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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만 하다가 '타율' 맞았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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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고민만 하다가 '타율' 맞았다 <9>

언론개혁 위한 한국언론2000년위원회 간담회 기록 전문

제2회 초청 연구간담회

주제 : 한국언론의 문제와 제언
일시 : 1997. 2. 22.(토) 12시-13시 50분
장소 : 한국프레스센터 20층 무궁화실
초청인사 : 심재훈(파이스턴이코노믹리뷰 서울지국장), 안상운(변호사), 양삼승(언른중재위 위원, 대전고등법원 부장판사), 이정자(전문직 여성클럽 한국연맹회장,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 공동대표), 이형모(언른노동조합연행 위원장), 한상진(서울대 교수), 황헌식(바른언론 편집인)

▲ 정범모: 한국언론2000년위원회 위원들은 중요한 일을 맡아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근심이 많다. 많이 도와주시고 좋은 아이디어 주시길 바란다. 한상진 교수가 권력에서도 신문권력이 최고 권력으로 올라섰다고 했는데 최고 권력으로 올라선 신문이 제대로 일을 하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다. 이런 모임을 갖게 된 계기도 거기에 있다. 한국언론의 가장 중요한 일,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에 주안점을 두어서 말씀해 주기 바란다.

▲ 한상진 : 한 가지만 말씀드리면 우리 사회에서 민주주의로의 전환 과정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는데 미디어가 어느 시대보다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현실적인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일반 대중이 미디어를 거의 신뢰하지 못하는 것은 역설적이다. 미디어가 수행하는 특정한 역할에 대해서 깊은 의혹을 가지고 있다.

한 예로 1996년 봄에 실시했던 전국 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 언론을 어느 정도 믿을 수 있는가에 대해 75%가 믿지 못한다고 답변했다. 미디어의 객관성이나 미디어가 수행하는 자체의 권력에 대한 불신이 우리가 발견하는 미디어 현실이다. 사석에서 하는 얘기를 보면 미디어가 깨끗한가에 대해 모두 의문을 갖고 있다. 미디어의 권력을 어떻게 하면 좀더 투명한 것으로, 신뢰할 수 있는 것으로 조정하는가가 중요하다. 미디어의 상업성, 선정성, 객관성에 대한 신뢰 부재를 극복하는 것이 이 문제에 대한 미래의 절실한 과제이다.

▲ 이정자 : 국민 대다수는 우리나라를 잘못 끌고 나가고 있는 책임이 언론에 있다고 본다. 언론이 다시 자세를 가다듬어야 할 듯하다. 나라에 국시가 있듯이 언론인들이 나아가야 할 이 시대의 방향을 정비해야 할 시점이다. 국민들은 언론이 선생이기를 바라는데 선생이 잘못되고 있는 느낌이다.

▲ 정범모 : 언론이 권력과 영합하는 부분 외에 또 잘못되어 있는 것이 있다면?

▲ 이정자 : 국민이 의식을 제대로 갖도록,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양심적으로 판단해 주지 않는 듯하다. 신문의 평형감각이 좀더 요구된다. 노동법 날치기 통과 무효주장을 하면서 노동계가 총파업에 들어갔을 때 기업이 입기 시작한 손실을 보도함에 있어 "파업으로 인한 생산손실이 1조원이다" 라는 보도 등 노동자들에게 책임이 돌아가는 방향으로 보도할 것이 아니라 신한국당의 날치기가 1조원의 생산 차질을 빚었기 때문에 원인을 일으킨 쪽에 보도의 초점을 맞추어야 공평하다. 뿐만 아니라 일의 해결책을 찾는 일에도 언론이 역할을 해야 한다. 항상 주범은 어디 가고 종범만 다그치는 식의 언론보도가 국민의 판단력을 흐려 놓는 부정적 역할을 한다.

지면의 배분만 해도 그렇다. 정치에 있어서는 청와대, 신한국당에 비해 야당이나 무소속 정치인에 대한 지면 배분이 불공평하고 경제에 있어서도 대기업에 대한 지면이 중소기업에 비해 과대하다. 크고 작음을 떠나서 이 사건이 이 기사가 우리 사회에 미칠 방향타가 되는 것인지, 무게는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취급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기자들은 대단한 현실감각과 도덕성을 가져야 한다.

▲ 양삼승 : 언론에 관해 이런 모임이 있다는 것이 부럽고 훌륭하다. 다른 대상을 비판하고 헐뜯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당장은 시원하지만 나중에 꺼림칙하다. 근본적으로 언론이 고쳐야 할 부분이 상당하다. 언론법과 관계되는 일을 보면 두 가지로 정리된다. 언론이 잘못하는 일 중 하나는 무엇이 정의인지, 어떻게 보도하는 것이 정론인지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무엇이 정답인지, 언론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답이 분명한데도 언론이 반대로 가는 것이다. 전자는 우리가 다 아는 일인데 후자는 문제가 많다.

예를 들면, 유력 일간지에 어떤 훌륭한 분이 글을 썼는데(이름은 밝히지 않겠다) 정정보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서 시행을 앞두고 있던 시점인데, 종전과 달리 언론중재를 해서 협의가 되지 않으면 과거에는 중재위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는데 개선안에는 중재위 직권으로 강제 결정할 수 있는 조항을 두었다. 그러나 이것이 언론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의를 제기하면 일정한 기간 내에 직권 중재는 아무런 효력이 없게 된다. 그런데 그분은 법이 개정돼서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악법이 만들어졌다고 글을 썼다. 언론중재위 직권중재 결정이 헌법 위반이니 법을 고쳐야 된다고 쓴 것이다. 그것은 그 조문 바로 다음에 효력 상실 부분이 있고, 세미나 할 때도 언론사들이 결국 실효성 없는 조문이 아니냐는 질의를 많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칼럼에서는 그 뒷부분 조항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안한 것이다. 분명히 알면서도 그 부분을 뺀 것이다. 이는 분명히 알면서도 신문사가 큰 난을 빌려서 잘못하는 것이다.

