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당 대표와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경선이 좀체로 뜨지 않는다고 걱정들이다. 프레시안의 여정민 기자는 선수들이 너무 점잔을 빼는 것 아니냐고 하면서도 특별한 이슈가 없다고 분석한다. 민주당의 박지원 비상대책위 대표도 "치고 받아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되는 것 같다"며 흥행 실패를 우려하고 있다. 그나마 '빅3'라 불리는 손학규, 정동영, 정세균 후보의 위상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왔다. 최근 오홍근 씨가 프레시안 기고에서 '조랑말 세 마리, 무대에서 내려오라'(관련기사 보기)고 직격탄을 날려 시중에 화제다.
모두가 일리 있는 지적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큰 원죄는 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일 것이다. 6.2 지방선거에서 그렇게 이기고도 "민주당이 좋아서 표를 주었다"는 응답은 2.5%에 불과하지 않았던가. 심각한 민심이었다. 그것은 하루아침에 그렇게 된 것이 아니다. 그 이유와 책임에 대해 시시비비를 명백히 가려 주어야 한다. 그래서 이번 전당대회가 중요하다. 어쩌면 민주당의 당원과 대의원들은 마음속에 치솟는 어떤 분노가 누구에게 쏠리는지 이미 잘 알고 있을지 모른다.
선명야당 노선 없고 선거 때마다 공천장사 불거져 '민주당 갖고 안된다'목소리 확산
물론 정권을 빼앗긴 것이 더 앞서는 원죄다. 그러나 그 책임을 따지기엔 너무도 복합적인 문제들이 깔려있어서 지금의 상황과 직접 연결 짓기 어렵다. 다만 지난 10년 동안의 민주개혁 정부가 이념과 정체성에서는 옳았지만 그 실천면에서 국민 설득과 동의를 얻어내는데 실패했다는 점은 지적하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국민 설득이 잘 안된 이유는 명백하다. 정부와 국민 사이의 소통 채널인 언론이 개혁정부에 적대적이었기 때문이다. 개혁 정책을 펴려면 먼저 언론 구조를 개혁해야 했음에도 거기서 실패했다. 개혁의 인프라를 구축하지 못한 것이다. 집권세력의 어정쩡한 언론관이 화근이었다.
정권을 빼앗겼으면 민주당이 야당으로서 이명박 정권 2년 반 동안 과연 무엇을 했는지 되돌아보아야 할 일이다. 한마디로 지난 2년 반 동안 당을 이끌었던 리더십이 문제였다. 역사상 최약체 야당이라는 비난이 많았다. 민주당이 옛 5공 정권 시절 사이비 야당 행태로 집권세력의 제2중대라 불렸던 '민한당 노릇'을 해 왔다는 비아냥까지 등장했다. 정권의 독주를 견제할 선명야당 노선이 부재한데다 선거 때마다 공천장사라는 구악 정치로 꼭 닮은 꼴이라는 것이다.
2008년 4월 총선거 참패로 의석을 크게 잃은 것도 약체 민주당의 한 원인일 수 있다. 그러나 야당은 어차피 의석수를 힘으로 삼을 수 없다. 정체성과 의지, 그리고 대안 있는 정책비전을 무기로 싸워야 한다. 정책비전으로 국민 지지를 모으는 것이 불확실하면 정권 측의 확실한 실정만은 저지할 투지라도 발휘해야 한다. 광우병 쇠고기수입 파동, 용산참사, 언론악법 날치기 처리, 세종시 수정안 파동, 시대착오적인 대북정책, 그리고 지금도 핫 이슈인 4대강 토건사업 등등 줄 이은 국정파탄에 원내 제1야당의 대응은 과연 무엇이었던가. 정책대안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야당성도 보여주지 못한 2년 반이었다. 요즘 "2012 정권교체는 민주당 갖고 안된다"는 목소리가 크게 번져 나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통합 단일정당 건설을 외치는 영화배우 문성근 씨는 위기감에 찬 모습이다. 그는 서울에 이어 광주, 부산, 대구를 누비며 국민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오늘 민주당이 직면한 모든 시련과 고난은 이명박 정권 아래서의 제1야당이 드러낸 지리멸렬상이 누적된 결과다. 그 책임은 당연히 그 시기의 리더가 감당해야 한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2012년 한나라당을 상대로 정권교체 하려거든 먼저 자체 내부의 '당권 교체'부터 해내야 할 것이다. 그래야 국민에게 표를 달라고 할 면목이 설 것이다. 민주당 당원과 대의원들은 정권 교체를 가능케 할 당권교체를 어떻게 성공적으로 이룩할 것인가를 성찰해야 한다.
