민련 남측본부 사무처장을 역임하며 두 번에 걸쳐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되는 등 자주계열 운동권의 핵심인물 중 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서문에서 밝힌 것처럼 이 책은 "진보의 재구성"에 이어 진보담론을 새롭게 구성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한국경제를 주제별로 나누어 개괄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몇 가지 인상적인 주장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경제는 신자유주의가 만들어낸 허구의 수요에 의해 고성장해 왔다는 점, 향후에는 저성장 체제가 예상되기 때문에 더 이상 제조업, 수출 주도형 경제성장이 어렵다는 점. 둘째, 2000년대 이후 한편에서는 수출 대기업이 급팽창하는데, 다른 한편에서는 고용 구조가 불안해지면서 '자산거품-사교육' 팽창이 진행되었으나 향후에는 자산거품이 파열될 것이라는 점. 셋째, 한국의 경우 제조업이 자체의 모순 구조를 서비스업에 전가하는 형태로 발전했기 때문에 제조업이 과잉 팽창한 대신 서비스업이 기형화되었다는 점 등이다.

민경우는 이 책에서 위와 같은 주장을 각종 데이터를 충실히 인용해 가며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다. 요즘처럼 일자리, 교육, 주택, 의료 등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은 때, 일반국민들도 관변 또는 주류 경제학이 말하지 않는 한국경제 상황을 소상히 이해하는데 일독할 값어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활동가의 글답게 진보운동의 기조와 방향을 설정하는데 집중되어 있다. 이 책이 주장하는 실천적 함의를 최근 회자되고 있는 복지국가론과 비교하여 서술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복지국가론과 관련해서 민경우는 경제적 불안에 시달리는 대도시 중산층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최근 몇 년 사이 무상급식, 건강보험, 부동산 폭락 등의 주제가 빠르게 의제화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30대 중반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세대가 갈라져 양자 사이에 복지국가를 둘러 싼 의미 있는 차이가 존재한다고 예리하게 파헤치고 있다. 가령, 부동산의 경우 40대는 부동산 버블에 노출되었던 집단이라면 30대 중반 이후 세대는 애초부터 부동산문제에 접근할 수 없었던 세대라는 점이다. 이러한 차이는 고용, 건강보험 등에서도 공히 나타난다. 민경우는 결론적으로 20~30대 중반 세대를 기본으로 두고 대도시 중산층의 이해를 결합시키는 진보라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일부에서는 '보편적 복지-잔여적 복지' 등으로 쟁점이 분화될 것으로 보지만, 대권주자인 박근혜, 정동영 등의 '복지' 강조에서 보듯이 복지국가론은 보수와 중도를 가리지 않고 대세가 되고 있다. 따라서 2012년 양대 선거에서 복지국가론을 진보가 중심 의제로 제기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마도 선거 국면에 접어들면 보편적이냐 잔여적이냐가 쟁점이 되기보다는 복지 사회를 실현할 능력이 있는가 없는가의 문제가 보다 현실적인 쟁점이 될 것으로 평가한다. 유권자들이 보편적 복지는커녕 잔여적 복지라도 확실히 실현할 힘 있는 보수나 중도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셋째, 복지국가론이 정당정치, 내각제 등과 결합하여 기존 보수 또는 보수-중도의 양당 구도를 고착시킬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2002년 이후 청년세대가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거리, 대중 민주주의를 중시하고 2008년 촛불항쟁의 에너지를 수렴하여 진보정치대통합을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기초해 2012년 총선, 대선에서 양당 구도가 아니라 3자 구도를 정립하여 민주당과의 범야권연대를 통한 진보적 연립정부 수립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제기되고 있는 빅 텐트론=범야권단일정당운동은 '보수-중도-진보'로 발전하는 한국정치를 '보수-중도' 구도로 퇴행시키는 제안이라고 비판한다.

민경우가 제시하는 2012년 양대 선거에 대한 진보진영의 대안을 요약하면 20~30대 초반 청년세대를 기본으로 대도시 중산층의 이해를 대변하되 주요 의제는 고용과 부동산과 교육이며 새로운 주체, 새로운 담론을 통해 새로운 통합진보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밖에 "진보의 재구성"이 그러했듯 이 책은 다양한 주제들에 대한 가볍지 않는 쟁점과 논란을 던지고 있다. 필자는 민경우의 주장에 모두 동의하지는 않지만 민경우가 던진 문제의식은 한번쯤 토론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2012년을 앞두고 진보진영의 담론과 의제, 가치에 대한 풍부한 논의가 절실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정치군사, 통일외교의 측면까지 포괄한 한국사회 종합 진단서는 아니다. 그러나 2012년으로 가는 진보진영이 사회경제적 측면의 다채로운 토론에 의미 있게 기여할 것으로 본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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