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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MB식 '공정사회'인가?

[기고] 정병국 문화부 장관 내정자에 바란다

결국 대법원까지 가서야 '김정헌 한국문화예술위원장에 대한 해임이 부당하고 위법하다'는 최종 판결이 났다. 꼬박 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 사이 학교로 복직했다 지난 번 두 위원장 사태로 또 휴직과 복직을 반복했다. 학교를 들락날락하면서 학생들에게 미안해 1년을 당겨 조기명퇴를 신청해 지난 8월 말로 퇴임을 한 상태다.

개인적으로는 무슨 암흑의 동굴을 빠져 나온 느낌이다. 그러나 암흑의 동굴을 빠져 나왔는데도 아직까지 광명천지는 없다. '이명박 정권'이라는 짙은 안개 때문에 여기저기 가난한 사람들의 신음소리와 가축들의 아비규환의 울음소리들, 유신시대의 '반공 사이렌' 소리, 함포사격의 굉음들이 섞여 환청처럼 내 귀에 다가온다.

그 동안 가평에 있는 화실에 들어가도 붓이 잘 잡히지 않았다. 잡념들이 들끓어 집중이 안되니 할 일 없이 잡초를 뜯거나 책 읽기로 시간을 죽였다. 또 내가 그리는 '마을 공화국'을 위해 이리저리 농ㆍ산ㆍ어촌의 마을들을 떠돌아다녔다. 마을과 마을주민들로부터는 상당히 많은 위로와 영감을 받았다. 그러나 죄를 뒤집어쓰고 '해임' 당한 상처는 잘 아물지 않는 모양이다.

특히 같은 미술계에 있던 현 오광수 위원장이 내게 걸어 온 기금손실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민사소송은 예술가로서의 나의 자존심에 심한 트라우마를 남겼다. 실제 40억 원의 손실을 자초한 사람은 지금의 오 위원장이다(기금 손실이 나에 대한 제일 큰 해임 사유였는데 그 때까지는 100억 원의 투자가 손실이 날 가능성에 대한 '평가손실'이었는데 오 위원장은 문화부의 지시로 이를 환매해 진짜 손실을 입혔다. 그대로 있었으면 지금 100억원의 원금을 회복하고도 이익을 남길 수 있었다) .

그는 언젠가는 이 금쪽같은 40억원의 기금(다 국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세금이 아니겠는가?) 손실에 대해 배상을 해야 할 것이다. 내가 이 일은 꼭 추진할 생각이다.

"'무죄'도 너무 무겁구나"는 얼마 전 정연주 KBS 전 사장이 신문에 쓴 칼럼 제목이다. 그는 나처럼 행정소송도 아니고 검찰에 기소되어 온갖 인권침해와 인격살인을 당해 가며 2심까지 승소했다. 2년 3개월 동안 그가 검찰 등으로부터 겪은 고초를 만우 스님이 "원래 죄가 없으니 '무죄'도 너무 무겁구나'로 표현해 그를 위로했다고 한다.

행정소송으로 모든 걸 변호사가 처리해준 나에 비하면 그는 정말 말로 다 표현이 안 될 끔찍한 세월을 겪었을 것이다.

해임 무효, 또는 해임 취소 같은 행정소송은 주로 문화부 산하기관에서 많이 나왔다. 나를 비롯한 김윤수 전 현대미술관장과 황지우 전 한국예술종합대학 총장은 모두 대법원에서 승소하는 것으로 끝을 냈다. 정연주 전 사장 같은 언론 장악을 위한 형사사건과 정도를 비교할 수 없지만 문화부 산하 기관장들에 대해서도 예술가의 인격에 해당하는 자존심을 심하게 짓밟았다.

유인촌 장관은 나를 '무능하고 무책임하고 부도덕해서 해임했다'고 국회에서 답변했다고 한다. 거의 만천하에 김정헌을 '나쁜 놈'으로 명예훼손을 한 셈이다.

사실 이 사건의 전후를 돌아보면 유인촌이 어떻게 청와대의 지시를 받아 2008년 12월까지 나를 비롯한 남아 있던 기관장들을 깨끗이 청소(?)했는지 짐작이 간다. 이를 보면 마치 조폭들의 자기들의 지배영역(일명 나와바리)을 정리하는 식이다. 어떠한 문화예술지원정책에 대한 토론과 설득도 없이 무조건 '지난 정부 운운'하며 나가라고 강요를 했으니 말이다.

위의 지시에 따라 무리하게 해임을 추진하다보니 없는 해임사유를 만들어 내야 했고, 거의 조작에 가까운 '절차 생략 해임'을 하니 모든 사건이 뒤집히고 만 것이다.

길거리 조폭처럼 행동을 해놓고는 나보고 무능? 무책임? 부도덕? 이라니 바로 이 말은 자기에게 한 말이 아닌가?