또다른 예는 법정에서 사건 심리 중 가장 중요한 말을 신중하게 생각하여 했는데, 신문에 보도되길 바라지는 않았지만, 재벌 기업에 관련된 그 사건에 관한 한 그 시간에 그 법정이 제일 중요하였는데, 그 다음날 한겨레신문을 제외하고는 어느 신문도 보도가 안되었다. 추측컨대 큰 기업이기 때문에 광고 문제 때문에 그런 듯하다. 그런 것도 언론사 입장에서 한 발짝 물러서서 생각하면 잘못된 것이다.

언론이 잘해 보자고 하다가 고민해서 틀렸을 때는 이해하는데 알면서 안하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 자꾸 이런 일이 벌어지면 우린 이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언론사는 근본적으로 주식회사다. 물건은 신문이다. 그런데 주식회사에 이럴게 큰 권한을 주어야 하는지 반발감이 생긴다. 똑같은 회사인데 왜 언론에 그렇게 큰 권한을 주는지. 공적인 성격을 주는 조직으로 바꿔야 할 것 같은 생각도 한다. 따라서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어야 할 듯하다.

언론에 대한 비판에 대해 사법부에서는 언론이 잘못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한다. 비판적 기능과 같이 언론의 근간에 관한 것은 언론에 법률적 문제가 생겼을 때 언론의 입장에 서서 생각한다. 법원에서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고 생각할 것인가의 문제는 기술적이고 세밀한 문제이다. 즉 언론의 피해자에 관해서는 언론이 강자이기 때문에 언론의 상업성이 지나치거나 진실보도가 안되었을 때는 언론은 가혹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

▲ 심재훈 : 한보사태 보도를 보면 '떡값'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것을 영어로 표현할 때는 분명히 뇌물이다. 여기서 우리 신문과 외국 언론의 갭을 느낀다. 뇌물인데 우리 언론은 떡값으로 표현한다. 떡값이기 때문에 처벌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우리 언론의 현주소를 일별하면 신뢰의 위기, 소비자 입장에서 볼 때 욕구 충족을 못해 주는 것이다. 우리 국민은 지난 30-40년 동안 여러 사건과 경제적 발전을 거쳐 국민의식이 변했는데 우리 언론은 소비자에 대한 욕구를 공급자 입장에서 제대로 못하고 있다. 우리 언론이 과연 국가 과제를 설정하고 토론하고 국민 컨센서스를 제대로 집합하고 있는지. 공개장 혹은 공적 철학이든 전달매체로서의 윤리 수준이 합당한지. 프로페셔널리즘 측면에서도 대권주자 취재시, 황장엽 사건, 한보사태 취재시 ·우리 보도가 너무 일상적이고 사소한 것은 보도하면서도 기사의 핵심은 보도 못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많다. 전체적인 질 컨트롤, 즉 상품의 질적 관리에 중대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 우리 언론이 전환기지만 매우 기로에 서 있다. 오랜만에 언론의 자유는 대체로 누리고 있지만 그것을 이용하는 것 공공복지, 공적 이해 활용에서는 근본적인 위기를 맞고 있다.

▲ 이형모 : 언론노동운동하는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언론노동운동은 일반 노동운동과 달리 환경개선은 부수적인 것이고 근본적인 것은 언론인 스스로 문제를 바로잡아 나가기 위한 것이다. 언론인 스스로의 자질 문제이기도 하지만 회사별로 갖고 있는 내부적, 구조적 문제가 개개 언론인이 해결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1987년 이후 언론노조가 만들어진 가장 큰 목표도 거기에 있다. 그것은 지금까지 언론에 문제가 있다는 반증이다. 국가의 각종 위기나 잘못이 모두 언론의 책임이라는 것에 현직 언론인이 공감하고 있다. 개인의 각성만 가지고는 어렵다. 87년 이후 17년간 민주방송, 민주언론을 외쳐 왔고, 외부적으로는 총칼의 압력은 받지 않지만 권력의 압력은 여전히 받는다. 언론사 소유주, 경영진의 자유만 보장되었지 현장 언론인들의 자유는 제한받고 있다. 2000년위원회가 바른 언론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볼 때 우리 언론사의 소유 구조를 개편하지 않고는 우리 언론은 달라지지 않는다.

작년 한총련 사태를 보면 기자들이 자기가 쓴 기사가 나간 것을 보고 기자 그만둘 생각을 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데스크, 편집국장, 경영주의 위계 때문에, 사주의 의사가 신문지면의 구성에 80% 영향을 미친다고 기자들은 답변한다. 소유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우리 언론에 희망은 없다. 권력의 소유구조 속에서 그 구미에 맞추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항거하면 불이익을 받고, 기사 내용도 반영이 안된다. 방송법, 정간법에서 소유구조와 소유, 경영권, 편집권 분리를 제안해야 한다. 모든 책임을 경영진에게 돌리는 것도 문제이다. KBS 취재진이 나가면 취재차가 불타고 수모당해서 경쟁대상에 올라서지 못하던 1987년에 MBC와 시청률 경쟁을 하면서, 현장 언론인이 각성하고 힘을 모아 싸우면 조금씩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언론노조나 내부에서 스스로 바꿔 나가거나 한계를 극복하기는 어렵다.

