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일이다. 친목 모임에 나갈 일이 있었다. 참석자 전원이 최고 81세로부터 65세 이상에 이른 노년층이었다. 논의할 일은 이미 합의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바로 4대강 문제로 화제가 옮겨갔다. 가장 나이가 어린 65세 참석자가 입을 열었다. "4대강 반대하는 놈들, 아무 것도 모르고 무조건 반대만 한다"고 대뜸 비난부터 했다. "신부-목사들까지 나서서 반대하는 건 뭐야?" 종교인들의 자세에 대해서도 극도의 거부감을 드러냈다. 참석자 대다수가 묵시적으로 동조하는 입장을 보였다. 필자는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73세인 한 참석자가 입을 뗐다. "그런데 왜 대통령 임기 안에 4대강 공사를 모두 끝내야 하나. 그 엄청난 대공사를 2년이나 3년 안에 다 끝내야 할 이유가 무언지 나는 모르겠어. 그래 가지고 아무 탈 없을까?" 조심스럽지만 정곡을 찌르는 지적이었다.
필자가 이야기를 거들었다. "바로 그처럼 급하게 공사를 강행하는 것이 반대하는 사람들의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다. 4대강 가운데 어느 한 곳에서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실시해서 먼저 시범 프로젝트로 시행한 다음, 다른 곳으로 확대 시행할 경우 지금처럼 심한 반대에 부닥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반대진영이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오염이 심한 곳, 수재가 빈발하는 곳, 물 부족이 심한 한발피해지역 등을 민관이 함께 조사해서 합의할 경우 공사를 하자는 제안을 해도 아무 소식이 없다."
4대강공사 강경찬성론자는 보(洑) 막는 문제도 우리나라가 물부족 국가이기 때문에 그에 대처하는 방법이므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필자는 이렇게 대답해 주었다. "보가 필요하다면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중상류의 도시들에서 나오는 생활폐수와 축산폐수를 철저히 통제하지 않은 채 보부터 막으면 가두는 물이 또 썩을 것 아닌가. 지류-지천의 하수종말처리장 등 오염을 통제할 수 있는 공사를 먼저 해야 한다. 4대강 공사에 지천-지류를 정비·정화하는 예산이 거의 반영되어 있지 않다." 또한 지류-지천 정비·정화 공사는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게 되므로 해당지역의 기업과 취업인력이 참가하게 되지만 현재의 4대강 공사는 거대 토건회사들의 중장비를 이용한 준설과 보 건설에 치중하고 있으므로 취업의 확대와는 관계없이 거대 토건회사들의 살찌우기에만 기여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종교인들에 대한 비난에 대해서도 해명이 필요했다. "종교인의 사명이 어떤 것인가. 종교인들은 단순히 사람들이 잘 되라고 기도하는 일만 하는 분들이 아니지 않느냐. 그 분들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동식물, 심지어 미물들까지도 하느님이 창조하시고 그 미물들까지도 자신들의 삶터에서 삶을 영위해갈 권리를 하느님으로부터 부여받았다고 생각하고 가르치는 분들이다. 종교인들이나 지식인들이 그런 주장을 하지 않는 사회가 어떤 사회일까.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야 한다고 가르치는 종교인과 지식인이 활동하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 아닐까. 무차별적으로 자연환경을 파헤치는 것은 문제 아닌가. 그렇다고 종교인들과 지식인들이 자연에 전혀 손대지 말라는 근본주의자들은 아니다. 손댈 곳은 합의해서 공사 하자는 입장이다."
모임이 끝날 무렵, 너무 급하게 4대강 공사를 진행하는 것에 우려를 나타냈던 참석자가 "오늘 4대강 문제에 대해서 궁금증이 많이 풀렸다. 언론이 문제를 좀 더 자세히 다뤄주었으면 좋겠다"고 마무리했다.
이날 필자의 설명에 더 이상 문제제기하는 참석자는 없었다. 당초 반대론에 대해서 극도의 거부반응을 보였던 참석자들이 목청을 높이지 않은 것을 보면 절반쯤은 수긍하지 않았을까 짐작할 뿐이다.
지난 9월 16일 시민사회와 종교계 인사 143명은 "4대강 사업, 국민투표로 결정합시다"라는 제안을 내놨다. 이 사업에 대해서 지난 2년여 동안 이명박 대통령과 그에 반대하는 인사들 사이에는 전혀 대화와 소통 없이 평행선을 달려왔다. 그처럼 극단적으로 대립만 있었던 양측 사이에 국민투표일망정 대화와 타협의 제안이 있었다는 점만으로도 조그만 진전이라고 할 수 있었다. 4대강 공사는 전국적으로 벌어지는 유사 이래 가장 대규모의 국토개조공사다. 이런 사업에 논란이 없다면 그것이 이상한 일이다.
종교계 '국민투표 거부하면 정권퇴진운동 벌이겠다'
그러나 시민사회·종교계의 이런 제안, 그리고 야당의 적극 고려 언급에 대해서 한나라당은 거부반응을 바로 내보였고 국민투표의 결정권자인 청와대는 가타부타 말이 없다. 무시하는 태도다. 상대를 하지 않겠다는 자세다.
지난 6일 늦은 저녁 서울 시청 대한문 앞 길거리에서는 사흘 동안의 단식농성을 끝내는 4대종단(천주교 개신교 불교 원불교) 성직자들의 마무리 집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성직자들은 이명박 정부가 국민투표 제안을 거부할 경우, 정권퇴진운동을 벌일 수밖에 없다고 선언했다. 오늘을 사는 현세대 뿐 아니라 미래의 세대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생태계 전반을 뒤흔들 4대강 공사는 국민의 삶에 심각하게 영향을 미치는 '국가안위'에 관련된 사안이므로 마땅히 국민투표에 부의할 사안이라고 종교인들은 주장했다. 국민의 소리를 외면할 경우, 그런 정부를 거부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강경론을 만류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4대강 공사로 쫓겨나게 될 경기도 팔당유기농 대표는 이명박 정부가 국민투표를 받아들일 때까지 기다려보자고 호소하기도 했다.
4대강 공사는 올 연말이면 거의 50%의 공정률에 이를 것으로 정부당국자는 밝히고 있다. 공정률이 반을 넘을 경우, 국민들도 4대강 공사를 기정사실화 할 것으로 희망하는 것 같다. 이 정부는 이 시기에 국민투표 실시가 제기되고 더욱이 정권퇴진이 거론되는 것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더욱이 G20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이 시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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