또 한 가지 유 장관의 무책임은 2, 3년 동안 이러한 무리하고 부당한 '해임'사건에 들어간 소송비용에서 드러난다. 나와 김윤수 관장, 황지우 총장에게 들어간 항소, 재항소 등 법정 비용만 수 억 원에 달할 것이다. 문화부 장관의 실책으로 이렇게 많은 국고를 탕진해도 되는가? 이는 무책임을 넘어 부도덕한 짓이다.

이런 모든 사건의 책임은 유 장관만이 아니라 위의 이 대통령이 져야한다. 그가 꺼낸 '공정사회'가 국민들에게 맆서비스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MB와 유인촌이 만들어 낸 이런 위법한 사건은 MB가 서울시장 재임 시절에 이미 있었다. 6, 7년 전 쯤 일 것이다. 경기도에는 벌써 시작한 문화재단을 서울시는 그제야 만들기 시작했다. 초대 대표를 뽑는다고 공고가 나왔다. 아마도 몇 사람이 공모에 신청해 엄격한 심사를 거쳐 복수로 인선을 마쳤다. 이제 이명박 시장의 재가만 남았다.

그런데 발표를 이리 저리 미루더니 얼마 후에 공모에 응하지도 않았던 엉뚱한 유인촌을 대표직에 앉혔다. 시장이 공모 절차를 만들어 놓고도 그 스스로 이런 절차를 무시하고 유인촌을 선임해 버린 것이다. 나에 대한 '해임'이 위법한 것처럼 그 때는 유인촌을 '선임'하는 데 똑같이 위법하게 일을 저질러 버린 것이다.

그 당시 문화연대 대표였던 나는 불법적인 이러한 부당한 대표 선임을 일종의 문화민주주의의 파괴로 규정하고 시청 광장에 차려진 기자회견장에서 목소리를 높여 성토했다.

나중에 서울문화재단 대표로 임명된 유인촌이 나를 만나서 한 얘기는 더욱 가관이다. 그는 일본에 교환교수로 나가려고(그는 일본 가는 비행기 표까지 다 사놨다고 강조했다) 인사차 이명박 시장에게 들렀더니 그 자리에서 자기 손을 잡으며 문화재단 대표를 맡아달라고 요청해서 그만 수락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자기는 잘못이 없다는 투로 대표 선임의 앞뒤를 설명했다.

공모를 냈다가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으면 재공모를 실시해서 유인촌을 응모케 해 심사를 받아 뽑았으면 그래도 좀 나았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째든 '공정'한 선임은 아니었으리라.

MB가 서울시장 때부터 이러한 위법적인 선임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질렀으니 MB정부들어 이런 부당한 '해임'이 비일비재했던 것은 어쩌면 당연했는지도 모른다. 앞으로 '공정'을 내세우고 뒤로는 부당하고 위법적인 일을 저질러도 웬만하면 다 성공한다는 걸 그 때부터 익힌 게 아닌가 싶다.

지금 이 MB정권은 수없는 말 뒤집기와 거짓말들로 국민들을 속이고 있다. 촛불시위로 궁지에 몰리자 사과와 반성을 표명해 놓고 조금 시간이 흐르면 공권력을 동원해 시위참가자들을 무차별적으로 구속하거나 입건해 국민들을 겁박한다.

4대강 운하를 만들려다가 저항에 막히면 '4대강 살리기'로 위장하여 돌파한다. 물론 삽질을 빨리 임기 내에 마쳐야 하므로 문화재, 환경 관련 사전조사와 영향평가는 생략이다. 이런 일들이 왜 문제가 있는지를 차분하게 국민들에게 알리고 국민들의 여론을 살펴야할 언론들은 '방송 진출'에 눈이 멀어 어떠한 비판도 없다. 아니 오히려 한술 더 떠 비판하는 세력들을 불온한 세력으로 몰아 붙인다.

개각만 하면 그 주위에 있던 비리와 부패 집단을 인선해 청문회를 통해 공개적인 망신을 당하고도 사과 한마디 없다. 무상급식에 지역의 복지예산을 다 삭감하고서는 사상 최고의 복지예산이라고 떠들고 다닌다. 그것도 국회에 지시해 날치기예산을 통과시켜 놓고 말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에 새해가 밝았다. 그 사이 미루어 왔던 문화관광부 장관도 유인촌이 물러나고 정병국 의원이 새로 되었다고 한다.

물론 이 해임 사건도 새 장관에게 인수인계 될 것이다. 그래서 새 장관에게 바란다.

나와 김윤수 전 관장, 황지우 전 총장에 대한 위법하고 부당한 '해임' 사건도 무엇이 문제 였고 그 해법은 무엇인지 인수인계를 잘 받아 처리해 주길 바란다.

그것은 위 세 사람에 대한 문화부 수장으로서의 공개사과와 더불어 그 동안의 물질적, 정신적 피해 보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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