전두환 정권은 폭압으로 언론에 영향을 미쳤는데 지금은 경제논리를 가지고 조종하고 있다. 예를 들면 2-3년전 언론사 세무조사 관계가 발표되지 않았다. 언론사 세무장부가 형편없기 때문에 그것이 노출되면 신뢰도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정부가 그것을 끈으로 잡고 언론을 조종한다는 설도 있다. 소유주는 언론인 범위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광고주의 압력도 미디어언론에서 추적하고 있지만 이것을 추적하기에 개인적으로는 한계가 있다.

국가가 어려울 때 국민이 일어나서 혁명을 일으켰듯이 수용자 주권회복운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백화점에서 물건 잘못사면 불매운동까지 벌이듯 언론도 독자, 시청자가 미디어에 이의 있을 때 항의하거나 불매운동으로 자극 주지 않으면 개혁이 어렵다. 수용자들이 봐주지 않는 신문, 언론이란 영향력이 작을 수밖에 없다. 대선보도 전에 시민단체와 결합해서 언노련에서 해보려고 한다. 수용자 주권이 언론인, 사주에 의해 탈취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 안상운 : 재야 법률가 단체인 민주사회변호사모임 회원으로서 언론에 대한 포괄적 문제를 보면 언론의 자유와 책임을 같은 선상에서 논의한다. 우리 언론은 자유를 행사도 못하고 책임을 느끼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자유라는 측면에서 보면 국가기관 권력으로부터 자유를 누려야 하는데 그 자유를 국가기관이 권력을 자제하는 데서 구하는 것은 문제이다. 싸워서 얻어야 마땅한데 그럴 만한 의지를 언론사주, 경영주가 갖고 있는지 회의적이다. 여러 설문조사를 보면 권력으로부터 보이지 않는 압력, 언론사가 알아서 하는 행태가 많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법조 출입하는 기자를 만났을 때 정보공개청구를 많이 강조한다. 서울 고등법원에서 민변이 12.12와 5.18 관련 미공개 자료를 공개하라는 승소판결을 받았는데, 기자들에게 관급기사 외에 무엇을 가지고 기사 쓰냐고 하면 없다는 것이다. 기자들은 서울지검, 대검, 법원에 제일 많이 나가는데 법조의 중요한 영역인 변협, 민변에 대해서는 취재할 생각을 못한다. 정보공개를 적극적으로 요구하려는 생각을 못한다. 안하는 이유는 데스크에서 안 써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기자 개인 이름으로 하라고 해도 못한다고 한다. 한겨레신문 기자도 웃고 만다. 그런 상태이기 때문에 언론인이 국가가 제공하는 소스를 넘어서서·독자적 입장에서 추적하는 것이 얼마나 되는지 모른다. 광주문건에 대해 미국무부가 미국 기자에게 공개했는데 그것은 그 기자가 90년부터 계속 정보공개를 요구해서 얻어낸 것이다. 한국적 상황에서는 한 기자에게 5년간이나 기다려주는 데스크, 사주가 없다. 당장 터진 사건 취재하기에도 바쁘기 때문이다. 회사 차원에서 뒷받침해 줄 수 없는 상황이다.

언론의 자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권력으로부터의 자유이고 그것은 스스로 싸워서 얻어야 하는 것이다. 6.29 이후 적어도 외형상으로는 언론에 대한 감독이 없어졌지만 자유를 찾으려는 의지가 없다. 언론이 사회에 대해 마땅히 져야 하는 책임에 대한 의식도 없다. 현업 기자들은 명예훼손, 프라이버시 침해, 초상권, 성명권 등 일반국민들의 권리를 자의식 없이 쓰는 경우가 많다. 상업성 또는 센세이셔널리즘인데, 대형사건이 터지거나 공안사건 터질 때 특히 그런 경우가 많다. 지존파 사건 났을 때 경찰이 초동수사해서 밝혀진 것이 아니고, 성폭행당하고 탈출한 여자에 의해 밝혀진 것이다. 당시 그 여자의 이름, 나이, 주소, 학력이 다 나왔고, 동아일보는 경영진이 격려차 무엇을 전달하는 사진도 보도했을 정도이다

특히 공안사건, 간첩단사건의 경우 우리나라가 사상의 자유, 언론이 공정성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다. 95년 12월 발생한 부여 김동식 무장간첩이 안기부에서 조사받을 때 재야인사를 여러 차례 만나서 자신이 간첩이라는 것을 밝히고 포섭했다고 했는데 당사자는 모두 부인하고 알리바이가지 제시했다. 그런데 안기부에서 그 사건을 언론에 공개했고. 언론이 생방송하면서 지목된 사람 중 허인회는 작년 11월에 무죄판결 받았다. 김동식의 진술이 믿기 어렵고, 피고인의 알리바이가 인정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당시에도 허인회가 12일간 단식하면서 대질신문해 달라고 했고, 언론에 호소했는데도, 언론이 당시에는 관심을 가기지 않았다. 문제는 언론이 갖는 기능과 역할이 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강조하고 있지만, 우리 언론인이나 언론이 그러한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가가 문제이다. 만약 감당하지 못한다면 항복 선언하고, 국민의 기대가 망상이라는 것을 깨우쳐 줘야 할 듯하다.

작년 신문협회를 비롯해서 3개 언론단체가 신문윤리강령을 바꾸고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가장 먼저 내세웠는데 언론사에 있는 사람들조차 언론의 공적인 책임을 다했다고 믿고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다. 언론인이 회사의 이익, 사주의 이익에 충실한다고 하면 국민들은 안 믿을 것이다. 마땅히 누려야 할 언론의 자유는 외형상 주어져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반면 언론의 책임은 거창하게 제시하면서도 그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는 것이 우리 국민과 언론이 괴리되어 있는 현실이다.

