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 사고 이후 석유화학 장비를 직접 다루는 원청 노동자, 그리고 노동조합 간부들의 제보가 계속해서 들어왔다. 이들은 이번 폭발 사고와 같은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사고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 ▲ 전남 여수 대림산업 폭발 사고 희생자들의 발인식이 열린 지난달 19일 오전 전남 여수장례식장에서 유가족들이 영정 사진과 함께 고인을 운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
여수 석유화학 공단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커지는 공장과 늘어나는 생산량을 보며 한숨과 함께 가슴이 먹먹하다고 호소한다. 증설이나 리매핑(기존 공장을 리모델링 해 생산량을 증대하는 작업)으로 공장 규모는 커졌는데, 오히려 장비를 움직이는 인원은 줄었기 때문이다. 기존 공장에서 인원을 빼내 새로 증설하는 공장에 배치하고, 기존의 공장은 인원이 줄었는데도 '공정 합리화'란 명목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구조조정을 통해 줄어든 인원만큼 남아 있는 원청 노동자들의 노동 강도는 배가된다. 이 때문에 안전 관리를 비롯한 각종 업무에 상대적으로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이번 대림산업 폭발 사고는 이를 아주 잘 보여준다. 정기 보수 공사('대정비 공사'라고도 부른다)에 많은 협력사(건설업체) 건설 노동자들이 들어와 보수 공사를 하지만 원청인 공장 노동자들은 기존 공정을 소화하기도 빠듯한 인원이기에 협력사의 작업을 지원·관리·감독할 인원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을 개탄하고 있다. 원청 노동자 한 사람이 여러 장의 작업 허가서를 들고 안전 관리를 할 수밖에 없는 대정비 작업의 현실이 결국 대형 사고로 이어진 것이다.
또 화학공장의 특성상 수직 계열화, 즉 원부원료와 기타 공장 운전에 기초적인 시설을 공유하며 서로 주고받는 형태이다 보니 어느 한 공장이 정기 보수에 들어가면 그곳과 연관된 다른 공장들은 가동률을 줄이거나, 기간이 길어지면 공장 자체를 꺼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게 된다고 한다. 협의로 일정을 조정한다고는 하지만 일정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그에 따른 손실이 막대하다 보니 보수 일정을 최대한 짧게 잡거나 기존에 잡은 일정을 앞당겨 가동하는 일이 늘 일어난다. 그러다 보니 안전은 이미 형식적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회사마다 경쟁 구도여서 과도한 성과주의가 횡행하는 것도 사고 원인의 한몫을 차지한다고 노동자들은 호소한다. 일단 임원으로 승진하게 되면 성과에 따라 자신들의 입지가 정해지기 때문에 당장에 눈앞에 보이는 성과를 내기 위해 무리수를 두게 된다. 투자나 유지 보수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게 되는 것이다. 이미 건설 하도급 문제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는 최저가 도급제뿐만 아니라 최저가 낙찰제에 공장들이 멍들어 가고 있다. 석유화학 공장 특성상 소모되는 자재나 기계 부품들의 가격이 비싸고, 각 공정에 맞게 다루어지는 특수한 재질들이 많이 취급되고 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최저가 입찰이 정착되다 보니 가장 싼 제품들이 들어오고, 싸게 들어오는 만큼 품질은 기대 이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사람이 밟아 파손될 정도의 부품을 사용해 염소가 누출된 것으로 알려진 SK하이닉스 청주공장과 같은 사고가 발생한다.
더구나 공정의 안정을 위해, 혹은 필요 시 요구되는 자재나 부품을 일정 부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당장의 성과를 위해 이를 확보하지 않거나, 수량 자체를 줄여 유지 보수가 원활하지 못한 지경까지 이른 상황이다. 제때 유지 보수가 이루어지지 못하니 공장 노후화 속도는 배가된다. 크고 작게 잘 알려지지 않은 사고들이 늘 발생하게 되고 급기야 큰 사고로 이어진다. 결국 공장 노후화는 가속화되고, 유지 보수에 들어가는 돈을 줄이다 보니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노동 강도가 더해지면서 피로도는 날로 늘어만 간다는 것이다. 이처럼 화학공단은 사고를 예고하고 있다.
여수 산업단지의 각 공장은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장의 가동률 역시 늘 최고를 기록할 것이다. 예를 들어, 30만 톤 공장을 가동하면서 45만 톤을 생산하는 식이다. 이 점이 의미하는 게 뭘까! 가동률이 높을수록 정기적인 보수 시간을 줄일 수밖에 없고, 적시에 보수가 이루어지지 않다보니 각 공장의 노후화는 그만큼 빨라질 수밖에 없게 돼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로 변해가는 것을 의미한다.
여수 대림산업 폭발 사고가 난 지 보름 넘게 지났다. 이천 냉동창고 화재로 40여 명이 죽었을 때, LG화학 청주공장 폭발로 8명이 죽었을 때처럼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의 관심 밖으로 사라질 것이다. 정부는 특별 안전 점검을 한다며 호들갑을 떨지만 점검을 나오는 각 기관의 공무원들은 전문성이 결여된 경우가 많다. 여기에 점검 기간을 미리 공지하니, 회사는 청소를 깨끗이 하고 박자를 맞춰주면 벌금 몇 백만 원, 몇 천만 원으로 끝나기도 한다. 결국 사고가 나면 그곳에서 일하는 원청과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위험을 알면서도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적 현실이다.
적정 인력을 보장하지 않고 최저가 낙찰제로 정비 보수 관리를 위한 공사를 강행하는 한, 대림산업 폭발 사고가 우리의 기억에서 사라질 때쯤, 전국 어느 석유화학 공단에서든 앞서 언급된 일들이 무한 반복될 것이고 결국 '또 하나의 속보'를 보게 될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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