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의 정리 해고가 만들어낸 수천 가지 사연과 이야기가 모이는 심리치유센터 와락이 제 일터입니다. 해고 이후의 삶의 모양이 어떠한지 가장 많이 들을 수 있고 가까이 볼 수 있는 곳입니다.
해고가 쌍용차에서만 있었냐며 유난하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는데 순진하게 잠깐 동안은 '우리가 너무 유별난가? 우리가 특히 약한가? 의지가 박약했나?' 고민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건 쌍용차의 해고엔 모종의 기획과 조작이 있었고, 우리가 감당하기에 너무나 크고 압도적인 폭력 진압 작전이 수행되었다는 점입니다. 바로 이 때문에 여전히 범국민대회라 이름 붙여 이 문제를 바로잡고 해결하라는 요구가 해고자들과 해고자 가족인 우리에게 매우 시급하고 여전히 중요한 일입니다.
| ⓒ프레시안(최형락) |
'해고는 어쩔 수 없는 일' 지레 포기하는 당신의 해고도 우린 반대합니다
여기 와락에서 스치면 볼 수 있는 해고자를 아무나 하나 들여다볼까요?
부모는 늙고 아픕니다. 자식이 해고가 되었다 해도 딱히 도와줄 만한 여력도 없고요. 외려 직장 다니는 동안 건강보험증에 올라 있던 부모 이름을 빼야 하니 약값이며 병원비까지 걱정만 배가됩니다. 형제들도 사는 게 다 고만고만합니다. 다들 저 살기 바쁘고 갑자기 어려워진 동생이나 형을 위로하거나 보살필 만한 여유가 없습니다. 누군가 '다른 게 여유가 아니다. 돈이 여유다'라고 말합니다. 어쩌면 맞는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해고되고 돈이 정말 없을 때는 아이 수학여행비까지 어깨 위 짐이었습니다.
일찌감치 공장 따라 고향 떠나서 하루 12시간 맞교대로 한 라인 타던 사람들끼리만 어울리던 그에게 어려울 때 등 기댈 만한 친구는 찾기 어렵습니다. 눈뜨면 작업복 입고 출근하고 퇴근하면 한 부서 형, 동생들과 삼겹살에 소주 한잔하는 것이 일과였던 그 역시 옛날 친구들의 든든한 기둥 노릇을 못했을 테니….
안 좋은 일은 꼭 어깨동무하며 온다더니 공장에서 떠밀려 나와 일할 곳도 마음 둘 곳도 찾지 못한 그들에게 정직하게 몸은 아프다는 신호를 보내고, 배우자와는 서로 힘든 걸 알아주기를 지독하게 바라기만 하며 갈등을 키워가고, 주변에 행복하게 사는 어른들을 볼 기회를 잃은 채 커가는 아이도 우울증을 앓고 있습니다.
모든 쌍용차 해고자가 다 이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드물게는 유난 떨지 않고 자신의 의지를 불태워 보란 듯이 잘 사는 사람들도 있겠지요(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그러나 만일 당신이 유튜브에서 보았던 쌍용차 진압 영상과 같은 유난한 폭력을 당하고도 파업이 끝난 후 오히려 살상 무기를 사용해 불법 폭력을 무차별적으로 저질러댔던(?) 과격 폭력분자들로 분류되어 온갖 비난 속에 옥살이를 해야 했거나 숨죽여 살아야 했다면, 부모나 형제가 혹은 친구나 가족이 나를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지지한다 해도 제자리를 찾아 건강하게 살기란 쉽지 않은 일일 것입니다.
그런데 대다수 많은 쌍용차 해고자들은 그런 가진 게 좀 되는 부모나 잘난 형제를 갖지 못했습니다. 정리 해고가 해고된 노동자들의 잘못 때문이 아님을, 또 반드시 그것만이 기업이 살아남는 유일한 대안이 아님을 이해하고 지지해줄 친구들과 이웃들을 갖지 못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여전히 아프고 힘듭니다.
그렇게 아프고 힘들어도 범국민대회를 준비하며 땀을 흘리는 대한문 분향소의 쌍용차 해고자들이 있습니다. 다시 차를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몇 년 만에 일체형 작업복을 입고 환하게 웃는 그들.
그들이 준비하는 범국민대회는 단지 요구안대로 쌍용차 문제의 해결이 전부인 대회가 아닙니다. 내가 일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가 많은 나라에서 함부로 해고되지 않고 살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 대회입니다. 내가 부자인 부모를 가지지 못했다 해도, 내가 많이 배워 잘사는 형제를 가지지 못했다 해도 일하고 싶은 노동자에게 안정적이고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기업과 국가의 당연한 역할이라고 요구하는 대회입니다.
당신은 어떠신가요? 만약 내일부터 출근할 직장이 없어진다면 정말 괜찮으신가요? 아니 지금 일을 구하고 있다면, 앞으로도 기약 없이 일을 계속 구해야 한다면 언제까지 괜찮을 수 있나요?
24일 토요일 오후 4시 서울역 쌍용차 범국민대회에 가면 전혀 괜찮지 않지만 모든 것을 뒤집어 바로 맞추고자 애쓰는 우리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은 쌍용차 해고의 해결만이 아닌, 어느 정도의 해고는 어쩔 수 없다고 지레 포기하기도 하는 당신의 해고도 반대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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