▲ 황헌식 : 김현철 보도의 금기성에 대해 말했지만 군사정권에 비해 자유의 공간이 넓어졌다는 것은 부인하지 않지만, 언론의 책임 문제는 가볍게 생각하고 있는 듯 하다. 언론의 책임문제가 빚어내는 오보, 인권침해, 사실왜곡이 나라의 정치, 경제를 상당한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언론은 근본적으로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데 인색하다. 외압 못지않게 문민정부 후 개혁되지 않는 분야가 언론, 사법부, 대학 순이라고 한다. 언론의 자유는 정치제도가 바뀌면 주어지지만 내면적으로 책임문제는 자기 성숙과 성찰이 없으면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3가지가 문제이다. 첫째, 낡은 취재 관행이 문제이다. 정보가 없었고 외압이 있었다는 책임전가만 하고 철저히 취재하지 않는다. 둘째는 언론윤리의식의 부재이고, 세번째는 전문성 부족이 문제이다.

전문성 부족의 한 가지 예는 향어에 모나셀로나균이 사람에 치명적이라는 기사를 내서 그 해 향어 양식장이 도산한 일이 있는데 그 세균은 물론 치명적이지만 대부분의 민물고기에서 발견되는 세균 중의 하나일 뿐이었다. 부분적으로는 맞지만 전체적으로는 전문성에서 지적 받아야 한다.

취재원 보호 때문에 내보내지 못한 기사가 하나 있는데, 대전 엑스포공원을 정부에서 민영화한다는 기사가 보도되어 정부부처에 확인해 본 결과 전혀 사실무근이었다. 그런데 그 기사가 나가자 중앙채널의 지방방송사가 5시 뉴스로 내보내고, 9시 뉴스로 또 내보냈다. 사실이 아니란 증거가 없기 때문에 내보낸다는 논리였다. 그러고도 엑스포공원의 철책이 어떻다는 등 다른 문제를 계속 보도했다. 방송이 오보를 내고도 쓸데없는 기사를 계속 내보낸 것이다.

▲ 이정자 : 언론에 종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자각을 안한다. 어디가 주관을 하든지 자각에 대해 점검해야 할 듯하다. 기자의 역할에 대해 상층부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데스크도 알고, 여기 계신 분도 다 알고 있는 문제인데 기자들이 모르는 것인지, 잘못된 습관 때문인지. 시민단체가 시국선언을 여러 번 냈는데, 정국이 시정되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을 언론이 먼저 알고 성명이나 의견을 언론이 책임감 있게 보도해야 하는데 아예 취재도 안 온다. 언론의 역할에 대해 정리되어야 한다. 김영삼 정부가 마지막으로 손을 댈 곳은 언론이어야 한다. 아마 언론개혁 쪽으로 손을 댈 것이다. 언론은 끝가지 감춰져 있다.

또 요즘 기자들은 언론 재벌기업의 월급쟁이로 변했다는 인상이 짙어졌다. 그래서 선배들이 들었던 사회의 목탁이라거나 지사(志士)의 기개가 없어진 것이 아쉽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언론계에 오래 종사해 온 선배들의 정신이 흐려진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인성이나 의지나 감성은 사람의 천성에 속한다고 생각하지만 연습과 훈련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젊은 언론인들이 정치인 못지않게 나라를 끌고 나갈 책임이 펜 끝에, 하나하나의 기사에 달렸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 새로 들어오는 기자들은 "우리 때와는 달라"하고 말 일이 아니다. 입사 후 재교육을 통하여 사회를 바로 보는 눈, 정의로운 마음, 공동체 의식, 책임감을 갖는 선민의식을 체질화시켜야 한다. 기자들에게 이러한 프로그램을 위해 투자한다면 구독료가 좀 오른다 해도 싫어할 독자는 없을 것이다.

▲ 정범모 : 그렇다면 이같이 문제 있는 언론을 개선하기 위한 처방이 있다면?

▲ 이형모 : 언론개혁시민연대를 준비하고 있다. 노동법 파업할 때 언노련 차원에서 선언하길 "보도가 편향적일 때 그 언론사는 공격당할 것이다"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언론사가 조심스런 논조를 폈다. 민주노총의 언론개혁특위가 1,000개 조합을 결성, 언론감시단을 구성해 매일 신문과 방송을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모니터해서 매일 매주 집계해 미디어 오늘에 발표하고, 해당 회사에 경고하고 매달 사과문을 내도록 요청할 것이다. 그래도 안되면 3개월간의 자료를 모아 가장 문제 있는 신문사, 방송사는 경고할 예정이다. 물리적인 제재를 가하지 않고는 언론사가 정신 못 차린다. 검찰도 언론에 손을 못 대고 있는 실정이다. 언론개혁을 이루지 않고는 민주개혁이 안된다는 신념을 가지고 민주노총이 대선 전에 반드시 실현할 예정이다.

▲ 이정자 : 우리 사회에 거품이라는 말이 횡행한다. 부화뇌동, 기득권 선호 등 일반인들이 갖는 속성을 언론이 가져서는 안되는데 우리 사회에 거품을 일으키는 것은 언론의 이러한 속성으로 해서 현실진단을 제대로 하지 않고 뜬구름 잡듯 상황보도를 하는 데 많은 원인이 있다고 본다. 거품의 원인을 미리 간파하고 거품이 없도록 하는 일이 오히려 언론이 담당해야 할 방향이다.

일반인은 신문 기사를 생활태도의 잣대로, 대화의 소재로 삼기 때문에 잦은 추측기사와 흥미에 치중한 편집 등은 진실된 사회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며 국가적으로 인적. 물적. 정신적 소모를 초래한다.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기사를 백번 쓰고 나라를 살리자는 기사를 백번 써도 뿌리에서부터 안정이 없는 사회를 만드는 일을 언론이 동시에 하고 있다고 보아도 지나치지 않다는 생각이다.