'공동 리더십'통한 당의 체질개선과 정책비전이 관건 당 정책연구소 근본적인 수술과 기능부여 새로이 해야
민주당의 모든 후보들이 내세우는 정권교체를 성취하기 위한 방안은 한마디로 지지기반 확대다. 어떻게 해서 국민들의 사랑과 지지기반을 넓혀 나갈 것인가. 답은 크게 두 가지 과제에 달려 있다. 하나는 당의 체질개선과 조직화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정책비전이다. 이 두 가지가 만족할만하게 이루어져야 수권능력을 인정받고 지지기반이 확대될 것이다. 이 중 당의 체질개선과 개혁은 집단지도체제가 초래할 한계를 잘 극복해야 가능할 것이다. 그래서 집단지도체제 내부에 새로운 '공동 리더십' 모델을 정립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에 비해 정책비전은 노력하면 비교적 어렵지 않게 달성할 수 있는 과제다. 자체 능력이 부족하면 외부 전문성을 잘 아웃소싱해도 된다. 민주당 뿐 아니라 한국 정당의 정책연구소는 근본적으로 감사와 수술이 필요하다.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의 30% 이상을 정책연구소에 주게 돼 있어서 엄청난 예산을 확보하고서도 그 정책생산 등의 역할은 너무도 미미하다. 돈을 제대로 주는지 외부 기관이 들여다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그 운영이 정책전문가가 아니라 정치인들의 자리 나누어먹기로 이용될 뿐이어서 본연의 취지는 사라지고 만 실정이다. 민주당의 정책연구소가 내놓은 '뉴민주당 플랜'이 그 당의 뿌리와 거리가 먼 중도실용 쪽으로 채워진 것도 당시 당권파의 정치노선과 무관치 않다.
더 큰 문제는 정당들의 정책연구소가 엄연히 국민 세금을 쓰고 있는데도 정당의 부속기관이 때문에 감사 사각지대로 치부돼 왔다는 사실이다. 독일의 정당 부설 정치연구재단처럼 운영되도록 수술하고 기능 부여를 새로이 해야 할 것이다.
천정배, [정의로운 복지국가] '자유'의 두 얼굴에 성찰하는 진보 제시
민주당의 자체 정책능력 면에서 새 지도부 후보들이 공통적으로 내세우는 '진보와 복지' 노선을 중심으로 살펴 볼 필요가 있다. TV 합동토론 등을 통해 모두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실제로 그 노선을 정책으로 입안하고 실천할 능력과 의지를 가졌는지는 개별적으로 편차가 큰 것 같다. 능력보다도 지속적인 실천 의지를 보여 줄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이념은 머릿속에만 살 수 있어도 정치노선과 정책은 세상에서 실천되지 않으면 허깨비이기 때문이다.
진보와 복지에 관해 자신의 정책철학과 실천 방안을 종합적으로 제시한 후보는 최근 [정의로운 복지국가]라는 책을 펴낸 천정배 후보인 것 같다. 내용을 일별해 보면 복지정책을 필두로 합의제 민주주의, 민주적 시장경제, 한반도 평화정책, 그리고 구체적인 개혁의 아이템으로 재벌, 검찰, 언론, 조세, 교육, 보건의료, 노동, 부동산 및 주거, 중소기업 하도급거래 등이 명시돼 있다. 정의로운 복지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정책대강 성격이지만 조금 더 내용을 보강하면 집권 비전과 전략으로 전환시킬 수 있을 것이다.
책의 전체에 흐르는 키 워드 '정의'라는 용어는 진보니 보수니 중도니 하는 케케묵은 이데올로기 보다 한발 앞서 나아간 것이다. 이데올로기는 각자의 주관적인 입장이지만 정의란 주어진 상황에서 '올바른 선택'을 의미한다. 정의는 최근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의 저서가 유행시킨 것 같지만 실은 기원전 4세기에 아리스토텔레스가 이미 제시한 명제다. 그 후 정의는 샌델 교수가 썼듯이 존 스튜어트 밀과 칸트를 거쳐 발전했고 20세기 들어 존 롤스가 집대성했다. 샌델은 롤스의 정의론을 비판적 시각으로 분석함으로써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큰 학자로 성장했다.
천정배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경선의 캐치프레이즈를 '행동하는 정의'로 내세웠다. 그는 신자유주의가 판치는 한국적 상황에서 이른바 자유경쟁 시장의 패배자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것이 정의라고 본다. 무한경쟁이라는 정글 법칙이 지배하는 시장에서 자연도태가 늘어나면서 실질적 민주주의가 후퇴했다고 진단했다. 이는 정치사상 연구에서 오래된 주제인 자유와 평등의 딜레마 바로 그것이다. 자유를 보장함으로써 불평등이 야기되는 결과가 우리의 고민이다. 이른바 '자유의 두 얼굴'이 그것이다. 그런 고민과 성찰의 결과로 그는 "기회의 평등보다도 결과의 평등이 우선돼야 한다"고 천명한다. 공평한 시장윤리를 확립해 최소한의 기회 균등을 보장하는 것조차 외면하는 집권세력의 신자유주의 노선에 대한 근본적인 대항이다.
그는 또 시민적 정치적 자유와 사회경제적 자유가 함께 제대로 보장되는 균형과 형평의 복지사회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제시했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온라인과 방송에서 표현의 자유와 다양성이 위협받고 있다. 시민적 기본권이 보장되지 않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서민을 위한 교육과 무상급식, 의료, 부동산과 주거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바로 사회경제적 기본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못한 것이다. 이런 사회적 약자층의 기본권들을 보장하는 것이 바로 정의로운 복지국가의 모습이다.
민주당의 전당대회 경선과정에서 또 다른 진보와 복지를 강조하는 후보가 정동영 의원이다. 그는 처음부터 '담대한 진보'를 화두로 던졌다. 최근 그는 부유세 신설과 노후연금제 확립을 말 그대로 담대하게 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천정배 후보의 정의로운 복지국가 이상과 아무런 차이가 없는 정책이다. 이런 자연스런 '복지 연대'야말로 집단지도체제 안에서 공동리더십을 정립하는데 매우 좋은 매개 시멘트가 아닐 수 없다. 두 후보의 비전 있는 공동리더십을 기대해 봄직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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