▲ 최정호 : 우리 언론이 나아질 수 있는 가장 다급한 처방은 언론의 소유 구조를 바꾸는 것이라는 점에 동감한다. 언론의 소유 경영 형태가 좀더 다양화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언론인들에 대한 대우가 가장 좋은 것이 사실인데, 고임금 언론인들이 속한 재벌소유 언론사가 있는 현실에서 비재벌 언론사가 탄생했을 때 기존 언론과 경쟁이 가능한가? 그렇게 되었을 때 언론인들의 적정 보수 수준은 어는 정도여야 하는가?

▲ 이형모 : 언론사의 봉급이 너무 많다. 그래서 언론이 제대로 안된다는 것은 내부적으로 얘기되고 있다. 그러나 잘나가는 신문사, 방송사 얘기다. 한겨레는 임금 수준이 낮고 사업이 안되어서 봉급을 삭감하고, 파업 이후 보너스를 200% 삭감한다고 하여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방사의 임금도 현저히 낮다. 그래서 비리의 악순환도 생긴다. 경쟁력 있는 좋은 언론매체를 고임금을 주며 운영할 것인가는 답변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최상의 봉급이나 환경이 맞지 않더라도 현 체제에 갈등하는 언론인들이 있기 때문에 인력 수급은 가능하다. 경영상의 문제가 아니라 논조, 언론인이 독립적 위치를 갖도록 소유자의 힘이 안 미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SBS의 경우 태영이 30% 소유하고 있는데 전권을 행사하고 있는 실정이다. 소유구조를 바꾸어도 현실 개선이 어렵다. 일본은 소유가 제일 많은 곳이 7%인데도 전권을 행사한다고 한다. 그래도 소유구조가 바뀌면 조금은 자유로워질 것이다.

▲ 최창봉 : 통합방송법 중에 어느 조항을 끝까지 반대하는지? 지상파 3사의 존재양식, 발전적 분화과정에 대한 언노련의 입장은?

▲ 이형모 : 방송법은 2가지만 문제이고 나머지는 협의가 가능하다고 본다. 방송위원회의 실질적 독립과 공보처의 폐지다. 방송위원회가 독립적 지위를 갖도록 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방송위원이 신뢰받을 수 있도록 구성하는 것이다. 신문과 재벌의 위성방송 참여를 반대하고 있는데, 이는 정권과의 결탁 때문이다. 방송위원회가 독립하고 방송 허가권, 재심의권을 갖고, 기술은 정보통신부가 갖고, 방송의 기능은 방송위가 갖도록만 한다면 신문이든 재벌이든 위성방송에 참여해도 상관없다. 나머지 문제도 방송위의 신뢰성 있는 구성에 달린 문제다. 그리고 편성, 제작, 송출 분리도 방송위 독립성만 가지면 반대하지 않는다.

▲ 한상진 : 시청자주권 얘기가 나왔는데, 개인이 관계된 사례로서 1989년 10월 방송에 출연해서 1시간 동안 녹화방송 했는데 20분이 무단 삭제되었다. 중요한 것을 삭제 방송해서 중재위에 요청하고 사과를 요구했는데 KBS가 전례가 없다고 반대해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서 1992년 승소하고, 1994년 고등법원 판결에서도 승소했다. 판결문과 관련자료를 김정기 교수께 드렸다. 당시 제기된 중요한 문제는 편성권과 편집권의 한계, 그리고 보도나 르포 성격의 프로가 아닌 강의, 연주 등 지적저작권 성격의 프로를 방송사가 어떻게 다룰 것인가의 문제였다.

미디어가 기로에 서 있다. 사회학자 입장에서 볼 때 독재 시절에는 언론이 탄압받았지만 1987년 이후 1992년까지 우리 언론이 수행한 역할은 긍정적이다. 1985년 노태우 정권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1987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절차적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문민정부 이후 정권교체로 가는 과정은 민주주의로의 전환이 아닌 공고화로서 여기에는 이미지가 있어야 한다. 제약 없는 토론, 다양성 개발, 정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제도가 타협이나 합의가 가능한 것을 모아 사회적 합의를 얻어내는 것이 민주주의 공고화의 핵심이다. 다수에 의한 지배뿐만 아니라 소수에 의한, 믿을만한 정보에 의한 책임 있는 행동이 민주주의 성숙을 가져온다.

그러나 미디어가 그동안 보여준 관행은 놀라울 만큼의 획일성과 자체가 스스로 권력화되고, 권력의 수단으로 향유하는 것이다. 제도로서의 언론, 사람으로서의 언론인이라는 차원에서 자기의 위상이 어디에 있는가가 중요하다. 우리 언론은 시민사회의 보루로서 진실과 사실을 추구하는 역할보다는 권력적인, 기업과의 연관성에 관계되어 있다. 민주주의의 공고화가 필요한 시기에 언론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그렇게 파악하고 있다.

언론이 나라를 망치는 구체적 예는, 남북문제에 대한 언론의 보도가 비정상적인 것이다. 자유민주주의와 매커시즘의 양립은 붙가능하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한 언론의 태도는 과거 답습적이다. 프라이버시 문제도 심각하다. 다원성이 결여됨으로써 언론에 대한 이미지가 지나치게 권력지향적이고 그 자체가 슈퍼파워적이라는 것은 문제이다. 근래 문민정부로부터 등을 돌리는 언론의 행태도 그와 유사한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을 듯하다.

이 문제의 해결에서 소유 구조의 분리가 근본적으로 옳은 얘기지만 만일 뚜렷한 대안이 나오지 않는다면 권력구조의 투명성 보장이라는 패러다임, 사주의 영향력이 집중되는 모델은 피한다는 원칙을 가져야 할 듯하다. 2000년 위원회에서 그런 모델을 제시하면 좋을 듯하다. 좋은 모델이나 정당화의 논거를 모으면 호응을 얻을 것이다. 르몽드지의 모델은 사원까지도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모델인데 그렇게까지는 안되더라도 언론인들과 사회적 동의를 얻는 모델이 필요하다.

신문은 사기업이고 이윤추구가 목적이며 상업주의의 선정성을 피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미디어가 공급하는 정보가 공공적 성격인 이상 사기업과 구별되어야 한다. 미디어를 공적 제도로 규정할 때 그것을 규정하는 것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이 필요하다. 중요한 과제는 공적 제도로서의 위치와 기능을 확실히 담보할 수 있는 매커니즘에 대한 논의다.

언론사 입사가 고시보다 어려운데, 이는 그만큼 능력 있는 사람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젊은 언론인들이 한편으로는 전문 언론인으로 얼마만큼 성장해 가는가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왜 그러한지 심도 있게 분석되어야 한다.

또 하나 의사결정과정의 투명성에서 볼 때 현실적으로 주목해야 할 것은 사주나 사장, 데스크, 편집국장과 일반 기자들 사이에 그 회사의 편집방향에 대해 강제 없는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는 부분이 어느 정도인가 하는 점이다. 평기자들은 불만이다. 언론을 구성하는 여러 멤버가 존재하는데 언론사 내부의 의사결정과정에서 그들의 의견이 수용되고 끊임없는 논의가 전개되는 장이 내부에서도 열려야 한다. 그런 면에서 개혁되면 타율적 방법이 아니더라도 개선은 희망적이다.

▲ 심재훈 : 편집국 운영에서 기자와 데스크 관계는, 기자가 독립적으로 취재해도 데스크가 편향적이면 문제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문제는 획일성과 상명하복식 운영이다. 편집국 운영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서는 소유와 경영에서 편집국장은 편집권을 행사하고 경영자는 그 권한을 침해 안한다. 기자의 채용이나 해고는 편집국장 소관이다. 작업장의 봉건성이 사고의 획일성을 강요하고 권위주의적 행동을 강요한다. 기자 채용도 자유롭게 진행되어야 한다. 수직적 관계가 아닌 기능적, 수평적 관계가 언론인 내부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편집국장 채용시 서양처럼 사주가 3년이면 3년을 맡기고 편집국장은 기자를 끌어오도록 하는 방식을 취하지 않고, 장성들이 별 따듯 차례를 기다리는 관행이나 직업관을 가지고서는 언론계를 지배하는 봉건적 문화가 해소되기 어렵다. 언론이라는 가장 자유로운 직업 속에서 사고의 자유를 위계질서 뒤에 놓는 직업 문화가 문제이다. 이런 사고의 전파는 무서운 결과를 가져온다. 개혁의 방법은 모든 언론사들이 시행하는 견습기자 제도를 고치는 것이다. 기자 채용을 자질 위주로 뽑아야지 고시 치듯 뽑아서는 곤란하다.

▲ 김정기 : 기자 뽑고 난 뒤 사내 훈련은 어느 정도 하는가?

▲ 황헌식 : 3-6개월인데, 기간보다 방법이 문제다.

▲ 최정호 : 언론직의 인기는 봉급문제와 기본적으로 관련이 있다. 70년대에 봉급 낮을 때는 언론사에서 오라고 해도 안갔다. 우리 젊은이들이 종합상사, 증권사, 언론사 등으로 시대에 따라 몰리는 것은 돈에 대한 생각 때문이다.

▲ 심재훈 : 외국의 뉴스위크, 타임스의 초임이 연봉 4만달러 넘지 않는다. 능력별이긴 하지만 거기서 세금 30% 떼면 얼만 안 남는다. 그것에 비하면 우리 기자들은 엄청난 보수를 받는다.

▲ 한상진 : 1985년 8월 조사에 의하면 언론에 젊은이들이 잘 안갔다. 민주화 이후 언론이 권력을 가진 듯하면서 가게 된 듯하다.

▲ 심재훈 : 견습기자 제도가 미치는 영향이 언론계 내의 봉건의식을 강요한다. 기자 채용을 시장에서 테스트 받은 기자를 직업윤리성을 증진시키는 차원에서 해야 한다.

▲ 박권상 : 신문은 사적 구조이고. 사적 구조여야만 자유롭기 때문에 소유주가 절대 권한을 가진다. 소유 경영 분리는 잘 알고 있는데, 법적으로 제도적으로 가능한 것인가?

▲ 안상운 : 민변 입장에 따르면, 기본 전제는 언론이 국가기관과 관계있을 경우 언론자유가 중요하지만, 일반 국민과 관련해서 책임 문제가 중요하다는 점이다. 소유와 경영 분리, 편집권 독립 문제는 법적으로 가능하다. 헌법상에 보장된 자유로 볼 때 그것은 적극적으로 법이 보장해 주어야 하는 문제이다. 방송의 경우 방송사 외부에서 방송을 감시하는 것이 방송위원회 정도인데 방송위의 독립성이 의심받을 때는 방송사 내부에서 감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데 공정감시위원회가 말만 있고 역할은 못하고 노조가 그 역할을 맡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것을 현행 노동쟁의법으로 원천 봉쇄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는 편성권에 대한 감시가 법적으로 불가능한 상태이다. 신문에서도 지금의 노동법상으로는 인사와 경영권에 대한 것은 쟁의 행위의 대상이 안된다는 것이 법원의 확고한 입장이다. 현행 노동법상, 언론법상 편집권의 독립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막고 있는 것이다.

다만 정간법 제6조 2항에 발행인은 종사자의 처우에 대해 관심을 두어야 한다는 선언적 조항이 있는데 아무도 관심을 안 갖고 패널티도 없어서 그 조항이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그 조항을 손질하거나 기자들의 취재 보도를 개선하는 차원에서 해석해야 한다. 현실적으로는 난점이 있다. 그렇다면 기존 조항을 아예 편집권을 독립시킬 수 있다는 명문 규정으로 바꾸는 것이 더 낫다. 편집권이 아무리 중요해도 소유권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인사권에 있어서는 취재나 보도 부분에 종사하는 기자 등에 대해서는 그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쪽으로 해석해야 한다.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가는 노사간에 알아서 정하도록 하는 근거조항을 법에서 보장해 줘야 가능하지 현행 노동법 체계로는 어렵다. 따라서 민변에서 1996년 10월에 정간물법 개정을 청구하는 입법 청원서를 제출했다. 그 내용들이 기자협회보에 나와 있다. 방송법 개정안도 만들어서 1997년 12월에 입법 청원서를 내놓고 있는 상태이다. 노사가 자율적으로 정한다 하더라도 현행 법 질서에서 적법성을 인정받기 어렵기 때문에 방송법 노동법에 근거 조항을 만들어주고 노사가 자유롭게 그 내용을 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이세중 : 시안의 형태가 어떤 것인가?

▲ 안상운 : 편집권 독립에 관한 규약을 각 언론사마다 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언론사가 언제까지 편집규약을 제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것을 이행하지 않았을 때 공보처 장관이 이행부과를 강제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했다. 다만 편집규약에는 편집위원회를‥‥ 명칭은 뭐라도 상관없다... 구성하는 방식이라든가 편집위원회 선출방식 등을 넣도록 하였다. 구체적 내용은 언론사마다 특성이 있기 때문에 노사가 알아서 하도록 하는 식이다. 편집규약 제정을 경영주에게 부과하는 것이다. 이런저런 사항만큼은 편집규약에 담아야 한다는 식이다.

▲ 최정호 : 오늘 논의는 처방 쪽으로 수준 있는 논의가 되고 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전제하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 우리 위원회의 책무이다. 처방을 나열하면 타율적 힘으로 개혁 모델을 마련하는 것과 자율 힘으로 개혁하는 것인데, 법의 힘, 정치권력의 힘, 경제논리에 의한 개혁 등이 타율적 힘이라면, 자율모델로는 언론인 윤리규약, 언론인 리쿠르트 시스템 등이 있다. 그런데 규범적, 현실적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규범적인 측면에서 볼 때 언론자유를 어떤 방법으로 제한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박권상 선생은 시사저널에서 빌 브란트를 인용해서, 언론자유는 남용되어도 허용되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현실적인 측면에서는 입법 조치를 취한다 해도 우리 문화로 볼 때 그것이 제대로 실행되겠는가 하는 문제이다. 이런 것을 전부 고려할 때 한국 사회에서 실현 가능한 개혁 모델은 무엇인가?

▲ 양삼승 : 미국인의 사고방식, 자본주의 사고방식의 핵심은 다 풀어놓으면 좋은 것만 살아남는다는 것이고. 공산주의식은 좋은 것만 골라 주는 것이다. 언론은 괴물 같아서 상품 만드는 것은 자본주의적이고 공공성을 가지는 것은 공산주의적이다. 일반 대중이 항상 도덕적, 윤리적인 것만 생각하는 것도 아니다. 둘을 조화시키는 것이 중요한데, 미국인의 경우 그것도 자유경쟁으로 질 좋은 신문을 만드는 것이고. 유럽 특히 독일식은 공적 통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법률적으로 언론을 제한하는 것이 가능한가는 개인적으로 허용된다고 생각한다. 언론의 자유가 워낙 없었을 때는 극으로 갔다가 지금은 가운데 점으로 오는 것인데 그 한계가 조심스럽게 그어져야 한다. 과거 운동권 학생들이 법정에서 공통적으로 말했던 것은 자기가 가장 싫어하는 사상도 허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홈 스펜서가 한 얘기를 인용한 것인데 알아보니 그것은 소수의견이었다.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헌법에서 정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논란이 제기될 수 있는데, 원론적으로 법률적으로 헌법적으로 선을 긋는 작업은 가능한 일이고 해야 한다.

우선은 외국, 특히 독일의 예를 찾는 것이 하나의 해답이다 미국의 경우 언론사마다 하는 방법을 찾아서 해야 한다. 이러한 일은 편집의 공정성 보장이 그 목적인데 의사결정과정의 투명성 보장이 이러한 작업의 실천 목표이다. 판사들이 판결할 때 어느 판사에게 배당하는가가 결과의 90%를 결정한다. 20년 전 독일에 갔을 때 우리는 법원장이 사건을 배당한다고 했더니 독일 판사는 30년 전 그렇게 했다는 것이다. 그 후 독일에서는 원장, 수석부장판사, 중간판사, 말단판사를 적당하게 조합해서 사건배당 기준을 정하는 식으로 한다는 것이다. 젊은 판사들이 문제를 제기한 것이 계기가 되어 매년 연초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편집규약도 그런 의미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이슈를 어떻게 보도하는가 하는 것이 보도 내용의 핵심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안변호사가 노사 문제를 말했는데, 노사가 합쳐서 같이 나쁜 방향으로 가게 되면 소용이 없다. 좀더 완벽하게 간다면 노사 문제에서 한걸음 나아가 공공성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 한상진 :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논쟁이 제기된다고 했는데 언론자유에 대한 법적 보장이 언론의 자유를 막는다는 것이 어떻게 성립되는가? 편집권을 독립함으로써 언론자유는 보장되는 것 아닌가? 사기업의 자유를 보장하면서 공적 활동, 즉 언론의 자유를 자율성을 얻을 수 있도록 한다는 논리가 성립되지 않는가?

▲ 양삼승 : 물론 그렇다. 그러나 다른 입장을 가진 자들은 반대로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헌법재판소에 가더라도 위헌은 아닐 것이다.

▲ 황헌식 : 각 신문사 노보에 기고하는 글과 자기 신문사에 싣는 기사의 논조가 다르다. 압력인지 허위의식인지 모르겠다. 노보보다 자기 본지에 있는 논지가 본심인 듯하다. 우리 언론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 노조간부 했던 사람들이 자사이익을 가장 강하게 대변하는 상황이다. 언론자체의 논리와 경제사회적 논리를 같이 접근해야 한다. 언론사와 기자들의 논리가 일사불란하다. 욕먹는 언론사가 시장 경쟁에서 인기가 있다. 한국일보의 경우 노조 활동이 자유로웠는데 경쟁에서 처졌다. 한국일보에서 대량 명퇴 현상이 나타났다.

기자들은 도덕적이지 않다. 이런 현실이 대안 만들 때 고려되어야 한다. 총론적 접근보다는 각론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방송위 독립, 국민주 방송 등의 객관적 내용을 보장해야 한다. 형식적 대표성을 갖는 식으로 현 방송위가 가는 것도 각론적 접근의 정교한 모델이 없기 때문이다.

▲ 정범모 : 마지막으로 미비한 점에 대해 한마디씩만 말씀해주십시오.

▲ 최창봉 : 방송에 대해서도 한 가지씩 지적해주십시오.

▲ 양삼승 : 공중파 방송은 방송되는 시간 중 어린이, 연예오락 빼고 나면 공적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질 만한 내용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여건상 어쩔 수 없지만, 그것이 약점이라면 그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겸손해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 심재훈 : 우리 방송은 활자 매체보다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호소력의 범위가 넓고 접하는 시간이 많기 때문이다. 방송이 시청자를 하위문화권으로 끌어들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국민문화의 수준을 좀더 높은 단계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능을 포기하고 있다. 시사, 보도, 다큐 등.

▲ 안상운 : 반론권에 대한 보도 내용이 심하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그것이 반론권에 대한 것이기보다 언론의 책임에 대한 언론인의 대표적 사고라고 생각했다. 언론의 자유를 법으로 제한하는 것이 싫다는 것은, 좋게 말하면 권위주의 체제하에서 언론이 외압받을 때는 그렇지만 현재 외형상으로 장애가 없는데도 언론의 자유를 자율적으로 하겠다는 것은 국민에게 설득력이 없다. 그것은 편집권 독립문제와 직결된다. 언론의 자유가 갖는 헌법적 기능에 비추어 볼 때 위헌의 시비는 없을 것이다.

방송의 경우 기본적으로 공영방송은 퍼브릭 억세스(public access)권을 법에서 명시해야 한다. 케이블 TV에서 제한적으로 되고 있지만 미국식의 자치적 형태가 아니다. 공중파 방송에서도 전체 방송시간의 1-2%라도 국민이 공공적 사항이나 일방적 보도에 대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언론의 자유와 관련해 두 가지 말씀드리고 싶다. 첫째, 방송의 경우 95년 4월 대구 지하철 가스 사고가 오전 7시 52분 난 것으로 되어 있는데 그것을 3 TV가 오후 5시에 보도했다. 낮방송은 공보처 장관을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못 받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KBS는 10시 16분 속보방송을 내보내다가 중단했고, 낮 야구중계에서 10분정도 하다가 또 중단했다. 그것은 삼풍사고 나기 전까지 최고의 인명사고였는데 야구 중계는 버젓이 하면서 보도하지 못한 것이다. 이에 대해 소송 제기해서 현재 계류 중이다. 11시쯤 KBS가 공보처에 보도요청했는데 공보처에 국장이 없어서, 관계자가 없어서 안된다고 했다는 것이다. 방송법과 전파법을 보니까 공보처 장관은 전파운용에 아무런 권한이 없다. 부관사항에 낮방송은 공보처 장관의 허가를 넣어 놓았을 뿐이다. 전파법에는 없는 사항을 다른 부처 장관의 허가를 받도록 한 것이 적법한 것인지. KBS는 태도도 문제다. MBC와 SBS는 아예 낮방송 신청도 안했다는 것이 더욱 문제이다. 그런데 묘한 것은 비난은 KBS가 더 받는다. 국가권력과의 관계에 있어서 우리 방송이 자유를 찾으려는 노력을 제대로 하는가 생각할 때 대단히 부정적이라고 본다.

김현철과 관련하여 한겨레신문이 법원에 소송이 계류 중인데, 정재중(사실 깃털이고), 지용규(사실 몸체이다) 사건, 89년 헌재 출범때 한약업소 시험에 대해 헌법소원받아 91년 10월 16일 기각 결정났는데, 91년 9월에 기각 결정난후 한겨레신문이 1년여동안 보도, 94년 문제되었을 때 한겨레만 보도하고 다른 신문은 일절 보도 안했다. 동아일보 법조 출입기자가 찾아와 지용규 행정소송, 헌법소원 자료를 보여주었는데 깜짝 놀라는 모습이었다. 그 자리에서 데스크에 전화를 걸어 기사를 송고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데스크에서 부르지 말도록 했다. 10여분간 실랑이하다가 결국 그쪽에서 전화를 끊었다. 다음날 그 기자가 기사를 작성해서 동아 내부 자료로 돌려 기자들이 총회를 열었고, 편집국장이 사과까지 했다. 동아에서 만약 그때 보도했다면 김현철 사건이 지금 이 지경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주라면 몰라도 중간데스크는 특종에 대한 생각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 이세중 : 알아서 기었다는 말 아닌가.

▲ 박권상 : 그것은 성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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